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서공회부총무)
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부총무)
질 문
민영진 목사님께,
복음서에 보면 예수께서 성전에 올라가서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장사판을 뒤엎으면서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현재 교회 내 에서는 선의(善意)의 목적을 가지고 무상으로 후원을 받거나 혹은 물건을 가져다가 약간의 이익을 부쳐 물건을 파는 특매장을 벌리는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 것도 성전에서 장사하는 행위인데 과연 이러한 행위가 성서적으로 용납되는 것인지 아니면 비성서적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분은 무상으로 기증을 받아 바자회를 열면 문제가 안 된다고도 합니다만 이것 또한 사는 행위는 없지만 파는 행위가 있기에(이익은 더 좋음) 비성서적인지요?
현실적으로 농촌에 있는 미자립 교회에서는 특산물을 서울의 큰 교회에 보내어 판매를 의뢰하여 교회 운영에 쓰고 있는 형편인데 이 또한 상행위인지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진정 예수님께서 상인의 상을 뒤엎으신 행위가 상행위(판매행위)를 했기에 그러신 건지 아니면 성전을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장소로 사용했기에 그러신 건지 궁금합니다.
실질 바자회는 개인의 이익이 아닌 선교목적으로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러나 목적은 좋으나 교회내의 판매행위 가 비성서적이라면 이 또한 의미가 없는 게 아닌지 궁금합니다.
홍순택 집사
홍순택 집사님께, 1) 교회에서 하는 일 하나 하나에 대하여 성서적인지 비성서적인지를 물어보시는 신중한 태도를 존경합니다. 2) 귀하께서 제기하신 문제는 불행하게도 누구나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3) 선교 목적으로 하는 개인적 이익을 목표로 하지 않는 판매 행위는 양해가 되고, 미자립 농촌교회에서 올라 온 농산물을 팔아주는 것은 상행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하는 것도, 보기에 따라, 그리고 '선교'라는 개념의 규정 여하에 따라 전혀 의미 없는 구분일 수도 있습니다. 4) 오늘날 개신교 일부에서 주일날 교회 구내에서 선교 목적의 바자회 형식으로든 농촌교회를 돕는 상행위의 형식으로든, 그 목적이야 어떠하든, 형식적으로는 판매(販賣)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볼 때마다, 그 선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 구내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이들을 내어쫓으시고, 환전(換錢)하는 이들의 상(床)과 제물(祭物)을 파는 이들의 의자(倚子)를 엎으신 것(막 11: 15-16)이 생각나서, 과연 이것이 합당한 일인지 아닌지를 묻게 됩니다. 5) 그러나 예수님 당시 성전의 바깥 뜰 한정된 구역에서 제사용 짐승의 판매 행위와 희생제물을 사거나 성전세를 내기 위한 환전은 성전 당국이 이미 허가한 일이었습니다.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이 절기를 맞아 성전에 제사를 드리러 올 때 그들의 편의를 봐 주기 위한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6) 그래서, 주일 교회 구내에서의 선교 바자회라 하더라도, 예수께서 성전을 '깨끗하게' 하신 그 정신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교회들은 이런 판매 행사를 일체 금합니다. 그런 교회들 중 더러는 주일에는 예배하는 것 외에 임원회를 하거나 목사 장로 권사 등의 안수식을 하는 행사까지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에 위배된다고 하여 금하고 있습니다. 7) 그러나 선교바자회 행사의 뜻을 이해하는 교회들은 교인들의 편의를 위해 그러한 행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8) 따라서, 이런 행사를 하고 안 하고는 어디까지나 신앙적 판단에 따라 자기 책임 하에서 결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예수님의 성전 숙청 사건과 관련지어서 오늘날 교회 안에서 이런 행사를 하고 안 하고를 판단하기에는 예수님의 성전 숙청 사건의 의미는 전혀 다른 데 있고 그 의미가 너무나도 중요하고 큽니다. 9) 끝으로, 그러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한 가지 점을 더 언급하고자 합니다. 예수께서 성전 구내에서 판매 행위를 하는 이들을 내어쫓으신 것은 '성전을 깨끗하게 하여', '성전'을 다시 '만민의 기도하는 집'으로 그 기능을 회복시키고자 하여 그렇게 하신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수께서는 이미 과일은 맺지 못한 채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심으로써 무화과로 비유되는 유대교의 종언(終焉)을 당신 자신의 '행위 비유'로 연출하신 바 있습니다(막 11:13-14). 이제 곧 이어서 성전에서의 매매 행위를 금지하는 매매자의 숙청(肅淸)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것은 한 편으로는 성전예배의 종언과 성전의 파괴를 예고하시고, 다른 한 편으로는 교회의 탄생을 예고하신 상징 행위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도래에 직면하여 성전은 이제는 더 이상 '만민의 기도하는 집' 일 수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설교하신 것입니다. 만민의 기도하는 집은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이 손으로 지은 이런 성전일 수 없습니다. '손으로 짓지 않은 다른 성전'(막 14:58), 곧 우리 주님 예수님의 부활과 그 부활하신 분을 통하여 세워지는 '그리스도도의 몸이신 교회'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하나님의 성전(聖殿)이요 하나님의 성령(聖靈)이 여러분 가운데 계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표준새번역} 고전 3:16). 우리의 성전을 깨끗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영진 드림
민영진목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