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 성서 난해구 해설 (2002. 10)

단수에 왜 복수를 나타내는‘-들’이 붙는가?

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부총무)

민 영진 목사님께,

샬롬! [개역개정판] 역대상 2:31 “압바임의 아들들은 이시요 이시의 아들들은 세산이요 세산의 아들들은 알래요”에서 복수를 나타내는 “-들”이 모두 빠져야 하고, 오히려 ?개역개정판? 역대상 2:37 “르우엘의 아들은 나핫과 세라와 삼마와 밋사요”에서는 “아들”에 복수를 나타내는 “-들”이 붙어야 되지 않습니 까? 한국말에 복수의 개념이 좀 적어서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이 역대상 2:37에서 빠지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역대상 2:37에서처럼 단수에 복수 접미사 “-들”이 붙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이기동 올림


이기동 님께,

역대상 2:31과 관련하여 중요한 질문을 해 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개역]을 포함하여 기존 번역에서 단수이던 것을 [개역 개정판]이 복수로 고치고 그 설명을 난외에 일일이 할 수 없었던 것에 관해서도 양해를 구하는 바입니다. 아래에서 보듯이 우리말의 여러 번역에는 “압바임의 아들” “이시의 아들” “세산의 아들”이라고 하여 그 아들들이 모두 단수(單數)로 나와 있습니다.

[성경전서 개역한글판] 대상 2:31
압바임의 아들은 이시요 이시의 아들은 세산이요 세산의 아들은 알래요

[공동번역 성서] 대상 2:31
아빠임의 아들은 이스이, 이스이의 아들은 세산, 세산의 아들은 아흘래였다.

[성경전서 표준새번역] 대상 2:31
압바임의 아들은 이시이고, 이시의 아들은 세산이고, 세산의 아들은 알래이다.

그런데, [개역개정판]에는 다음 본문에서 보듯이 “아들들”이라고 복수로 나옵니다. 다만 각자의 아들들이 한 아들씩인데도 불구하고 “아들들”이라고 번역하니까 귀하께서 어려움을 느끼신 것입니다.

[성경전서 개역개정판] 대상 2:31
압바임의 아들들은 이시요 이시의 아들들은 세산이요 세산의 아들들은 알래요

압바임의 아들이 한 사람만 언급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압바임의 아들들은...”이라고 복수를 쓰는 것에 관하여, 이것을 그대로 번역 본문에 반영시킬지의 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끝내 이렇게 결정된 배후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1) 하나는 히브리어 원문이 “압바임의 아들들은 ...”이라고 복수로 되어 있기 때문이고, (2) 다른 하나는 압바임에게 여러 아들들이 있었는데, 여기에 다만 한 아들만 언급된 것일 가능성을 고려한 것입니다. 비록 한 아들만 언급된 경우라 하더라도 원문대로 복수로 번역하자는 견해는 그리스어 칠십인역(LXE)을 비롯하여 다음과 같은 여러 영어 번역에도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ASV 1 Chronicles 2:31 And the sons of Appaim: Ishi. And the sons of Ishi: Sheshan. And the sons of Sheshan: Ahlai.

KJV 1 Chronicles 2:31 And the sons of Appaim; Ishi. And the sons of Ishi; Sheshan. And the children of Sheshan; Ahlai.

RSV 1 Chronicles 2:31 The sons of Appaim: Ishi. The sons of Ishi: Sheshan. The sons of Sheshan: Ahlai. YLT 1 Chronicles 2:31 And sons of Appaim: Ishi. And sons of Ishi: Sheshan. And sons of Sheshan: Ahlai.

LXE 1 Chronicles 2:31 And the sons of Apphain, Isemiel; and the sons of Isemiel, Sosan; and the sons of Sosan, Dadai.

NAB 1 Chronicles 2:31 The sons of Appaim: Ishi. The sons of Ishi: Sheshan. The sons of Sheshan: Ahlai.

대상 2:31에서 원문이 복수로 되어 있어서 우리말로 “아들”로 번역해야 할 것을 “아들들”로 번역했다면, 역대상 2:37에서는 원문이 복수로 되어 있으니까 당연히 “아들들”이라고 했어야 했는데, 거기에서는 오히려 “아들”이라고 하여, ?개역개정판?이 자체의 통일성을 결여하였다고 지적하신 귀하의 견해는 옳습니다. 다만, 때로 개정자들은 개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을 ‘원문을 반영한다’는 이유로 잘 되어 있는 기존 번역을 개정하는 우(愚)를 범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도 그 좋은 예인 것 같습니다. 참고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대한성서공회에서 개정판을 낼 때에 귀하께서 지적하신 것을 심사숙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민영진 드림

민영진목사
편집위원, 대한성서공회부총무, 감신대교수(구약신학) 및 대한성서공회 번역실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