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환 목사
제가 신학공부를 마치고 나니, 뭔가 더 배워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할 형편은 아니었습 니다.
그 시절에, 저를 아주 심히 괴롭히고 있었던 것은 성경에 대한 무지였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개론적인 것뿐이어 서, 막상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고자 할 때에는 저 자신이 먼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성서연구에 대한 필요성과 갈급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문래동교회에 계시던 권혁상 목사님의 소개로 '공동 체성서연구 모임'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학운교회를 담임하면서 매주 월요일마다 여의도에 있는 '작은교회'로 성서연구 모임에 꾸준히 나가고 있었습니 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오토바이를 타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 전날에 비가 와서 '양곡'까지의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 습니다. 그리고, 움푹 파인 곳마다 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목적지의 1/3 쯤 갔을 때, 물웅덩이를 재빠르게 잘 건너가야 하 겠다는 생각에 속력을 좀더 내서 달렸습니다. 아뿔싸, 오토바이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미끄러져 한바퀴 구르면서 길 아래 수로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내 몸도 오토바이와 함께 굴렀습니다.
다행히 다친 곳은 별로 없는 듯 했습니다. 다만, 옷은 물과 흙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황 속에서 도 빨리 집에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고 약속된 시간까지 여의도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50cc 오토바이 라서 그다지 무겁지는 않았지만, 그 오토바이를 끌고 올라가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있는 힘을 다하 여 오토바이를 끌고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금 여의도를 향하여 부지런히 달려갔던 것입니 다.
그 때에는, 그룹별로 성경 공부를 한 후에 그 내용을 전체 회원들 앞에서 발표했습니다. 그 날, 제가 발표하게 되었습 니다. 저는 성경 공부한 것을 발표하기 전에, 집에서 나설 때에 겪었던 일을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회원들은 박 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에 갔더니, 작은교회 여선교회 회원들이 잠바를 마련하여 선물해주었습니다.
저 자신이 필요로 해서 참석하는 모임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빠질 수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오토바이가 굴러서 몸을 다치고 옷을 다 버렸지만, 저는 다시 옷을 갈아입고 여의도를 향하여 달려갔던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교회 여선교회 회원들이 볼 때에는, 저의 그런 모습이 기특하게 여겨졌던가 봅니다.
공동체성서연구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다보니, 성서를 보는 눈이 열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김 목사님의 해박한 성경 지 식은 저의 둔한 머리를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때, 마침 학운교회에서 7년 가까이 있다가 개척교회를 시 작했습니다. 그런데, 심방 할 가정이 별로 없다보니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 시간에 성경을 읽었습니다.
비로소, 저는 성경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성경 말씀 중에 그처럼 기막힌 내용이 있을 줄을 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너무 감격하여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성경책 곳곳마다 눈물자국으로 얼룩이 졌습니다. 읽을수록 더욱 성경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하나님의 세계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 영혼이 그토록 사모하던 아름다운 세계를 발견한 것입니다. 주님의 그 세계가 그토록 아름답고 신비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저는 자신감을 가지고 강단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씀을 힘있게 외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붙잡고 있는 진리라고 하는 것이 하나님의 진리 중에서 아주 작은 한 가닥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때 그 감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도 물론 성경을 읽으면서 그 감격을 자주 맛보고 있습니다.
저는 공동체성서연구를 통하여 성경을 가까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경을 보는 눈이 이전보다 좀더 깊어지고 넓 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때 읽힌 성서연구 방법을 응용하여 지금까지도 주일 낮 설교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설교작성법'을 많은 목회자들에게 알릴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은혜요 인도하심이라 믿고 감 사드리고 있습니다.
* 정수환 목사(영춘감리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