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 성서 난해구 해설 (2001. 9)

주 5 일 근무

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부총무)


          

질문

민영진 목사님께,

지난주간 모일간지에 한국의 한 기독교단체를 대표하여 한 대형교회 목사님께서 주5일 근무제를 반대한다고, 기독교는 그러한 제도에 대하여 영적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고 입장을 발표한 일이 있습니다. 그 글은 주 5일 근무제를 반대하는 이유로 다음의 세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첫째, 주 5일 근무제는 십계명에 위배된다. 하나님의 계명 중에는 "엿새 동안 힘써 네 모든 일을 하고 이레 되는 날은 안식일인즉 그 날을 거룩히 지키라"고 했다.
둘째, 주 5일 근무제는 향략 산업을 부추기고 소비성향을 크게 자극할 것이다.
셋째, 주 5일 근무제는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이 문제에 대하여 찬반 양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기독교 단체가 주5일 근무제를 반대한다고 하면서 십계명을 근거로 제시했는데, 과연 그것이 십계명을 우리의 삶에 잘 적용한 것인지를 여쭙고 싶습니다. 또 목사님의 사견도 듣고 싶습니다.

<구로동 궁금해 올림>


대답

궁금해 님께,

구로동에 사시는 것을 보니 노동자이시거나 가족 중에 노동자가 계신 분인 것 같습니다. 한 기독교 단체가 구체적인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기독교적 입장이라고 하면서 어느 한 입장을 지지하거나 거부한 것이 걱정스럽기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주5일 근무냐 주6일 근무냐 하는 것은 신학적인 문제도 신앙적 결단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각 나라의 여건과 정책에 따라서 결정될 문제이지요.

귀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기독교인 중에도 주5일 근무를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고, 비기독교인들 중에도 거기에 관한 의견은 얼마든지 나누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욱이 국가의 정책 결정에 헌법을 드려대듯 십계명을 실정법처럼 거론하고 드려대는 것은 기독교로서는 지혜롭지 못한 선교 방법 같습니다.

달리 헌법이 없이 전통적인 법이나 구약의 법을 실정법처럼 여기는 이스라엘의 경우도 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정통파 유대교나 기타 유관 단체에서 십계명을 들어 5일 근무제를 반대했다는 말은 못 들어 보았습니다.

차제에 저는 우리 기독교인들이, 노동을 하기 위해 쉬는 것이 아니라, 휴식을 하기 위해 노동을 한다고 하는 히브리 종교와 기독교의 인간 존중 개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스적 사고에 길들여진 우리는 으레 작업 시간은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쉬는 시간, 노는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지요. 그러나 히브리적 사고에서는, 모든 만물이 창조될 때 특별히 "거룩하게" 창조된 것 가운데 그 첫번 대상이 장소나 물건이나 사람이 아닌 "시간" 이었고, 시간 중에서도 창조 활동이 진행되던 작업 시간이 아닌, 창조 활동이 중단된 쉬는 시간이 "복 받은" 시간이고, "거룩하게" 구별된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쉬는 시간, 곧 휴식은 시간의 극치가 된다. 히브리 사상에서는 공간보다는 시간이 거룩하고, 시간 중에서도 일하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거룩합니다.

1 하나님은 하늘과 땅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을 다 이루셨다. 2 하나님은 하시던 일을 엿샛날까지 다 마치시고, 이렛날에는 하시던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셨다. 3 이렛날에 하나님이 창조하시던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셨으므로, 하나님은 그 날을 복되게 하시고 거룩하게 하셨다. (표준새번역 창 2:1-3)

흔히 우리는 일하기 위해서 쉰다고 생각하지만, 성서의 통찰에 따르면, 휴식하기 위해 노동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노동은 예사로운 일상생활이지만 휴식은 "하나님의 안식"에 초대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휴식이 노동을 하기 위해 힘을 축적하는 수단으로 전락되어서는 안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노동이 우리 인생의 목적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휴식은 삶 자체를 위한 시간이 기에 "거룩하고", "복된" 것입니다.

