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생활의 깊이와 거룩함을 배양하는 길잡이 -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그러나 증후를 통하여 찾는 길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르시서스는 물 속에 있는 이 소년이
아주 얇은 피막을 사이에 두고 자기와 갈라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때문에 고통을 당하여 연
못가에 누워 있다. 그 얼굴이 그토록 가까이 있으면서도 손이 닿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생각
속에 갇혀 있는데 한가지 깨달음이 스쳤다. "바로 나구나!" 그는 커다란 놀라움 속에서 말한다.
이 시점까지는 그가 그토록 사랑하였던 그 얼굴이 자기 자신의 얼굴인 줄을 몰랐던 것이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요점이다. 나르시서스는 물 거울에 비쳐진 사람을 사랑하면서 딴 사람으로 생각하였으나, 사실은 자신이었던 것이다. 나르시서스는 자신의 어떤 익숙한 이미지에 붙들려 있 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동일시하는 표면의 이미지를 사랑한다. 그러나 나르시서스는 그만큼 사랑 할 만한 다른 이미지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한다. 그 이미지들은 바로 아이덴티티의 근 원인 연못 속에 있다. 나르시시즘의 치료는 확실히 영혼을 돌보는 한가지 길로서, 바로 이와 같이 다른 이미지들을 향하여 열려 있다. 신경증의 나르시서스와 같이 나르시시즘은 단단하여 뚫고 들 어가기가 힘들다. 그러나 연못가에 있는 나르시서스는 자기의 자연스러운 습기를 회복한다. 꽃이 그렇듯이, 그는 유연해지고 아름다워지고 심을 수 있게 된다.
묘한 점이다. 나르시서스는 그 자아를 대상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울 때에만 자기 자신을 사랑 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이제 딴 사람으로서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것은 자아가 자아 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이 이야기가 또 한번 묘하게 발전하면서, 나르시서스는 죽음에 대한 생 각을 품기 시작한다. 그는 말한다. "이제 비탄 때문에 내 기운은 점점 쇠약해지고 나에게 남은 것 이라고는 짧은 수명밖에 없구나. 나는 인생의 전성기에 끊기는구나." 우리는 모든 개시와 모든 통 과제의 속에 묻혀있는 미스테리로 이끌려 간다. 즉, 이전의 존재 형식은 진짜 죽음으로 느껴진다.
죽음(dying)의 여러 가지 이미지는 우리 자신의 나르시시즘의 움직임과 같이 간다. 즉, 그 단단 한 껍질을 쓰고 있는 소년은 그의 실존에 굴복해야 한다. 나르시시즘을 통과하는 유일한 길은 치 명적 상처, 즉, 우리가 이미 세웠고 또 그토록 주의를 기울이며 유지해 온 자아투사(I-project)의 끝장을 느끼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은 환상 속에서 품었던 자신에 대한 엄청난 기대를 문자 그대 로 성취한다고 해서 치유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이 패해야 "다른 것"이 나타날 수 있다.
나르시서스 신화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살아낼 수 있다. 때때로 그 연못이 다른 사람 속에 나 타날 수도 있다. 그 사람 속에서 바로 내가 사랑하고 또 내가 되고 싶은 이미지를 인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나이며 또 내가 아닌 (not-me)이미지와 그렇게 우연히 만나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인생은 결단코 또다시 똑같을 수가 없는 법이다. 이제까지 나였던 '나'는 빠르게 저하될 수 있고 마침내 자기 변화의 과정에 굴복한다. 나르시시즘은 당근처럼 일생을 통하여 우리를 한 가지 바람직한 '자아'에서 또 다른 자아로 이끌어간다.
치료 과정에서 때때로 "내 생각에 나는 치료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환자가 말하게 되는 순간에 도달한다. 그런 언표에서 우리는 나르시시즘적인 어조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르시서스 가 말하고 있다고 하는 편이 더 낫다. 이 사람의 상상력이 일단 회전하여 아마 연못을 발견했을 수 도 있고, 그 연못에 반사된 어떤 이미지 -치료의 신(The Therapist)-를 보았을 수도 있는데,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좋아하고 또 그 신화를 대변한다. 내 자신 상담치료사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그런 언표를 정확하게 신화로서 키워주려고 한다. 나는 나르시서스와 나르시 시즘을 혼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특히 후자 때문에 속상하게 되면 더욱 그렇다. 그런 순간 이 결정적일 수도 있다. 그것이 생명의 새로운 가지가 뻗기 시작하는 것일 수 있으며, 결코 가볍 게 봐 넘길 일이 아니다.
