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해석의 역사를 보면, 유대교에서나 기독교에서, 성서의 문자 뒤의 숨어 있는 의미 를 찾으려는 노력이 늘 있었다. 예를 들면, 성서가 오류가 없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거기 에는 모든 진리가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유대교의 경우, 미슈나 아보트 5장 25절 을 보면, 벤 바그-바그 (Ben Bag-Bag)라고 하는 한 랍비가 한 말이 인용되어 있다. "성서 를 이리 뒤져보고, 또 저리 뒤져보면, 그 안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Turn it and turn it again, for all things are in it.)". 이런 식으로 성서 안에서 문법적이고 문자적이고 역사적인 의미 외에, 숨어 있는 뜻, 어떤 비밀을 찾으려한 노력이 성서 해석 역사에서는 줄곧 있어 왔 다. 예를 좀 더 들면, 구약성서 정경 다니엘서 9장에 보면, 이스라엘이 70년 동안 황폐한 상 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예레미야의 예언을, 천사 가브리엘이, 그 예언의 숫자를 문자 그대 로 보지 않고 하나의 비밀 암호로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해부근에 살던 쿰란 공동체 역시, 성서는 그것이 보이고 있는 표면적인 의미보다는 숨어 있는 진짜 뜻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진짜 의미는 자기들은 모르고 의의 교사 한 사람만이 알고 있다고 믿었다. 이런 전통에서는 성서가 지닌 감추어진 진리를 찾기 위하여 영감 받은 성현들에게 의지하곤 하였 다. 일찍이 랍비 바이스만델이 모세 오경에서 등거리 문자 배열, 곧 본문에서 일정한 간격 마다 글자를 뽑아 만든 문자배열의 형태로 나타나는 단어나 구가 있다는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는데, 엘리야후 립스 팀의 "창세기 등거리 문자 배열"이라는 논문은 결국 바이스만델 의 주장을 입증하려 한 것이다. 랍비 바이스만델은 체코의 프라하에 살던 유대교 랍비였다. 그는 창세기에서 글자를 50개씩 띠어서 읽어 "토라"라는 의미 있는 낱말을 발견하였다. {출 애굽기}와 {민수기}와 {신명기}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토라"라는 글자를 발견했다는 것이 다. H. M. D. Weissmandel, Torath Hemed (Mt. Kisco: Yeshivath Mt. Kisco, 1958). 바이 스만델 자신은 이것을 공개적으로 공표한 일은 없다고 한다. 이 저서도 그의 제자들이 한정판으로 출판한 것이라고 한다. 그의 제자 가운데 랍비 아즈리엘 타우버가 주로 그의 스승의 바이블 코드를 소개하였다고 한다. 뉴턴은 우리에게는 최초의 현대적인 과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유대교 성서해석역사에서 는 성서 속에서 인류의 역사에 대한 예언이 숨어 있고, 그 예언을 간직한 암호를 찾으려 했 다고 한다. 뉴턴은 요한계시록 5장 1-5절과 다니엘서 12장 1-4절에 나오는 "봉(封)해진 책" 을 생각했고, 또 전체 우주가 '신이 만든 하나의 암호'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뉴턴은 성서에 서 "하나님이 만든 수수께끼, 성스럽게 미리 예정된 과거와 미래의 사건들을 읽고 싶어하였 다"고 한다. 뉴턴이 성서 속의 암호를 끝내 찾을 수 없었던 것을 마이클 드로스닌은 성서 속의 암호가 '시간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컴퓨터가 발명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고 한다. 엘리야후 립스에게 그러한 연구를 하도록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사람이 있다. 18세기 "빌나의 천재"로 알려진 유대교의 한 현자이다. 마이클 드로스닌의 방문을 받은 엘리야후 립스는 그에게 "빌나의 천재"가 한 말을 읽어주었다. "시간의 끝을 향해 있었고, 지금도 있 고, 앞으로도 있을 모든 것이, 처음 말씀부터 마지막 말씀까지 모든 것이 토라 속에 들어 있 다. 그것도 단순한 일반적인 의미로가 아니라 모든 종족과 모든 개인이 하나 하나 자세하게, 그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들에게 일어난 모든 것이 자세하고도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 다." 마이클 드로스닌이나 엘리야후 립스는 바이블 코드를, 다니엘서와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밀봉(密封)된 책"이 아닐까, '시간 자물쇠'로 봉해진 책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컴퓨터가 발명되면서 열릴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103쪽). 바이블 코드는 돌로 된 두 개의 판 에 십계가 쓰여진 것도 컴퓨터가 쓴 것일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 판은 하나님이 손수 만 드신 것이며, 그 글자는 하나님이 손수 판에 새기신 글자이다." ({표준새번역} 출 32:16) 라 는 절 속에 "그것은 컴퓨터가 만든 것"이라는 내용이 암호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109쪽). 성서와 컴퓨터 언어와 글자는 의사전달의 중요한 매체였다. 