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규 연재동화 (2003.
4)
별난 별나라 (3)
거지 차림의 이웃 나라 임금님이 지나 가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웃나라에는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임금님이 있었다. 그러나 임금님 주위에는 수많은 벼슬아치들이 에워싸고 있었으므로 백성들은 행복하지 못했다. 임금님은 신하들을 내보낸다. 의사와 선생님과 사회 사업가들을 내보내어 온 나라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이들 암행어사들은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기 배를 채우고 백성들을 못살게 한다. 임금님은 몸소 온 나라를 둘러보기로 마음먹는다. 임금님이 이르는 곳곳마다 큰 잔치가 벌어졌다.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고 잔치가 베풀어졌다. 그런 구경거리면 으레 좋아하게 마련인 백성들은 거리고 쏟아져 나왔다.
“임금님, 만세!”
백성들이 만세를 불렸다.
“임금님, 만만세!”
어린이들도 소리치며 만세를 부른다. 그러나 임금님 행차가 지나가자 백성들은 또다시 불행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짜증을 낸다.
“나는 왜 이 모양으로 태어났을까.”
“나는 왜 임금님이 아니고 볼품 없는 백성일까.”
“하다 못해 임금님 곁에 있는 벼슬아치라도 됐으면 온갖 영화를 누릴텐데….”
임금님은 이러한 백성들의 생각을 모두 알아차렸다. 그래서 신하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짐은 당분간 왕궁을 떠나겠소. 짐은 백성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그들과 어울려 막일도 할 것이오. 날이 저물면 이웃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겠소. 그러면 언젠가는 백성들이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오.”
임금님의 말이 끝나자 예상했던 대로 시종이 나섰다.
“임금님, 그러다가 큰일나십니다. 백성들 가운데는 성질이 나쁘고 힘이 센 사람도 많습니다. 그들이 임금님을 때릴지도 모릅니다.”
시종이 말했다.
임금님은 잠자코 있었다. 임금님의 결심은 바꿀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자 다시 시종장이 일어섰다.
“임금님, 임금님께서 그렇게 하셔서 이웃의 몇몇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무엇이 변하겠습니까? 다른 마을에 사는 수많은 백성들은 어찌하시고요?“ 시종장이 임금님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손바닥을 맞부비며 말했다.
“짐은 경이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소.”
임금님이 말했다. 이번엔 시종장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백성들로 하여금 그들도 짐과 같은 일을 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오. 백성들도 그들이 받은 바를 이웃 사람에게 서너 사람이든 여남은 사람에게든 능력대로 다시 나누어주라고 하겠다는 말이오. 이렇게 모든 사람이 자기의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씩 전해 나가게 된다면, 얼마 안 가서 이 나라는 색다르게 달라져 있을 것이오. 민들레 꽃씨가 바람에 날아가 여기저기 뿌리를 내리고, 작은 꽃밭이 여기저기 생기다 보면 모두가 아름다운 꽃밭이 되듯이….”
임금님이 말했다. 임금님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벼슬아치들은 할 말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