모비는 다음으로 그의 상상을 불의 요소로 바꾼다. 첫째 나르시서스는 비탄에 잠겨 가슴을 치 는데 그의 피부는 마치 사과가 빨갛듯이 "묘하게 빛나게 된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약한 열 앞에 서도 녹아 내리는 초와 같이, 아침 햇살에 녹아버리는 서리처럼, 나르시서스는 숨은 사랑의 불꽃 으로 인하여 사라져 버린다. 사랑의 불은 이전의 나르시서스의 특징으로 되었던 냉기를 쫓아버린 다. 이 이야기에 대한 신학적 해석은 자기애(self-love)를 부정적으로 보기 위하여 그 이야기를 도 덕적 증거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실상은 이 이야기가 보여 주는 것은 사랑이 변화의 요인이라는 점이다. 따듯하게 덥혀 주는 사랑이 영혼을 창조한다.
나르시서스는 연못가의 풀밭에 머리를 누이고 있다가 슬며시 지하세계로 사라져서는, 거기서 스틱스(styx)강물에 떠 있는 그 이미지를 계속해서 응시한다. 우리의 이미지들, 특히 삶 속에서 나타나고 변화의 에피소드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런 이미지들은 우리와 함께 영원히 머문 다. 일단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품게 되었을 때, 그것은 잠재적으로 항상 우리가 응시하게 되어 있다. 누구라도 우피찌 미술관(Uffizi Gallery)에 찾아가서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Primavera)"를 보고 나면, 일생동안 그 꿈을 꾸거나 미의 척도로 그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어떤 순간의 생각이나 대화 속에서 불현듯이 그것이 나타나서 그의 영원한 현존을 상기시켜 준다.
이 신화의 한 부분이 암시하는 것은 우리가 삶 속에서 우리에게 다가온 이미지를 보살피거나 보존하는 일을 통하여 우리의 나르시시즘으로부터 계속하여 영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것은 예술 요법이나 일기 쓰기의 기초가 된다. 변화를 일으키는 어떤 이미지들의 머물 집을 마련 하는 것이다. 어떤 사진이나 묵은 편지들이 연못물과 관련 될 수도 있다. 문화적으로 말하자면, 물론 우리는 희곡, 회화, 조각품과 지난 여러 세기의 건축물들에 의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자 신의 심층으로 초대된다. 예술이 나르시시즘의 치료법이 될 수 있다. "큐레이터"(curator)와 "치 료"(cure)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우리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큐레이터가 됨으로써 우리는 우 리의 영혼을 돌본다.
모비드의 이야기는 화려한 디테일로 끝을 맺는다. 그의 동지들은 그의 시신을 찾으려 하나 끝 내 찾지 못한다. 그 자리에서 그들은 중심은 노랗고 꽃잎은 하얀 꽃 한 송이를 발견한다. 우리는 여기서 단단하게 굳은 대리석과 같은 나르시시즘이 부드럽고 유연한 결을 지닌 수선화(나르시시 스)로 변화되는 것을 본다. 르네상스기의 박사(magus)가 암시하는 것은 필경 나르시시즘의 순간 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집 주변에 신선한 수선화를 많이 갖다 놓고 우리가 미스테리 속에 들어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엄격한 굳은 자기견제(self-containment)에서 시작되는데 끝은 성격이 꽃 피우는 것으로 맺어진다. 영혼의 돌봄은 증후 속에 있는 신화를 볼 것을 요청하 는 바, 나르시시즘의 단단한 표피를 뚫고 나온 꽃이 있음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 신화를 알면, 우리는 그 증후를 끌어안을 수 있고, 정신의 질환이 그 자체의 치료가 될 수 있는 신비한 법칙이 되는 뭔가를 일별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