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홍목사
목회 현장에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가장 큰 당혹감은 이론과 현실의 괴리 문제이다.
신학교 강단을 통해 배운 것과 현장에서 이해하고 있는 성서의 관점 사이에 너무나 큰 간격이 있었던 것이다. 현학계의 첨단 논의를 주마간산격으로나마 접했던 입장에서 볼 때, 교회의 이해는 너무나 비신학적이며 시대착오적인 것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생겨난 걸까? 그것은 아마도 목회자들의 책임이 클 것이다. 목회자들은 교회 현실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부터 신학교의 아카데미즘은 버리고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적 이해와 방법만 활용하는 매너리즘에 빠져버리더라는 것이다. 버릴건 버려야겠으나, 이렇게 함으로써 기나긴 성서 전통에서 벗어나 지나친 실용주의로 전락하여 교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나 목회 현실에 적절하게 대응할만한 방법론, 이에 입각한 교재가 부족한데서 왔을 것이라고 보았다. 물론 현재 통용되는 교재나 성서이해를 지나치게 통속적인 것으로만 매도 하는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학교 강단과 교회의 간격을 좁히고 메꾸는걸 나름의 사명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할 수 있는한 다시금 읽고 생각하면서 성서 전체를 가늠해 보도록 하며 동시에 성서 각 책의 특성을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교재 비슷한걸 만들게 되었다. 또한 이것으로 몇년의 실험, 응용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나름의 성과가 없었던건 아니나 이러한 과정을 거쳐가면서 내 속에는 이것도 또하나의 지적인 유희가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 엄습, 여기에 더 나아가 요즘엔 성서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부터의 생각에서 애초의 패기와 열정을 잃고 있었다. 방대한 정보를 어떻게 정리하며 이걸 어떻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을까하는 막막함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때 마침 원주지역에서 선배 목사님의 제안으로 공동체성서연구가 시작되었다. 한때, 까르디날 신부의 「민중의 복음」을 읽으면서 놀라운 감동을 경험했던 기억이 새로웠다. 성서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게 아니라 삶에 기초한 개방적 말씀나눔이 얼마나 사람을 변화시켜 새 일에 나서게 하는가를 경이롭게 보여주었다. 한때 이런 성서읽기가, 우리식으로는 공동체성서연구로 나타난 것이라고 인식을 했으면서도 이에 참여할 기회는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해서 몸으로 읽는 성서읽기에 나름의 열정으로 참여하는 중이다.
웨슬레의 말이었던가? 성서는 이웃을 찾아간다고 말이다. 홀로하는 성서연구는 성서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아니 그런 잘못을 성서 자체가 극복하도록 힘을 준다고 하는 증언인 셈이다. 나 자신의 한계와 그에 따른 패배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것도 결국은 이 때를 위함이 아니었던가 하는 반가움도 있음이 사실이라 하겠다.
자, 이제는 단순함과 비움의 영성으로 돌아가 이웃들의 말씀 체험과 그것의 나눔에 안심하여 참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누군가가 말하듯 실로 성서연구라는 무게 눌림에서 벗어나 성서 자체의 감동에 자신을 맡기는 순간들이 있어야 하리라.
다행한 것으로 지금 섬기는 교회에는 성서이해가 남다른 평신도들이 여럿이라는 점이다. 이들과 함께 모범적 성서공부, 말씀나눔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런 작은 몸짓이, 격동하는 한국역사에 새롭게 복무할 한국교회여야 하리라는 시대적 소명에 자그마한 보탬이라도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후일을 기약한다.
* 김치홍목사는 한신대, 동 대학원 박사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원주열린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원주 공동체의 식구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