이삼용
"오늘은 특별히 세 학생을 위해 다같이 기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세 친구가 교회에 나올 수 있도록, 원장님의 마음이 녹아지고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설 수 있도록 기 도합시다."
주일 예배 설교 후에 나는 이렇게 제안했고 교우들 모두는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하는 중에 군데군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나 역시 눈물이 고였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축도를 마치고 나서도 다들 눈물 닦느라 인사할 형편이 아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얼마 전 보육원에서 한 학생이 쫒겨나고 그 아이를 교회에서 데리고 있 다는 이유로 원장은 교회에 잘 나오던 다른 세 아이까지 우리 교회에 다니지 못하게 한데서 비롯되었다. 그날 나는 이유와 상황을 막론하고 이렇게 한 식구처럼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울어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아름다운 장면이기에 마음 한 구석은 기쁘기만 했다. 이런 모 습이 바로 공동체의 아름다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뒤늦게(28세에 입학) 신학을 결심하기까지 내 안에는 늘 교회의 참 모습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그것은 공동체였다. 사도행전을 통해 나타난 초대교회 공동체, 함께 예배하고 가 르치고 배우며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꿈꿔왔고 지금까지 변함이 없는 것을 보면 하나님이 주신 비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96년 목회현장에 내려온 나에게 이런 생각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말았다. 부임해 서 내려온 교회는 소도시 송탄시내의 한 상가교회였고 교인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처음 생각과는 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의 비전은 '공동체' 가 아니라 '부흥' 으 로 변해가고 오로지 부흥, 성장이란 단어에 매이게 되었다. 목회를 한 지 2년쯤 흘렀을 때 평택에서 '공동체성서연구' 라는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 나 교회부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의해 곧 잊혀지고 말았다. 그리고 아직도 아주 작은 교회의 목사로서 교회의 부흥을 꿈꾸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한 교회는 늘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우철영 목사(송북교회)의 제의로 송탄 성서공동체를 꾸리게 되면서 공동체에 대 한 비전을 다시 바라보며 지금까지 성서공동체의 일원으로 열심히 참석하려 하고 있다. 매 주 화요일 저녁 8시 우리 지역의 모임은 말씀을 통해 삶을 나누고 지역의 작은 문제부터 시 작해서 이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하고자 고민하며 하나님의 뜻대로 바르게 목회할 것을 다짐 하는 시간이다. 최근에는 금요 속회에서 다시 한번 교인들과 그 말씀을 나누고 주일에는 그 나눔을 토대로 설교를 한다. 스스로 평가하기는 그 전보다 설교를 듣는 성도들의 반응 이 좋은 것 같다.
성서공동체 모임에 참석한 이후 나는 '공동체' 에 대한 비전을 되찾고 있다. 공동체야 말로 하나님의 뜻이요. 공동체가 곧 교회 부흥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작은 교회일수록 더 공동체를 이루기 쉽고 또 그 공동체가 아름다울 때 사람들은 모여들 것 이다. 오늘날 교회들이 성장과 부흥을 말하면서 외형적 성장에 비해 내면적 공동체성을 잃 어가고 있어서 세상으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지 않은가? 교단과 교파의 굴레에 빠져 허덕이 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나 역시 같은 교단이 아닌 다른 교단의 목회자는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인사도 안하고 지내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우리 교회의 표어는 <열매맺는 공동체> 이다. 예배당 입구에는 한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받은 공동체, 또 예배순서에는 '공동체 기도' 도 있다. 공동체란 말을 많이 쓰면 좋 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공동체, 나는 이 말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픔도 함께 나누고 기쁨 도 함께 나누고 함께 천국을 사는 공동체, 그 아름다운 꿈을 꾸며 오늘도 작은 공동체를 만 들며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 이삼용목사 (송탄 한소망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