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0. 8)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24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우리가 이해하기로는 사랑이 공동체 전체의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프로이드가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 내가 약 15년 전쯤에 꾸었던 꿈을 회상한다. 내가 어떤 큰 침실에 있었는데, 내가 평생에 알지 못했던 미인이 함께 있었다. 나는 주의가 산만하기 때문에 밝 은 불빛을 끄고 싶었다. 나는 벽에 붙은 긴 스위치를 찾았는데 거기에는 단추가 약 20개 있었다. 하나를 누르니까 어떤 불은 꺼지는데 다른 불들은 켜졌다. 나는 단추들을 누르고 또 눌렀는데 내가 원하는데로 어두움을 성취하지는 못하였다. 마침내 나는 포기하고 말았 는데 그러고 나니까 사람들이 떼지어 그 침실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가망이 없었다. 나 는 그토록 갈망하던 어두움도 프라이버시도 가질 수가 없었다.

사랑은 맹목성과 순수한 몰입과 복잡한데서 해방되는 자유를 바라는데, 이런 사랑에 빠 지는데는 뭔가가 있다. 그 꿈속에서 나는 평범하고, 티없이 순수한 사랑에 어떤 영혼의 모습 도 끼어 드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물론 어떤 빛도 원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바란 것은 순수한 무의식과 절대적인 어두움이었다. 사실상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더 복잡해질 때, 서로에 대한 생각이나 어떤 상황이 전개되는 가에 대한 생각을 간직하게 되는 것은 어떤 희 생 제물처럼 느껴진다. 영혼이 역사나 그 밖의 다른 복잡한 문제를 안고 개입하게 하는 일 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한 때 나는 어떤 여성과 함께 일을 했는데 그는 막 결혼할 참이었다. 당시에 그는 일련 의 어지러운 꿈을 계속 꿨는데, 꿈속에서 그의 오빠가 끈질기게 결혼을 간섭하는 것이었다. 그 오빠는 여동생을 사랑했고, 여동생이 결혼하면 자기와의 친밀한 관계가 끝날터이니까 그 결혼을 깨려고 작심하였다. 그 여인은 자신도 오빠를 사랑할 뿐 더러 오빠와 자신의 약 혼자와 동시에 결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식의 깜짝 놀랄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나에게 말 해 주었다. 그의 감정이 그토록 강렬한데, 특히 재미있는 것은 실제로 삶 속에서 그에게는 오빠가 없었다. 오빠는 바로 그 여인의 강력하고 적극적이며 간섭하는 영혼의 모습이다. 오 빠는 명백히 그 여인에게 성찰하고 물음을 물을 기회를 주고 있었다. 융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오빠는 비판하며 잠시 중지시키는 식으로 값진 아니무스(animus)를 적극적으로 드러내 는 모습으로 작용하였다. 오빠는 동시에 영혼의 대표로서 인간의 사랑이란 겉으로 나타나듯 이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님을 여동생에게 상기시켰다. 결혼에 관한 에세이를 쓰면서, 융은 말하기를 사랑에는 늘 네 사람이 관여한다. 즉, 사람과 애인과 아니마와 아니무스로서 관여 한다. 그러나 이런 꿈들이 암시하는 것은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결혼 첫날 밤에 관여하 고 현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드에게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일반적인 원칙이 한 가지 있는데, 사랑이 상상력을 폭발시켜서 비범하게 작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상상"에 젖어들게 된다. 문자 그대로 일상생활의 염려들과, 이제의 걱정 같은 것이 사랑의 공상이 이어지면서 실제 로 사라진다. 상상의 세계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구체적 현실은 슬그머니 뒤로 물러선다. 그래서 사랑의 "숭고한 광기"는 편집병(paranoia)이나 다른 분열증 같은 마니아에 가깝다.

이 말이 그렇다면 우리가 이런 광기를 치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인가? 로버트 버튼 (Robert Burton)은 17세기에 쓴 그의 큼직한 책으로, 독자 스스로 돕는 책인 "우울증의 해 부학"(Anatomy of Melancholy)에서 말하기를 사랑의 우울증을 치유하는 길은 하나 밖에 없 다 ; 즉, 멋대로 사랑에 빠지는 길 밖에 없다. 오늘날 일부 저자들은 낭만적인 사랑은 환 상이며, 우리는 그것을 불신할 필요가 있고, 우리가 재치 있게 굴어서 길을 잃지 않아야 한 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경고는 영혼의 불신을 배반한다. 우리는 환 상에 빠지지 않고 인생에 집착하는 사랑으로만 치유될 필요가 있다. 모르긴 하지만, 사랑의 한 가지 기능은 우리에게 빈혈증적인 상상력을 치유하고, 낭만적인 애착을 텅 비우고 이지 (reason)에만 푹 빠지는 인생을 치유하는 것이다.

