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규 연재동화 (2003.
1)
삼촌의 별나라 (4)
“송곳을 만들자.”
삼촌이 말했다.
“되게 큰 송곳도 있네.”
“썰매, 송곳 가지구 가자. 팽이와 팽이채도 갖고 와.”
삼촌이 먼저 신바람이 나 외쳤다. 목도리를 하고, 장갑도 끼고, 썰매와 팽이를 가지고 고개를 넘었다. 고개 너머 저수지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유리처럼 매끄럽게 언 빙판 위에서 팽이를 쳤다. 자꾸만 쓰러졌다. 삼촌이 치면 잘 돈다. 팽이채를 건네 받았다. 힘껏 쳤다. 돌던 팽이가 저만치 굴러가 버렸다. 한 아이가 썰매를 타고 달려가 집어다 주었다.
경일이도 썰매를 탔다. 송곳질이 서툴다. 헛손질을 했다. 삼촌이 등을 밀어주었다. 이어서 송곳질을 했다. 엉덩방아를 찧고, 썰매만 빠져 달아났다. 아이들이 웃었다.
“신나지?”
삼촌이 말했다.
“응.”
경일이가 궁둥이를 털고 일어나며 웃었다.
경완이가 썰매를 탄다. 한 아이가 등을 밀어주고 있다.
“송곳질을 해 봐.”
경일이가 소리쳤다.
경일이가 송곳질을 한다. 천천히 송곳질을 했다. 썰매가 나간다. 좀더 빨리 송곳질을 한다. 썰매가 빨리 나갔다.
경완이는 팽이를 친다. 조심스레 쳤다. 쓰러지지 않고 돈다. 다시 조심스레 친다. 팽이가 얼음판 위에 섰다.
어느새 하루가 갔다.
묵은 대를 쪼개어 칼질해 다듬고, 창호지를 오려 붙였다. 오려낸 동그란 조각종이에 빨간 잉크를 발랐다. 그것을 연에 붙여 모양을 냈다. 위 아래 비율을 맞추어 끈을 맸다. 거기에 연줄을 이었다. 할아버지가 주신 노끈이었다.
연을 들고 집모퉁이 잔디밭으로 나갔다.
연이 오른다. 바람이 불었다. 연이 곤두박질쳤다. 삼촌이 다시 연을 띄웠다. 몸을 좌우로 흔들며 높이 오른다. 경일이가 연줄을 잡았다.
경완이가 따라다니며 조른다.
“나 줘, 나 좀 줘 봐.”
경완이가 쫓아온다. 경일이가 도망간다. 줄렁줄렁 춤을 추며 연이 따라간다. 떠오르며 도망간다. 경완이가 쫓아간다.
그러다가 연줄이 감나무 가지 끝에 걸렸다. 남아 있던 감 한 개가 떨어졌다. 하나 남았다.
“내 연!”
경완이가 잔디밭에 주저앉았다.
“하하하하.”
삼촌이 허리를 잡고 웃었다.
“이 감이나 먹어라.”
삼촌이 감나무 밑 나뭇잎들 속에서 홍시 한 개를 집어 왔다.
경일이는 감나무에 걸린 연만 바라본다. 줄을 잡아채도 끄덕도 않는다.
“더 흔들어 봐. 감이라도 떨어지게.”
삼촌이 소리쳤다. 까치만 날아갔다.
“난 몰라!”
이번엔 경일이가 잔디밭에 주저앉았다.
“별나라 왕자님들, 이게 웬일이야?”
삼촌이 말했다.
아빠와 엄마도 잔디밭에 나와 감나무 가지에 걸린 연을 바라보고 계셨다.
“춥지도 않니?”
엄마가 말씀하셨다.
강 정 규 님은 동화작가로 크리스챤 신문사 부사장을 지냈고, 지금은 "시와 동화" 발행인이며 햇순 편집위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