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0. 2)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18

-일상생활의 깊이와 거룩함을 배양하는 길잡이-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신화 속에서, 때때로 저주는 극적으로 성취된다. 이번 경우에 여신 네메시스는 기도를 듣고 응 답하기로 결심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스토리의 다음 단계로 안내된다. 거기서는 한 눈에 봐도 자 만에 대한 벌을 주는데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르시서스는 연못에서 변화시키는, 목숨을 위협하는 정신병의 에피소드를 겪게될 찰나에 있다. 그러나 신의 간섭은 중추가 되는 행동을 깨 는 신호가 되어 노이로제는 고통스러운 혼미로 녹아들기 시작한다. 나르시시즘을 신이 되는 작업 은 자각과 자기애를 중심으로 나타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정체성은 한층 더 혼란스럽고 유동적 으로 될 수 있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그 젊은이는 연못으로 다가가는데, 물이 어찌나 잔잔하고 매끄럽던지 인 간이나 동물 그 누구도 결코 휘저은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주위는 차갑고 어두운 나무 숲으로 둘 러 쌓여 있다. 나르시서스가 물을 마시려고 물위에 머리를 갖다 대었을 때 물 위에서 그는 자신 의 이미지를 보았는데, 그의 눈길은 얼어붙었다. 오비드가 묘사하기를 나르시서스는 그 광경을 보 고 매혹되어서 마치 대리석을 깎아 만든 듯이 그리고 특히 상아로 조각해 놓은 듯이 느꼈다. (나 르시시즘의 주요 특징인 단단함의 이미지를 주목하라.) 전에도 그를 원했던 젊은이들처럼 나르시 서스도 이 모습을 갖추기를 대단히 갈구하였던 것이다. 그는 물속으로 다가갔으나 그 모습을 붙 잡을 수가 없었다. 오비드가 말한다. "그대가 찾고 있는 것은 아무 데도 없다. 머리를 돌려라. 그 러면 그대가 사랑하는 것을 상실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 증후가 성취되는 시초를 본다. 영혼도 없고 사랑도 없는 자신에 몰입하는 나 르시시즘은 점점 더 깊은 자체의 버전 속으로 들어간다. 진정한 고요함(정밀)과 자신에 대한 경이 와 자신의 본성에 대한 명상이 된다. 처음으로 나르시스트가 - 스토리 속에 나오는 주요 이미지 로서 -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한다. 이전에는 자신에게 몰두하는 것이 공허하였으나 이제는 경이로 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제 변화를 거듭하며 그 자체의 버전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서 나르시 시즘은 더욱더 실체를 드러낸다. 나르시시스트는 실제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기를 좋아하지만 영혼으로 변화하는 순간에만 그는 더 깊은 내면의 반사됨(성찰)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나르시서스 처럼, 나르시시스트도 자신의 명상을 위한 자신의 이미지가 필요하다. 그것만이 더 얕은 자화자찬 의 행동으로 이용한 문자 그대로의 거울보다는 뭔가 좀 더 효과적이고 영혼이 충만한 것이 된다.
나르시시즘이 성취되는 이미지는 문자 그대로의 것이 아니라 그것은 거울에서 보는 이미지가 아니다. 매디슨 애비뉴에서나 말하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다. 투사시키기를 원하기는 하지만 자 아상도 아니고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도 아니다. 나르시서스가 보는 이미지는 새로운 것으로서, 한 번도 전에 본 일이 없었던 것이요, 뭔가 "다른"것으로서, 거기에 홀리고 매료된다. 오비드는 말한 다: "그대가 찾는 이미지는 아무 데도 없다." 의도적으로 찾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햇볕이 밝 게 비추지 않고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닫지 않는 숲 속에 있는 연못에 느닷없이 가야 되는 것이다. 나르시스트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그가 갈망하는 자기 수용(self-acceptance)은 강제하거나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견되어야 한다. 나르시시스트가 흔히 서성대는 것보다는 더 깊이 안으로 파고드는 내향적인 곳에서 발견되어야 한다. 뭔가 내적인 물음이 있어야 하고 심 지어는 혼동까지도 있어야 할지 모른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하고 스 스로 묻는 지점까지 가야 할지 모른다.