사랑은 우리를 풀어놓아 거룩한 상상의 영역 속에 들어가게 하는데, 거기서 영혼은 확대 되고 초현실적인 갈망과 필요를 상기하게 된다. 애인이 자기의 연인 때문에 부풀어 오르게 되면 그의 결함을 인정하는 데는 실패하게 된다. "사랑은 명목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 우도 가능하다. 사랑 때문에 사람은 상대방에게서 진정으로 천사같은 본성이나 거룩한 후 광을 볼 수 있게 된다. 확실히 일상 생활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광기요 환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계몽주의나 합리주의 철학과 심리학에 집착하던 손을 놓기만 하면, 우리는 삶 속에 광기, 플라톤의 말을 빌리면 "거룩한 흥분"(divine frenzy)으로 들어오는 영원의 관점을 감상 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사랑은 의식을 꿈의 상태로 가까이 끌어다 준다. 그런 의미에서, 마치 꿈이 시적으로, 암시적으로, 명백히, 그리고 애매하게 드러내 주듯이, 사랑은 왜곡하기 보다는 드러내기를 더 많이 한다. 만일 우리가 사랑에 관한 플라톤의 이론을 진정으로 감상하려 한다면, 우리 는 동시에 편집증이나 중독증 같은 여러 형태의 광기를 영혼이 적절한 열망에 도달하려는 증거로 보는 법을 배울 수 있을지 모른다. 플라토닉 러브는 섹스없는 사랑이 아니다. 그것 은 몸과 인간관계 속에서 영원을 지향하는 길을 찾는 사랑이다. 사랑에 관한 책, "연 회"(Convivium)-플라톤의 "향연"(Symposium)에 대한 답으로서- "플라토닉 러브"라는 말을 만든 것으로 믿어지는 피치노는 간결하게 말하기를 "영혼은 일부가 영원 속에 있고, 일부는 시간 속에 있다"고 하였다. 사랑은 이 두 차원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서서 양쪽에서 동 시에 살 수 있는 길을 터준다. 그러나 삶 속으로 영원이 유입되는 것이 보통은 인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계획을 방해하거나 구체적인 이유를 가지고 성취한 평온을 흔들어 놓 는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사랑의 미스테리를 감상하기 위하여 우리가 버려야 할 생각은 사랑이 심리적 문제라는 것과 충분히 책을 읽고 지도를 받기만 한다면, 환상이나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고 마침내 사 랑을 옳게 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가 영혼을 이지적으로 이해할 수 있 을 정도의 사이즈로 줄인다고 해서 영혼을 돌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 위생에 대하여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선입견은 우리가 모든 형태의 매니아를 질환으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플라톤이 말하는 "숭고한 광기"는 우리가 말하는 위생적 의미의 질병적인 것이 아니고 영혼을 향한 열림이라 해야 더욱 타당하다. 숭고한 광기는 실용주의적인 위생 적 삶의 절박한 한계로부터의 구출이다. 인간의 이성으로부터 신성한 미스테리로 들어 갈 수 있는 활짝 열린 문이다.

서구 전통에서 말하는 위대한 사랑 이야기는 우리가 사랑의 영원한 차원에 대하여 명상 을 하도록 도움을 준다. 어떤 이야기들 가운데는 미스테리의 깊이나 표현의 웅장함이 대단 하기 때문에 거의 경전처럼 거룩하게 여겨지는 것이 많이 있다. 어떤 이야기들은 적당히 뷹 은 가죽으로 제본되어 있고 리본으로 표시가 되어 있으며 일종의 의식을 갖추고 읽혀진다. 사랑의 여러 측면을 보여 주는 것으로서 그런 이야기들 가운데 예수의 수난 이야기 (passion: "passion"은 복합적인 의미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음) 창세기의 천지창조 이야기, 그리고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벽을 넘어 있는 운명의 이야기들이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말한 이야기가 우리의 주제에 비춰보면 특히 매서운데도 있고 타당성도 있 다. 그것은 사랑의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연인의 이름, 트리스탄은 슬픔(triste)을 의미한 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범상하지 않은 이름을 받는다. 왜냐하면 그의 아버지는 전쟁터에 서 치명상을 입고 어머니는 출산하면서 죽는다. 전설과 신화의 많은 주인공들처럼, 제 2 의 부모 사실상 그의 외삼촌 마크왕이 맡아서 키웠는데, 나중에 그를 양자로 입양하기 때문에, 그는 아버지가 셋이었다고 모두들 말한 것이다. 우리는 부모가 여럿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운명의 싸인을 보는데, 범상치 않게 인생의 변덕스러운 여러 측면에 영혼이 노출되는 것이 다.

