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목사님, {개역}과 {공동번역}과 {표준새번역}을 비교해 가면서 읽다가, 삼하 20장
8-10절의 내용이 세 번역에 모두 달리 번역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배경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공동번역}
{표준새번역}
건성으로 읽어 가면 아무런 문제도 없이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것도 정독을 하다보 면 문제가 되어 걸리는 본문들이 있습니다. 특히 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아, 요즘처럼, 성서의 어떤 본문을 그림으로나 동영상으로 시각화하고자 할 때, 표현이 불분명한 본문은 그대로 노출되기 마련입니다. 권사님께서 지적하신 대로, 구약 사무엘하 20장에 바로 그러한 장면이 있습니다. 다윗에게 가장 큰 신임을 받던 군사지도자 요압 장군이 다윗의 노여움을 사서(삼하 18: 14-15), 2선으로 물러나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편으로는 자기의 동생 아비새 장 군에게 다윗의 용병 부대의 지휘권마저 빼앗기고, 다른 한 편으로는 민병대를 통솔하는 지 휘권마저 아마사 장군에게 빼앗기고 맙니다. 이 때 다윗 왕국에서는 반란이 일어납니다. 세바라고 하는 북쪽 지파 사람이 남쪽 지파 중심의 다윗의 권력 구조에 항의하여 북쪽 지파들을 규합하여 다윗과의 유대를 끊자고 합니 다. 그리하여 북쪽 지파 사람들이 다윗에게 등을 돌리고 세바를 따릅니다. 다윗 왕은 아마사 와 아비새 두 장군에게 이러한 반란을 평정해 줄 것을 명합니다. 요압은 이런 위기를 자신의 지위를 되찾을 기회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자기의 신복들을 데리고 동생 아비새 장군이 영도하는 군대를 따라 세바 반란군 토벌에 나선 요압 장군은 반 란군 평정을 위해 유다 군사를 징집해서 오고 있는 아마사 장군을 길에서 만납니다. 그 때 요압 장군은 아마사 장군을 살해할 음모를 꾸미고 있던 터였습니다. 요압 장군은 불투명한 권력 관계에 뛰어들어 자신이 강자임을 입증해 보이려고 경쟁자인 아마사 장군을 살해할 음 모를 꾸밉니다. 요압 장군은 군복을 입고 있었고, 띠를 띠고 있었는데, 그 띠에는 단검(短劍) 이 들어 있는 칼집이 메 달려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말 {개역} 본문에 따르면, 이 칼이 칼집에서 땅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합니 다. {공동번역}은 칼이 땅에 떨어진 것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표준새번역} 은 칼이 칼집에서 빠져나와 있었다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권사님께서 지적하신 대로 우리말 세 번역들을 비교해 보면 이렇게 차이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요압 장군은 아마사 장군에게 다가서서 오른 손으로 아마사 장군의 수염을 잡고, 입을 맞추려는 체 하면서 왼손으로는 칼을 뽑아 아마사 장군의 복부를 찔러 살해할 계획을 세우 고 있었습니다. 오른손으로 상대편의 수염을 잡는다는 것은 우리말 표현에서는 예외적이거 나 무례한 몸짓인데 반하여 주석들은 이것이 오른손에 아무런 무기를 들지 않고 평화의 인 사를 나누겠다는 몸짓, 곧 상대방이 안심하고 그의 접근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몸짓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요압 장군이 어떻게 아마사 장군이 눈치를 체지 못하도록 하면서 그의 복부를 공격할 수 있었겠느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개역}에 따르면, 이미 칼이 칼집에서 빠져나 와 땅 바닥에 떨어졌는데, 그것을 주어서 공격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개 역} 본문을 가지고 요압의 행동을 시각화하거나 동영상으로 만들려고 할 때에는 어떻게 연 출을 해야할 지 망설이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위 본문에서 보듯이 {공동번역}의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칼이 떨어졌다는 표현 이 없는데다가, 요압이 오른손으로는 아마사의 수염을 잡고 입을 맞추었고, 왼손으로는 칼을 끄집어내어 상대의 복부를 공격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개역} 본문에 있는 "칼이 빠져 떨어졌다"는 말이 {공동번역}에서는 왜 나타나지 않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됩 니다. 이것과는 달리, {표준새번역}은 요압이 오른손으로는 아마사위 수염을 잡고 입을 맞추 고, 그렇게 몸이 밀착된 사이, 왼손으로는 칼을 칼집에서 쉽게 빼어 공격할 수 있도록 미리 칼을 칼집에서 약간 헐겁게 빼놓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 가지 이해 중에 과연 어느 것이 맞는가 하는 것이 우리의 문제입니다. 대답 은 간단합니다. 히브리어 본문의 문자대로의 번역은 {개역}의 것이 맞습니다. 다만, 칼이 칼 집에서 떨어져 땅 바닥에 떨어졌는데, 그래서 그것을 다시 주어들고 상대의 복부를 공격할 수 없었을 터인데 어떻게 살해가 가능했느냐 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공동번역}이나 {표준새번역}은 번역 과정에서 사건 진행 절차를 적절하게 조정해 본 것입니다. {공동번역}은 요압 장군의 칼이 땅에 떨어졌다는 표현을 생략하고 있습니다. {표 준 새번역}은 칼이 칼집에서 빠져나와 땅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다만 칼집에서만 빠 져 나와 있어서, 요압이 아마사를 공격할 때 왼손으로 쉽게 그 칼을 뺄 수 있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요압 장군이 자기의 경쟁자 아마사 장군을 "형제"라고 부르면서, 한 팔로는 그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면서, 다른 한 팔로는 단검을 잡고 그를 찔러 살해하였다는 것입니다. 민영진 드림
민영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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