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만목사(과천교회 부목사)
공동체성서연구와 인연을 맺은 지 10년이 되어갑니다. 지난 10년간의 삶의 여정은
"실패와 변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삶의 실패를 딛고 다시금 설 수 있고, 변화를
안고 나아갈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공동체성서연구 였습니다.
수원에서 처음 접한 공동체성서연구
87년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인천의 공단 노동자로 지낸 저는 88년 수원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수원에서의 관심은 민중교회를 개척하는 일이었습니다. 한벗교회를 개척하여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밤낮으로 노동조합의 결성을 지원해주는 일과 88올림픽으로 불거진 노점상들의 생존권 옹호를 위한 일, 맞벌이 부부들의 자녀를 위한 탁아 등의 일을 해왔습니다. 일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목회자들과의 만남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중 수원목회자들의 성서연구에 참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필요해서 참여를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좋아졌습니다. 민중교회를 하겠다고 공장에 들어갈 때 기성교회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수원에서 인정을 받고 일들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의 도움과 협력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원지역모임의 간사가 되었고, 공동체 프로그램 등 연관되는 모임은 거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임은 발전을 거듭하여 수원지역의 청소년, 환경, 지방자치 등 다양한 문제들을 발굴하여 지역사회로의 가교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뿐만아니라 실패와 부족함을 진하게 나누는 목회자공동체로 발전해 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공동체의 원리를 자신의 삶의 자리에까지 적용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가정과 교회가 많은 상처를 입고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가운데서도 수원목회자공동체는 제가 실패를 딛고 설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었습니다.
부산에서 확인한 공동체성서연구의 힘
수원에서 부산진교회 부목사로 임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부산진교회는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교회였습니다. 이전의 저의 환경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습니다. 공동체성서연구의 경험은 부산에서의 삶에 지혜를 주었습니다. 부산진교회는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가 있었고, 신앙이 깊은 사람과 초신자들이 있었고, 노인과 젊은이들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3년 6개월의 시간을 통하여 많은 변화를 체험하였습니다. 부족한 품성 등을 교정할 수 있게 되었고, 한국교회의 다양한 현실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으며, 공동체의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하였습니다. 2년동안 30대 성경공부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왔던 공동체성서연구의 경험과, 연륜이 깊은 권사님들과의 사랑의 나눔은 또 다른 체험으로 이어졌습니다.
담임목사가 떠난 후 1년 6개월은 또다른 시간이 되었습니다. 공동체성서연구에서 제기된 과제들을 주일예배 설교로 작성해 가면서 이루어진 고민과 고백은 저를 더한충 성숙시키는 계기로 만들었습니다. 교회가 갖고 있는 공동체의 한계와 힘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과천에서 느끼는 공동체성서연구의 비젼
부산에서의 생활을 마감하고 과천교회 부목사로 임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과천은 쾌적하고 살기 좋은 안정된 환경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과천에서의 목회생활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오게 하고 있습니다. 과천교회의 특징은 계속 성장하는 교회이며 교인들의 변화가 무척 심한 곳입니다. 지난 한 해에 2천명이 넘게 등록을 하였고 금년에도 약 1천명 정도의 새가족이 등록을 하였습니다. 사도행전적인 역사가 강조되며, 방언과 성령의 은사를 중요시 여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앞에서 혼돈스럽기도 하였고,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많이 있었습니다.
처음 부임을 하자마자 교구를 심방하고, 남녀 전도회를 통하여 성경공부를 6개월 정도 하고 난 후에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민중교회이든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교회이든 성령의 역사와 성장이 강조되는 교회가 다른 점이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공통점은 "내게 조금더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고,"내 자녀를 특별히 기억해 주었으면" 하고, "내가 남보다 조금더 뛰어나다는 것을 들어내고 싶다"는 것입니다. "목회자를 통하여 훈련받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면서 교인들 상호간에 든든한 공동체를 이루기보다는, 목회자와 수직적이고 개인적인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 속에서 발견하는 또 하나의 사실은 "공동체성의 절실함"입니다. 문제는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공동체를 체험하고 훈련할 수 있는 공간 뿐만아니라 사회, 문화적 기반이 전혀 없다는데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공동체성서연구를 어떻게 구체화 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제 저의 관심은 '공동체성의 절실함을 느끼면서도 현실과 상황앞에 발목잡혀 있는 사람들'에게서 공동체성서연구의 비젼을 찾는 일입니다.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면서 민중교회, 전통교회, 대형교회를 경험하고 있는 저로서는 이 세가지 형태의 교회들이 갖고 있는 특성과 문제점속에서 공동체로서의 교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실패를 딛고, 변화를 안고'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뜻을 진지하게 묻게 됩니다. 현재의 공동체성서연구가, 불투명한 한국교회의 21세기 미래를 이끄는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무턱대고 비판만 할 수 없는 대다수 교회들이 공동체로서의 전환이 가능한가? 공룡처럼 더디어지고 무디어버린 오늘의 교회 현실 앞에서 희망을 찾기 위한 노력이 새롭게 제기될 수 있도록 공동체성서연구 운동에 대한 하나님의 은총을 간절히 구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