트리스탄의 이야기 속에 담긴 설득력을 지닌 주요 동기는 물의 이미지이다. 그의 모험 은 그곳에 찾아온 노르웨이 뱃사람들과 항구에 정박중인 배 위에서 체스를 하는 때부터 시 작된다. 선원들이 그를 납치하여 배를 떠난다. 폭풍이 일자 그들은 폭풍의 신을 달래기 위하 여 혼자 젓는 작은 배에 태워서 트리스탄을 떠나 보낸다. 그는 아일랜드에 도착하여 여왕과 그의 딸을 만난다. 그는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를 거짓말하여 이름을 탄트리스라고 고친다. 그는 전에 자신이 죽인 적군 가운데 한 사람이 이졸데의 삼촌이란 사실을 그들이 아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그가 욕조에 앉아 있는 동안에 이졸데는 그의 정체를 발견하고 그의 이름의 수수께끼를 푼다. 그 장면은 일종의 세례요 그 젊은이의 사랑의 명명식이나 다름없 다. 마침내 또 다른 경우에 오로지 하프만을 갖고 트리스탄은 노도 없고 키도 없는 작은 배 를 타고 아일랜드로 향해 간다. 이것은 죠셒 캠벨이 천공(天空)의 음악으로 무장하고 운명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으로 묘사하는 장면이 다름 아니다.

트리스탄은 재능과 영리함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의 정체는 표류하거나 물 속에 있을 때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늘 새롭게 태어나고, 영원토록 젊고, 실용적인 삶의 한계로부 터 자유롭다. 때때로 남녀를 막론하고 누군가 호수에 떠있거나 욕조에 앉아 있는 꿈을 꾼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을 때면, 나는 트리스탄을 생각하게 된다. 그는 수영하는 사람이 아니 다. 그는 늘 물에 떠 있는 그릇에 담겨져 있지만 통제나 안전에 필요한 보통의 수단도 없 이 늘 표류하고 있다. 물 속에서 그의 기술은 심미적이고 영성적인 것이다. 그는 자기의 운 명을 향하여 표류할 때 가장 상처 입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가 지닌 자신의 능력과 인생의 법칙과의 심미적 접촉에 대한 자신감을 즐긴다. 그는 물처럼 유동적 으로 흐르기는 하지만 젖지는 않는다.

이렇게 떠있는 틀의 정신은 진하게 사랑에 빠진다. 알지 못한 채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여왕이 이졸데의 삼촌인 마크를 위하여 만들어 놓은 사랑의 묘약을 마신다. 그리고 나서 그 들의 이야기의 후반부는 위협과 혹독한 비판이 가득찬 세상에서 불륜의 연인이 되는 위험한 시도에 관심이 쏠린다. 그들의 사랑이 어찌나 강한지 어떤 의무감이나 예의 범절 때문에 그 만 둘 형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랑도 결코 안전하지도 보호를 받지도 못한다. 그 사랑은 결국 두 연인의 비극적 죽음으로 다 이루지 못한 채 끝난다. 항존 하는 그림자처럼, 순풍이 운명으로부터 두 젊은이가 짜내는 스릴과 성공은 사사건건 뒤따른다.

만약 우리가 이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떤 모랄도 거기서 찾는 유혹을 피하 여, 그래서 불륜의 사랑은 마땅한 벌을 받거나 낭만적인 사랑은 미숙하여 재앙에 빠질 운명 이 될 수 밖에 없노라고 결론을 내리지만 않는다면, 연애할 때에 어떻게 영혼을 돌볼 수 있 는지에 대하여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영혼(psyche)에 대하여 위생학적 접근을 하기로 말하자면, 우리는 성공적으로 살고 사랑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떤 위생학적 기대에서 벗어나는 것은 장애로 특징짓는다. 슬픔이 자 리할 공간이 별로 없다. 오늘 트리스탄은 디프레소(Depresso)로 불리워야 한다. 왜냐하면 영 혼의 슬픈 갈망을 임상학적으로 우울증이라고 하니까 우리는 화학적 치료법을 찾게된다. 그러나 이 증세의 이야기는 영혼이 연애의 고통(love trouble) 속으로 끼어 들어가려는 불가 피한 성향과 긍정적으로 접촉하려는 우리의 필요를 심오하게 충족시켜 준다. 이 이야기는 사랑의 비애(pathos)를 존중하고, 동종요법적인(homeophthic) 치료처럼, 경험으로 알 수 있 는 슬픔의 익숙한 부담을 없애버린다. 이 때의 카타르시스는 사랑의 정서적 범위를 거슬러 서 도덕화하는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랑이 영혼을 완전히 촉촉하게 적셔주는 바로 그 슬 픔이 강렬한 이미지를 우리에게 주기 때문에 성취된다. 이 이야기는 동시에 우리의 젊은이 (puer)영성과 비극적 사랑을 치료하는 그 힘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우리가 보도록 도움을 준다.