이제 컴퓨터 과학의 발달로 전자매체가 인 류의 지적 유산을 다룸에 있어서, 그것이 수행하는 자료 수집과 수집된 자료의 기억과 기억 된 내용의 다양한 분류가 엄청난 양으로 확대되고 세분화될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가 점 점 더 확대되는 기능을 가지고서, 기존의 정보와 지적 유산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예측되는 바였을 뿐 아니라 기대되는 바였다. 컴퓨터 과학의 등장과 함께 성서해석의 전통적 양상들이 이제 새로운 모습을 띄게 되었 다. PC 바이블이나, CD 바이블 자료가 역사적 비평적 성서 해석에 큰 도움을 제공할 수 있 듯이, 전자 매체의 활용은 종전의 신비적 성서 해석에도 영향을 강하게 미칠 수 있다는 것 은 미리 짐작하고 있어야 할 일이다. 바이블 코드는 바로 이 후자에 속하는 것이다. 아직은 수학자들과 신문 기자가 바이블이 어떤 숨어 있는 코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가까 운 시일 안에 종전의 신비적 성서해석가들이 이 방법을 쓰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 리는 그 동안 성경이 하나의 책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제 우리는 그것이 단지 한 가지 측면 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경은 하나의 컴퓨터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것은 립스 가 컴퓨터에 넣었던 단순한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원저자가 변화무쌍한 대화식 프로그램이 되도록 만들어진 그 무엇이다." (52쪽) 이처럼 성서의 기능을 확대시키고 있는 드로스닌의 말에서 우리는 벌서 이런 조짐의 시작을 본다. 앞으로 성서학계에서는 싫던 좋던 간에 이 문제를 하나의 과제로 다루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현재의 바이블 코드는 성서 본문에 대한 오용(誤用)이다. 구약의 히브리어 본문을 낱말 이나 문단 구분 없이 다 붙여 적고, 문법적인 구조를 지닌 문장을 읽지 않고, 히브리어 알파 벳 하나 하나를 개별적인 부호로 보아서, 상하 좌우 대각선 등 여러 방향으로 종횡으로 읽 어, 이미 알고 있고 예측할 수 있는 어떤 정보와 맞추어, 이것이 바로 그것을 예고한 것이라 고 말하는 식의 코드 해독이므로, 이것은 성서 바로 읽기에 대한 또 다른 기습이다. 제2랍비성서 마이클 드로스닌이나 엘리야후 립스 교수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이것이 그들의 결 정적인 실수이다. 그들이 신의 계시를 읽어낼 수 있다고 한 그 바이블 코드의 근거가 되는 히브리어 구약성서는, 그들이 생각한 것과 같은 그러한 히브리어 원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이 알파벳의 수(數)를 계산하고, 코드로 사용할 목적으로 낱말 간격을 없이하여 붙여 배 열한 그 히브리어 본문은 원문이 아닌, 16 세기에 여러 사본을 근거로 하여 재구성된 {제 2 랍비성서}이다. 이것은 10세기의 알렙포 사본, 11세기의 레닌그라드 사본, 혹은 기원전 3-2 세기경의 사해사본 등과 비교해 볼 때, 낱말의 수에 있어서나, 각 낱말을 구성하는 낱개 낱 말의 알파벳의 수에 있어서도 서로 다르다. 후대에 만들어진 절충본문을, 오류가 전혀 없는 히브리어 구약성서의 원문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근거하여 알파벳을 나열하고, 거기에서 어떤 암호를 읽어 내려한 것에서부터 벌서 신빙성과 설득력을 상실하고 있다. 드로스닌과 립스의 컴퓨터에 들어 있는 히브리어 구약 본문은 여러 종류의 사본 중에 하나일 뿐, 히브 리어 구약의 원본도 아니고 하나님이 친히 쓰신 친필 구약도 아니다. "성경의 구약은 적어도 천 년 동안 하나의 안정된 책이었다. 그 동안에 단 하나의 글자 도 변하지 않았다.... 기원 후 1008년에 쓰여진 완벽한 레닌그라드 구약 사본과 현존하는 히 브리어 성경 모두가 글자 하나 틀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컴퓨터 프로그램에 사용된 성경 은 즉, 내가 혜성과 목성이 충돌한 정확한 날짜 (1994년 7월 16일)를 발견한 성경은 적어도 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41쪽)는 마이클 드로스닌의 말은 틀린 진술이다. 히브리어 구 약성서는 본문이 사본마다 다르다. 사본마다 낱말의 철자가 다르고, 문체가 다르고, 때로는 내용마저도 약간씩 차이를 나타낸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바이블 코드를 형성하는 알파벳의 배열이 달라지고, 따라서, 등거리 읽기에 있어서도 한 사본에서 해독된 코드가 다른 사본에 서는 다른 의미를 지닌 코드가 되거나, 전혀 의미를 나타내지 않은 코드가 될 수도 있다. 립스와 드로스닌은 컴퓨터를 사용하여 수학적이고 통계학적인 최신의 과학적 방법으로 히브리어 본문을 코드화시키고 그것을 해독하기에 앞서, 그들은 먼저 히브리어 구약성서의 원본부터 찾았어야 했다. 그들이 사용한 히브리어 구약성서는, 위에서 이미 지적한 것처럼, 16세기에 만든 "절충본문"인 {제2 랍비성서}이다. 이것을 "절충본문"이라고 하는 까닭은, 이 것이 히브리어 구약성서의 원본도 아니고, 어느 권위 있는 성서 사본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 라는 점이다. 여러 개의 사본을 비교하면서 본문을 재구성한 것으로서 역사상 16세기 이전 까지는 한 번도 있어본 일이 없는 구약성서라고 하는 점이다. 