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서목사(제주영락교회 담임목사)
공동체성서연구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목회자이다. 그리하여 달마다 [햇순]을 받아볼 때는 무슨 죄의식이 들기도 한다. 마치
성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어쩌다가 몇날 몇주간씩 바쁘다는 핑계로 성서를 가까이
하지 못하는 때에 느끼는 마음같다. 이 찜찜함과 개운치 못함은 여러 해를
공동체성서연구에 참여했던 목회자가 어쩔 수없이 멀리 떨어져 나온, 낯선 지역에서
느껴지는 감상인지도 모른다.
수원에서 목회하던 때에 김영운목사님과 만나게 된 인연으로 미력으로나마 '수원 목회자
공동체성서연구 모임'을 일구었던 일을 생각하면 좋은 추억임에 틀림없다. 교단이 다른
목회자들이 매주 월요일마다 모였던 것은 내게는 큰 행운이었다. 그 만남이 성립될 수
있었던 일이나, 오늘까지 지속되는 것은 역시 공동체라는 끈끈한 연대성 때문이리라.
생각과 마음을 나눈 성서공동체
교단의 차이, 기성교회 목회와 개척목회지의 차이, 연령의 차이 등이 없지 않았지만 '공동체성서연구'로
서로가 허물없는 친구가 되었다. 목회지를 강원도로 옮기신 기장의 박목사님, 수원에서 개척하신 기장의
이목사님 그리고 부산을 거쳐 과천으로 임지를 옮긴 예장통합의 오목사님 그리고 독일에 유학을 떠난
김목사님, 울산으로 내려간 허목사님, 제주도 고향을 찾아온 고목사님,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제주도로
내려온 나, 이들은 모두 '수원목회자공동체'의 가족이요 형제들이다.
올해로 전임 목회 20년에 이른 필자는 만 10년을 수원에서 지내면서 참으로 좋은 목회 동지들을 만났던
것이다. 그 때 늘 먼 길을 마다않고 오신 '공동체성서연구원'의 식구들은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가운
분들이다. 지금도 고향처럼 느껴지는 곳에 남아 여전히 '수원목회자공동체 모임' 을 이어 가시는 친구들,
모두 그리운 분들이다. 그때 우리는 많은 것을 나누었다. 생각과 마음을 나누었고 기쁨과 고민도
나누었다. 별 것 아닌 것으로 웃고 화내고 또 금방 풀어지곤 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한국교회의 내일을
걱정하며 교회의 갱신을 이야기 했다.
지금 생각하면 열린 생각, 열린 마음이 공동체성서연구 모임을 이어가는 정신이었던 것 같다. 열린 마음은
일치와 갱신의 자리로 나아가도록 힘을 지지해 준다. 닫혀있던 이들 이라도 열린 이들의 공동체 속으로
합류하면 서서히 열려지는 체험을 한다. 그리하여 소통과 갱신의 체험을 한다. 그것은 곧 그들의 목회에
반영되고 적용된다. 때로는 급격히, 아니면 서서히 열림과 소통을 체험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갱신되어 가는 목회자들에 의해서 열린 목회가 되며, 갱신되는 교회로 나아간다.
목회자 갱신 없이 교회갱신 없어
현실교회는 목회자의 갱신없이 교회갱신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생각이 달라지지 않으면 언어가 달라지지 않는다. 마음이 달라지지 않고는 행동이 새로워지지 않는다. 목회현장의 모든 중심이 목회자의 역할과 인격에 달려있는 현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목회자 한 사람의 변화없이 교회 갱신, 설교의 갱신, 선교의 일치와 연합을 이루어갈 수 없다.
개방적 목회로 나아가야
물론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설교를 위해 기본이 되는 말씀연구, 개인의 인격도야를 위한 독서, 지속적인 신학지식의 습득 등 내일을 위한 성숙의 발돋음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한계성과 폐쇄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쪽으로의 편식성과 자기 교단신학의 틀 속에 안주하려는 염려가 있다. 많은 독서와 삶의 연륜에도 불구하고, 개방적이지 못한 목회는 동료들을 피곤하게 한다. 자기 것만을 깊고 넓게 파고들어 갈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자기만의 우물이지 동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우물은 아니다. 결국 제한된 신학과 지식에 고착되어 우리들의 목회도 폐쇄되어간다. 자연경관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아직 복음이 뿌리 내리기에 척박한 땅, 이곳 제주에서도 비록 신학적 배경과 교단이 다른 목회자들이 모여 성서를 함께 읽으며 공동체를 가꾸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하며 다짐한다. 어색하지 아니하도록 달마다 <햇순>을 읽는 이들이 함께 기도해 주기를 바란다.
* 김정서 목사는 지난 10년 3개월간 수원서둔교회를 목회하다가 95년 12월 22일부터 현재까지 제주영락교회를 섬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