주 5일 근무제가 향락을 부추기고 노동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길 것을 염려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끊임없는 이윤(利潤) 추구와 휴식을 마다하는 탐욕도 향락만큼이나 문제라는 점에 우리는 착안하여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도적 휴식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貪慾)에 제동을 거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안식일을 지키는 유대인들이 안식일에 화폐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화폐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우상인 돈으로부터 독립을 다짐하며 사람이 돈의 노예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안식일 전 금요일은 일반적으로는 각자 가지 집안 일들을 합니다. 아이들을 돌보거나 집안 청소를 하거나 밀린 가사를 합니다. 그리고 토요일 안식일은 철저하게 쉽니다. 안식일에는 전 국민이 집단적으로 일제히 쉽니다. 버스도 기차도 운행되지 않습니다. 버스로 교인을 회당으로 실어 나르는 일도 없습니다. 유대교인들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동네 회당에 다닙니다. 회당의 업무 처리를 위한 회의 같은 것이 일체 없습니다. 완전히 쉽니다.

정통파 유대교 주부들은 안식일에는 요리(料理)도 취사(炊事)행위도 하지 않습니다. 금요일 해 지기 전까지 토요일 곧 안식일에 먹을 모든 음식을 미리 준비해서 따듯한 철판 위에 얹어 놓았다가 꺼내어서 먹습니다. 전등을 켜거나 끄거나 하는 일도 하지 않습니다. 최소한도로 필요한 노동은 "샤바트 고이(shabat goy)"라는 직업을 가진 이에게 시킵니다. "샤바트"는 "안식일"이라는 말이고 "고이"는 "이방인"이라는 말입니다. 경건한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유대교인들에게 금지된 일, 곧 난방을 줄이거나 소등하는 일 등을 대신 해주는 이방 사람을 고용했는데, 이러한 사람들을 그들은 "샤바트 고이"라고 부릅니다. "샤바트 고이"는 유대인 집의 현관 열쇠를 맡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임이 두터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중요한 점은 유대인들이 쉴 때는 이렇게 철저하게 쉰다는 사실입니다.

주5일 근무는 가정을 살리는 일에 공헌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 5일 근무제는 단순히 닷새는 일을 하고 이틀은 쉬자는 것이 아닙니다. 닷새를 직장에서 일했으면 이틀은 가정을 위해서 나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위해서 일과 휴식을 조화시키면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녀 노동자들이 주 5일 근무를 하게 되면, 바쁘게 놀러 다니는 이들이 왜 안 생기겠습니까 마는, 가정을 회복하는 일에 이틀을 쓰는 이들도 더 많이 생길 것입니다. 좋은 아빠와 좋은 엄마가 되는 일에 그 이틀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노동 때문에 자녀 가지기를 주저하는 이들도 주 5일제 근무가 제도화 되면 자녀를 낳아 키우는 일을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기존의 휴가 제도는 재조정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주 5일 근무제의 실시로 산업 생산에 지장이 발생한다면 기존의 휴가 제도는 필요에 따라서, 그리고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서 재조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우리 노동자들은 필요에 따라 주 7일을 노동하기도 하였고, 규정된 시간 외에 시간외 근무를 해 오기도 하였습니다. 노동자들이 시간외 근무를 거절한다면, 오히려 고용이 증대하고 직업이 창출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성경이 휴식에 대하여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종교가 노동만을 하고 휴식을 하지 않으면 사형으로 처벌한다는 조항을 가진 종교가 있습니까? "안식일은 너희에게 거룩한 날이므로, 너희는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 그 날을 더럽히는 사람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 날에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의 겨레로부터 제거될 것이다"(출 31:14). 구약성서 안에 이런 법은 있어도 엿새 동안 노동을 하지 않는 자를 사형에 처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만큼 휴식은 중요한 것입니다.

민영진 드림

민영진목사
편집위원, 대한성서공회부총무, 감신대교수(구약신학) 및 대한성서공회 번역실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