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cle C. 오순절 후 아홉째 주일(2001.8.5)
* 성경본문 - 누가복음 10 : 38 - 42
38 그들이 길을 가는데, 예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다. 마르다라고 하는 여자가 예수를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39 이 여자에게 마리아라고 하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의 발 곁에
앉아서 말씀을 듣고 있었다. 40 그러나 마르다는 여러 가지 접대하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마르다가 예수께 와서 말하였다. "주님,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십니까? 가서 거들어 주라고 내 동생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41 그러나 주께서는
마르다에게 말씀하셨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너는 너무 많은 일로 염려하여 들떠있다. 42 그
러나 필요한 일은 하나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하였다. 그러니 그는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표준새번역)
* 해설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 이야기는 요한복음에도 나오지만 오늘의 본문은 누가복음의 독특한
자료입니다. 이 이야기는 듣는 이들이 저마다 편리하게 해석하기 쉬운 면이 있습니다. 두 자매
가운데 하나를 자신과 동일시하려는 사람도 있고, 요즘은 특히 봉사를 강조하려는 경향 때문에
마리아를 제쳐놓고 마르다를 부각시키는 사람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각기 성향과 처한 입장에
따라서 단순하게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우선은 이 본문의 자리매김을 재확인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의 본문은 저 유명한 '착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와 '주의 기도' 사이에 들어 있습니다.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하고 묻는 율법교사나 그와 같은 사람들에게 예수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
십니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이처럼 사랑을 실천하고 봉사하는 것을 말씀하신 대상은 말로
만 따지고 들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적 허위성에 빠지거나 율법주의와 관념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사람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에게 봉사하되 말씀을 소홀히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의 본문에서는
마르다가 그 표본으로 나타납니다. 자신이 음식을 장만하느라 열심히 일할 뿐만 아니라 예수의
말씀을 듣는 마리아까지도 자신과 똑같이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봉사와 말씀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생기는 문제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합니다.
'많은 일로 염려하는 것'도 좋지만 '필요한 것은 하나뿐'임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하였다."라고 선언하시는 예수를 통해, 우리는 조용히 예수 곁에 앉아 말씀을 경청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재확인하게 됩니다. 믿음을 사랑으로 나타내는 사마리아 사람
과 내적 균형과 조화를 이룬 영성의 참 모습을 드러내 줍니다.
* 공동연구
1. 본문을 각기 다른 번역으로 비교하며 낭독하십시오.
2. 각자가 개인적으로 눈을 감고 명상하십시오.
3. 마르다는 열심히 시중드는데 마리아는 '말씀을 듣고 '있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흔히 어떻게 비칠까요?
4. 예수께 와서 말씀을 드리는 마르다의 태도를 여러분은 어떻게 봅니까?
5. 마리아처럼 '좋은 몫을 택 '하려면 오늘 우리는 무엇을 구체적으로 회개하며 결단해야 할까요?
* 오순절 후 아홉째 주일
시 15 / 창 18:1-10(11-14) / 골 1:21-28 / 눅 10:3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