영혼의 돌봄은 거기에 담겨 있는 정서나 환상이 아무리 반대하고 싶은 것일지라도 그것 을 존경하는 것을 의미하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그들의 강렬한 사랑을 확인하는 것과 그들의 속임수 앞에서 반감을 느낄 수 없는 새 중간에 꼼짝 못하고 붙들려 있다. 프랑스의 비범한 작가로서 영혼의 애로와 관련하여 어둔 길에 대하여 오래동 안 이야기해온 조르즘바태유(Georges Bataille)가 말하기를 모든 연애는 죄를 범하는 것을 수반한다고 하였다. 영혼의 금기(taboo)의 근처에서 발견되기 마련이다. 스토리와 영화와 전 기와 뉴스 기사 속에서 우리는 수 많은 불륜의 경험과 연애의 비극적 속임수 때문에 매혹된 다.

영혼의 돌봄에 있어서 여려가지 어려움 가운데 한가지는 비애(pathos)와 비극의 필요성 을 인식하는 일이다. 만약 우리가 사랑을 오로지 높은 도덕적 정상 또는 위생학적 정상으로 부터 본다면 우리는 그 영혼이 계곡에 정착하는 모습을 지나쳐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우 리 자신이 겪은 사랑의 비극에 대하여 성찰할 때, 그 비참한 경험들을 뜛고 나갈 길을 천천 히 찾을 때 우리는 영혼의 신비한 길 속에 들어가는 통과의례를 거친다. 사랑은 들어감의 수단이며 우리의 길잡이가 된다. 사랑은 우리가 계속해서 미로를 가게 한다. 만약 사랑이 그 자체를 드러내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다면, 우리가 한번도 예언하거나 바랐던 적이 없는 모양과 방향을 존중한다면, 그 때 비로소 우리는 영혼의 더 낮은 수준을 발견하는 시점을 향하여 길을 나서게 될 터인데, 바로 거기서 의미와 가치가 느리게 역설적으로 자신을 드러 낸다. 거기서 우리는 트리스탄과 같이 되어, 운명을 향하여 믿음을 가지고 항해하며, 우리 자신의 자원을 끈으로 잡아 올리면서 간다. 트리스탄은 종교적 인물로서, 사랑을 향한 영성 의 길을 가는 수도사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완벽한 신뢰의 태도를 내보인다. 그는 늘 세례 를 받으며, 늘 명명되며, 그의 기원과 유지(sustenance)를 담는 물음에 접하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 그토록 가까이 있으면서, 그는 사랑의 불가능 속에서 그의 활기찬 본성을 완성시 킬 길을 찾는다. 그의 운명이 드러나면서 위트와 불가능은 계속해서 만나는데, 이는 우리가 운데 누구라도 사랑하게 된다면 나타나는 형태의 모형이다.

만약 우리가 트리스탄을 우리의 사랑의 슬픔을 나타내는 인물로 보고, 문자 그대로 우 리의 사랑의 절대적 실패의 대표로 보지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우리는 사랑의 어둔 심층과 동시에 그 밝은 높은 존중하는 이미지를 갖게된다. 사랑의 슬픔이 우리를 찾아올 때, 그것 은 혼자 젓는 작은 배를 트리스탄이 두둥실 떠 와서 신뢰하면서도 인생의 비극적 측면으로 바짝 다가와 그의 밝은 영을 대속한다. 감정을 풀기 위하여 약을 먹거나 치료의 묘안을 찾 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런 감정을 푸는 것은 중요한 영혼의 방문객을 추방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영혼은 명백히 말해서 사랑의 슬픔이 필요하다. 그것은 그 자신의 특유한 지혜를 안겨주는 의식의 형태이다.
실패, 상실, 그리고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