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규 연재동화 (2002. 12)

삼촌의 별나라 (3)



“내가 쓰는 별나라 얘기라는 게 별 게 아니야. 물론 읽어 봐야 알겠지만.”
삼촌이 말했다.
“별 게 아닌 별나라 얘길 뭐하러 써?”
경일이가 말했다.
“넌 오늘 밤 제사를 지내면서, 여기가 바로 별난 나라 같구나 하고 생각하진 않 았니?”
삼촌이 말했다.
“허긴 그래. 생전 처음이니까.”
경완이가 끼어 들었다.
“자라, 자. 넌 잠도 없니?”
경일이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코미디언 말투를 흉내냈다. 삼촌이 웃었다.
“내가 쓰는 별나라 얘기라는 게….”
삼촌이 책꽂이에서 모아 둔 잡지들을 뽑아 냈다. 그리고 여기저기 책장을 펼쳤다. 책장을 펼치다가 화장실에 다녀왔다. 화장실에 다녀오니 아이들은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다. 책장을 여기저기 펼쳐 놓은 채 서로 가로로 누워 잠들어 있었다.
“동화 안 보여 줘?”
이튿날 아침, 경일이가 말했다.
“어젯밤에 꿈 안 꿨니?”
삼촌이 엉뚱한 말을 했다.
“꿈이라니?”
“별나라 얘기 쓴 잡지를 깔고 베고 잤잖니? 그럼 꿈을 꾸었을텐데.”
삼촌이 말했다.
“삼촌은 엉터리야.”
경일이가 말했다.

“그보다도 날 따라 와.”
삼촌이 말했다.
삼촌은 광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했다. 거기 별 것이 다 있었다. 각종 농기구, 크고 작은 항아리, 쥐똥, 그리고 퀴퀴한 냄새까지 났다. 삼촌이 연장 그릇에서 톱과 망치를 꺼냈다. 그리고 나무토막을 자르기 시작했다. 경일이와 경완이는 나무토막이 흔들리지 않도록 양쪽에서 눌러 잡았다.
“뭐하는 거야?”
경완이가 물었다.
“팽이를 만드는 거야.”
삼촌이 대답했다. 그리고 삼촌은 요구르트병 길이로 나무토막을 잘라냈다. 그것을 다시 원뿔 모양으로 깎았다. 그리고 원뿔에다 못을 박았다.
“댓돌에다 못대가리를 갈아봐. 땀이 나도록 갈아보라구.”
삼촌이 말했다. 경일이와 경완이는 원뿔에 박힌 못대가리를 댓돌에 갈았다.
“이제 팽이채를 만들자.”
삼촌은 경일이와 경완이를 데리고 대밭으로 갔다. 거기서 가느다란 대나무를 잘랐다. 대나무 이파리에 얹혀 있던 눈가루가 쏟아졌다. 목 언저리가 차가웠다. 참새들이 날아갔다.
“새도 잡아보고 싶지? 재미있게 잡는 방법이 있어.”
삼촌이 말했다. 삼촌은 자른 대나무 끝에 노끈을 여러 겹 꼬아서 매어주었다.
“이 노끈이라는 게 말이다. 칡 순을 걷어다가 벗긴 껍질로 꼰 거야.”
삼촌이 말했다.
“이젠 썰매를 만들자.”
삼촌이 다시 말했다.
“새는 언제 잡는거야?”
경완이가 물었다.
“팽이는 안 치구?”
경일이가 말했다.
“바쁘다, 바빠. 썰매도 만들어야지, 새도 잡아야지, 팽이도 쳐야지, 연도 만들어야 할텐데.”
삼촌이 말했다.
설날 윷도 놀잖아?“
경일이가 말했다.
“그렇지, 윷도 만들어야지. 우리 왕자님들 오시니까 이 몸이 바쁘구나.”
삼촌이 판자를 토막냈다. 경일이와 경완이는 판이 흔들리지 않도록 양쪽에서 눌러 잡았다. 삼촌은 땀을 흘리며 일을 했다.
못을 박아 판자를 이은 다음, 굵은 철사를 구부려 썰매 날을 달았다.

강 정 규 님은 동화작가로 크리스챤 신문사 부사장을 지냈고, 지금은 "시와 동화" 발행인이며 햇순 편집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