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서공회부총무)
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부총무)
민 영진 목사님께,
이런 것 여쭈어봐도 됩니까? 목사님께서는 우리말 번역 성경의 난해구절을 여러 번역을 대조해 가면서 늘 말씀해 주셨는데, 오늘 여쭙고자 하는 것은 성격이 조금 다른 것입니다. 누가복음 23장을 읽다가 내용에 좀 의문이 생겨서 여쭙는 것인데요, 예수께서 십자가 처형을 받으실 때 양옆에서 우리 주님과 함께 처형된
사형수들 중에서 한 사람에게 관심이 갑니다. 비록 “강도”로 처형되면서도 죽는 그 순간에 예수님께 간구하여 낙원을 허락 받은 것이 제 비위에 많이 거슬려서 목사님 말씀 좀 듣고 싶습니다. 그 도둑이 낙원을 훔친 걸 보면 그 자는 진짜 도둑임에는 틀림없네요. (제가 지금 쬐금 흥분했걸랑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대전 오혜선 올림.
오혜선 자매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가계부 적듯이 혹은 은행에 예금을 하고 일정 금액을 찾아 쓰고 남은 잔액이 얼마고, 하는 식으로 계산한다면, 여기 도둑의 낙원 요청과 예수님의 낙원 허락은 수학적 계산에서 벗어나지요. 평생을 올곧게 살다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잘 못된 길로 빠져들었을 때 평생 올곧게 산 것이 무효가 되고, 반대로 평생 잘못된 길을 걷다가 마지막 죽는 순간에 회개하여 구원을 받는다고 할 경우나 마찬가지이지요. “의인이라고 해도 죄를 짓는 날에는 과거의 의가 그를 구원하지 못하고, 악인이라고 해도 자신의 죄악에서 떠나 돌이키는 날에는 과거의 악이 그를 넘어뜨리지 못한다.”([표준새번역] 겔 33:12)는 것이 하나님의 논리입니다. 이 두 경우, 에스겔서에서 보는 의인과 악인을 대하시는 하나님의 논리나 복음서에서 보는 강도를 대하시는 예수님의 논리가 다 동일합니다. 그래서 합리적으로 생각하시는 자매께서는 이런 처사에 불만을 나타내신 것입니다. “낙원을 훔친 도둑”이란 표현이 참 재미있네요. 정말 도둑은 끝까지 도둑인 것 같습니다. 우리 같으면 염치가 없어서도 못할 일을 그 도둑은 거뜬히 해냈고 자신의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목숨이 넘어가는 그 최후의 순간에 그는 함께 죽어 가는 메시아에게서 낙원의 약속을 얻어냈습니다. 도둑은 도둑이라고 칩시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또 무엇입니까? 왜 그 도둑의 청을 그렇게 쉽게 들어 주시는 겁니까? 저는 이 도둑에게 별로 주목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자매의 질문을 받고 저도 같은 심정을 가지고 이 도둑 혹은 강도에 관한 생각을 깊이 하게 됩니다. 주석가들은 이 도둑을 이렇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 도둑은 1)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2)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3) 마땅한 형벌을 달게 받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4) 무엇보다도 예수를 참되고 실제적인 메시야로 믿고 깊은 신뢰심으로 그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찬송가 가사에도 있지요. 찬송가 519장 2절을 보면 “너는 기억하고 있나 구원받은 강도를 저가 회개하였을 때 낙원 허락 받았다”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이 찬송은 강도의 회개를 그가 구원받은 이유라고 보고 있습니다. 역시 자매께서는 이 답변에도 수학적으로 정확한 계산이 없다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정확한 답변을 못 드리는 것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같은 본문을 가지고 달리 생각한 이가 있기에 그의 생각을 자매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르헨티나의 시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 1994)의 시 중에 “누가복음 23장”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여기에 소개합니다.
민영진 드림
민영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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