나르시서스가 물 속에서 자신의 새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은 특히 암시적이다. 그의 타고난 권 리로서 그의 특별한 본질로서 이런 요소 안에서 그는 자신의 뭔가를 발견한다. 나는 나르시서스 의 물을 어떤 상징으로 취급하면서 말하기를 이것이 무의식이라든가 어머니의 자궁이라든가 아니 면 그밖에 뭐라고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 이미지에서 직접 반사시켜 보는 것이 더 좋다. 이 를테면, 내 안에 이 연못 같은 뭔가가 있는가? 내게 깊이가 있는가? 나의 느낌이나 생각이 짓밟 힌 길에 벗어난 어딘가에 연못처럼 고여든 것이 전적으로 고요하고 어떤 손길도 닿지 않는 곳이 있는가? 내 안에 어딘가 젖어 있는 곳이 있는가, 삭막한 지성의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촉촉한 느 낌과 인간의 영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녹색의 비옥한 그늘진 상상력이 있는가? 내가 성찰의 자 리에서 붙을 수 있는 드문 순간에 나를 발견하여 거기서 틈을 내어 몽상하고 경탄해 마지않으며 익숙하지는 않지만 결국은 내 자신의 얼굴을 일별할 수는 있는가? 그렇다면, 나르시서스의 신화, 나르시시즘의 치료는 내 안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가 다음으로 전해주는 것은 어떻게 나르시서스가 동경을 그가 발견한 이미지가 결합되는 것을 느끼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 그가 쫓아버린 애인들처럼 그는 수척해지며 고통을 겪는다. 사 람들은 그가 비탄에 잠겨 에로스처럼 되어서 자기 몸을 잃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한 다. 그러나 의심의 여지가 없이 그의 정서적 고난 속에는 강렬함이 있다. 그는 나무들에게 말한 다. "일찌기 누가 나처럼 동경을 많이 한 사람이 있었나?" 자연에게 말은 건네는 것은 그의 비탄 이 그에게 영혼에 대한 새로운 관계를 열어 준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영혼이 현존할 때 자연은 살 아 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나무들에게 말하는 것-나르시시즘은 치유하는 매우 구체적인 부분이 아닌 가하고 생각한다. 이른바 "생명 없는" 세계를 대화에 끌어들임으로써 우리는 세계의 영혼을 인정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의식이 인간의 것은 아니다. 그런 생각 자체가 나르시시즘적인 신념이다. 우리가 세계를 향하여 말을 할 때 우리가 세계 속에 인격을 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심리학자가 말한다면, 그 심리학자야말로 마치 인격과 영혼은 다만 인간의 주제에만 속하는 것처럼 자기 도 취적으로(나르시시즘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상상력 안에서 하는 모든 일이 마치 거울로 된 집안에서처럼 우리 자신에게로 튕겨 온다면 거기에는 영혼은 없고 오로지 "나"와 "나로 인한 산물"(me-products)로서 투사(projections)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동 경은 명료화되는 것이 아니라 끝도 없고 열매도 없는 욕망의 만족 속에서 오로지 실행될 뿐이다.
제임스 힐먼은 동경에 대하여 글을 썼는데 동경이 영혼 그것도 특히 젊은 영혼(puer)의 중요한 활동처럼 썼다. 우리 속에 있는 젊음이 수척해지며 애타게 그리워하며 동경한다. 그 젊음은 분리 (별거)를 예리하게 느끼며 고통스럽게 집착(애착)을 소원한다. 그래서 심화가 암시되듯이 우리가 새롭게 형성되기를 상상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압도적인 욕망을 느낄 때 우리는 나르시시즘의 치유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국가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이런 통과의례를 거칠 수 있다. 미국 은 기회의 신세계(New World)이자 세계를 위한 도덕적 등대(beacon)가 되고자 하는 위대한 동경 을 지니고 있다. 미국은 자신의 이와 같은 나르시시즘적인 이미지를 성취하기를 동경하고 있다. 동시에 현실과 그런 이미지 사이의 거리를 인식하기란 고통스러운 일이다. 미국의 나르시시즘은 강하다. 그것은 세계 앞에 퍼레이드로 펼쳐지고 있다. 만약에 우리가 그 나라를 어디에 올려놓고 보면 나르시시즘이 미국의 가장 명백한 증후임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나르시시 즘은 이렇게 전전으로 중요한 신화가 실생활 속에 나타날 수 있다는 약속을 지니고 있다. 다른 말로 바꾸자면 미국의 나르시시즘은 순전한 새로운 비젼이 지닌 세련되지 않은 젊은이(puer)의 정신이다. 트릭은 다름 아니라 심한 자기도취(self-absorption)가 세계와 더불어 사랑의 대화를 나 누는 데로 변화할 수 있는 변화의 물로 나아가는 길을 찾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