읽기에 좋고 뜻이 잘 통한다 는 점은 있으나, 기독교의 성서학자들은 물론이려니와 유대교 계통의 성서학자들도 이것을 원본 성서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백보를 양보하여, 립스와 드로스닌의 착상에 정당성이 있다하더라도, 그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본문비평 과정을 거치든 또 다른 방법을 거치든 히브리어 구약성서 원본을 찾아 그 것을 입력하여 코드화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허구에 입각한 과학적 탐구는 과학적인 방법 자체에 대한 훼손이다. 다만, 아직도 그들 수학 자들에게 기대해 보고 싶은 것은, 현재까지 알려진 여러 종류의 토라 사본들과 본문비평을 거친 대표적인 몇몇 비평적 토라 편집을 제각기 컴퓨터에 입력하여 같은 방법으로 읽어보라 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서도, 저마다 이독(異讀)을 지닌 사본들이 모두 동일한 예고를 보여 준다면, 코드로서의 성서가 지닌 기능이 더욱더 설득력을 지닐 것이다. 눈먼 메신저 바이블 코드식 성서 읽기를 우리는 성서에 대한 오용(誤用) 혹은 오독(誤讀)이라고 말 했다. 그러면 성서에 대한 정독(正讀)은 무엇인가? 성서의 평문(平文)을 잘 보아야 할 것이 다. 그것을 잘 보지 못하면 성서는 우리에게 "밀봉(密封)된 책"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이사 야서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짧은 에피소드는 평신도들이 말씀을 위탁받은 그들의 설교자들 을 비웃고 있는 것을 잘 표현하고 있다. 너희의 예언자로 너희의 눈 구실을 못하게 하셨으니, 너희의 눈을 멀게 하실 것이요, 너 희의 선견자로 앞을 내다보지 못하게 하셨으니 너희의 얼굴을 가려서 눈을 못 보게 하신 것이다. 이 모든 묵시가 너희에게는 마치 밀봉된 두루마리의 글처럼 될 것이다. 너희가 그 두루마리를 유식한 사람에게 가지고 가서 "이것을 좀 읽어주시오" 하고 내주면, 그는 "두루마리가 밀봉되어 있어서 못 읽겠소"하고 말할 것이다. 너희가 그 두루마리를 무식한 사람에게 가지고 가서 '이것을 좀 읽어주시오' 하면, 그는 '나는 글을 읽을 줄 모릅니다' 하고 말할 것이다. ({표준새번역} 사 29:10-12) 성서의 기능 예수께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우리의 성서 연구의 목적에 관하여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너희가 성경을 연구하는 것은, 영원한 생명이 그 안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경 은 나를 증언하고 있다"({표준새번역} 요 5:39). 사도 요한은 그의 독자들에게 성서가 기록된 목적에 관하여 이런 말을 했다. "예수께서는 이 책에 기록하지 않은 다른 많은 표적도 제자들 앞에서 행하셨다. 그런데 여기에 이것이나마 기록한 목적은, 여러분으로 하여금, 예수가 그리스도요 하나님의 아들 이심을 믿게 하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표준 새번역} 요 20: 30-31). 모세는 이스라엘을 향하여 성서를 어떻게 대하여야 할지를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는 우리의 하나님이시요, 주는 오직 한 분뿐이시다. 너희는 마음 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내가 오늘 너희에 게 명하는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언제든지 가르쳐라" ({표준새번역} 신 6:4-8). 모세는 그의 백성에게 성서의 말씀이 지닌 뜻을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하였다. "주께서 너희를 낮추시고 굶기시다가, 너희도 알지 못하고 너희의 조상도 알지 못하는 만나를 먹이셨는데, 이것은, 사람이 먹는 것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주의 입에서 나오 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는 것을, 너희에게 알려주시려는 것이었다." ({표준새번역} 신 8:3) 요한은 신도들에게 성서를 연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하나님과의 사귐, 그리스도와의 사귐, 신도들끼리의 사귐이라는 말로 함축적으로 말하고 있다.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여러분에게도 선포합니다. 그것은 여러분으로 하여금 우리와 서 로 사귐을 가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또 아버지의 아들 예수 그 리스도와의 사귐입니다"({표준새번역} 요일 1:3). 비록, 바이블 코드가 예언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사도 바울의 다 음과 같은 권면을 이 시대에 다시 새겨야할 것이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방언으로 말을 할지라도, 내게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이 나 요란한 꽹과리가 될 뿐입니다. 내가 예언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또 내가 모 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또 산을 옮길만한 모든 믿음을 가지고 있을 지라도 내게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표준새번역} 고전 13: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