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규 연재동화 (2000. 2)
아버지의 향기(6)
"인규야, 너 집에 안가?"
누나가 나를 찾았던 모양이다. 나는 물 속에서 엉거주춤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누나가
내 모습을 보고 깔깔거리고 웃었다. 형들은 거기 남는다고 했다. 자고 가려면 자고 가라
고 했다. 텐트에서 자면서 며칠이고 있다 올 모양이었다. 대학생형이 머리카락에서 물방
울을 떨구며 기타를 둥당거리고 있었다. 나는 젖은 속옷 위에 그냥 바지를 입었다. 교복
이 금새 젖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시계는 허리띠에 차고, 윗저고리를 입었다. 물
속에 오래 있었던 탓인지 으시시 떨려왔다.
"집에 가려구"
누나가 물었다.
"응"
"정거장까지 데려다 줘"
"아니, 누나도 여기 있어?"
"그럼"
"나 혼자 갈 수 있어."
"그래? 그럼 내가 차비라도 줘야지."
누나가 텐트 속으로 기어 들어가 지갑을 들고 나왔다. 나는 거기서 남고 싶었다. 그러 나 우선 할머니가 생각났다. 물 조심하라고 그렇게 당부하셨는데 해질 무렵까지 내가 돌 아가지 않으면 안절부절 못 하실 것이다. 내가 자고가면, 할머니는 뜬눈으로 밤을 새우실 것이다. 가야지, 가야고 말고. 그리고 이렇게 큰돈이 생겼는데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아 이스크림도 사먹고, 만화책도 사 봐야지. 아니, 시계를 빌려준 형에게 선물도 하나 사다 줄까? 에잇, 시계 자랑도 못했잖아. 누가 보아 주는 이도 없어. 젖은 바지도 마르고, 이제 추위도 가시고 다시 땀이 흘렀다.
"잘가라"
"조심해!"
형들이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