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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진 박사님,
지난 주 토요일 태국성서공회 일일세미나에서 "본문비평과 성서번역"에 관한 강연 재미있게 듣고 배운 바가 많았습니다. 민 박사님 강연과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번역 성서 사이에 나타난 번역상의 차이점이 있기에 그 배경을 알고 싶어서 이렇게 여쭙습니다.
여쭙고자 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요한복음 6장 69절의 번역에 있어서 우리 태국어 번역 성서에는 "우리는, 당신이 하나님의 거룩한 분이심을 믿고, 또 알았습니다."라고 되어 있는데, 영어 번역 중에서 제임스왕역본(KJV)에는 "우리는 당신이 바로 그 그리스도이시고,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드님이심을 확신합니다 (And we believe and are sure that thou art that Christ, the Son of the living God)"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 태국어 번역과 영어 번역 사이에 예수님에 대한 베드로의 고백이 서로 달리 나와 있는 이런 차이를 보면서 어느 번역이 맞고 어느 번역이 틀린 번역인지, 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 알고싶습니다.
방콕에서
로자나랏 두앙자이 올림
로자나랏 두앙자이 님께,
먼저 본문의 문맥을 더 확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떠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당신의 열두 제자들에게 물으셨습니다. "너희도 떠나가려느냐?"고.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였습니다. "주님,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겠습니까? 선생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이 하나님의 거룩한 분이심을 믿고, 또 알았습니다."(요 6:68-69) 라고 대답합니다.
1. 태국어 번역 성서와 KJV 번역 사이의 차이는 어느 번역이 잘 되고 잘 못 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두 번역이 서로 다른 그리스어 본문을 번역한 결과입니다. 태국어 성서의 "하나님의 거룩하신 분"은 그리스어 "호 하기오스 투 테우(ho hagios tou theou)"를 번역한 것이고, KJV의 "바로 그 그리스도,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드님"이라는 번역은 그리스어 "ho christos, ho huios tou theou zontos (호 크리스토스, 호 휘오스 투 테우 존토스)"를 번역한 것입니다.
2. 문제는 서로 다른 이 두 본문 중에 어느 것이 그리스어 신약의 원문이냐 하는 것일 것입니다. "호 하기오스 투 테우(ho hagios tou theou: 하나님의 거룩하신 분)"는 지금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그리스어 신약의 원문입니다. 다음과 같은 고대 사본이 그 증거입니다.
1) 3세기의 파피루스 신약사본 p75
2) 4세기의 대문자신약사본인 시내 사본 ( )
3) 4세기의 대문자신약사본인 바티칸 사본 (B)
4) 5세기의 대문자신약사본인 "지우고 다시 쓴" 에프라임 사본(C)
5) 5세기의 대문자신약사본인 프리어 복음서 사본 (W)
6) 5/6세기의 대문자신약사본인 베자 칸타브리기엔 사본(D)
7) 8세기의 대문자신약사본인 레기우스 사본 (L)
위의 일곱 사본에는 태국어 성서에 반영된 것처럼 예수님이 "하나님의 거룩하신 분" 곧 "하나님께로부터 오신 거룩하신 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3. 여기에 반하여, KJV의 원문인 "호 크리스토스, 호 휘오스 투 테우 존토스(ho christos, ho huios tou theou zontos - 그리스도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드님)"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유사한 변형이 다음과 같은 사본과 교부들의 글과 고대 번역들에 여러 가지로 나타납니다.
1) "그리스도"라고만 되어 있는 것도 있습니다. 220년의 터툴리안의 글에 인용된 본문입니다.
2) "그리스도, 곧 하나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되어 있는 사본도 있습니다. 200년경의 파피루스 사본 p66과 3-4세기경의 콥트어역과 4-7세기경의 시리아어역에 이런 본문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3) "하나님의 아드님"이라고 된 것도 있습니다. 5세기의 조지아어역, 9세기의 소문자사본 565, 12세기 소문자 사본 1010 등에 이런 본문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본래 요한복음 1장 49절에 나오는 나다나엘의 고백입니다. 예수께서 나다나엘이 당신에게로 오는 것을 보시고서,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일이 있습니다. 그 때 나다나엘이, 어떻게 예수께서 자기를 아시느냐고 예수께 여쭙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십니다. "빌립이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고 하시니까, 그 때 나다나엘이 예수께 말합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 나다나엘을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 (호 휘오스 투 테우)"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본들은 바로 이 본문으로 "하나님의 거룩하신 자"를 대치한 것입니다.
4)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드님": 5세기 조지아역, 258년의 키프리안의 글
5)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드님": 9세기 소문자 사본 565, 12세기 소문자 사본 1010. 이것은 본래 요한복음 11장 27절의 마르다의 고백입니다. 예수께서 마르다에게 그의 오라버니 나사로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씀하시자 마르다는 마지막 날 부활 때에 자기 오라버니가 다시 살아나리라는 것은 자기가 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마르다에게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어도 살고, 살아서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네가 이것을 믿느냐?" 물으시니, 그 대 마르다가 "예, 주님! 주님은 세상에 오실 그리스도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신 줄을, 내가 믿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위의 사본들은 바로 여기에 나오는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드님"이라는 말로 "하나님의 거룩하신 자"를 대치한 것입니다.
6) "그리스도,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9세기 대문자 사본 K, 8/9세기 대문자 사본 . 이것은 본래 마태 16장 16절의 베드로의 고백입니다. 예수께서 빌립보의 가이사랴 지방에 이르러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인자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습니다. 그 때 시몬 베드로가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십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K 나 같은 사본들은 바로 이 구절로 "하나님의 거룩하신 자"를 대치한 것입니다.
4.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본문 교정은 사본 필사 과정에서 필사자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마도 두 가지 이유에서 이 본문이 교정된 것 같습니다.
첫째 이유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자"라는 고백이 악한 귀신이 예수께 한 말이어서, 베드로가 이 말로 예수의 메시아이심을 고백한 것이 꺼림직 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어느 안식일에 회당에서 가르치셨는데, 그 때에 회당에 악한 귀신 들린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가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나사렛 사람 예수님, 왜 우리를 간섭하려 하십니까? 우리를 없애려고 오셨습니까?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압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거룩한 분입니다(막 1:24)." 여기에서 보듯이 "하나님의 거룩한 자"는 악한 귀신의 말입니다.
둘째 이유는 병행 구절인 마태복음 16장 16절에 보면 베드로는 예수님을 향해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메시아 고백을 한 바 있으므로, 요한복음서의 경우도 같은 베드로가 같은 예수님을 가리켜 같은 메시아 고백을 하는 것이므로 그것과 같게 교정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저의 과문(寡聞)의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마는 제가 가지고 있는 30여 종의 영어 번역 중에서 오직 KJV와 NKJV, 그리고 영의 직역(YLT)만이 이 부분 번역에 있어서 그리스어 원문인 "하나님의 거룩하신 분"을 반영하지 않고, "그리스도, 곧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드님"이라고 하는 교정 본문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귀하의 태국어 성경에 반영된 번역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모든 현대어 번역 성서에 반영된 "하나님의 거룩하신 분"이 올바른 원문의 반영입니다.
민영진 드림
민영진목사
편집위원, 대한성서공회부총무, 감신대교수(구약신학) 및 대한성서공회 번역실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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