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1. 2)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30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그것은 마치 제우스의 지혜와 정치권력처럼 질투가 삶과 문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것 같았다. 신화적으로 말해서, 질투는 삶과 문화 속에서 통치력과 쌍벽을 이룬다.

제우스는 생존에 대한 근원적인 분쟁을 해결하고 "대부"의 원조 노릇을 하면서, 자기가 지배하 는 세계 속에서 매사를 탐욕한다. 그의 욕망이 세계를 향하여 내닫는 반면에 헤라의 분노는 가정 과 가족과 결혼을 대변한다. 그가 외향적이고, 그녀는 내성적이다. 그 둘 사이의 긴장은 가정과 세계, "우리"와 "타인"사이의 음양과 같다. 성애적인 창조성은 세계 만들기인 반면에, 질투는 가정 과 내면성을 보존하기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질투심을 갖지 않았다면, 너무 많은 사건이 발생하 였을 것이며, 너무 많이 삶을 살았을 것이며, 너무 많은 관계를 형성했으면서도, 심화시키지는 못 했을 것이다. 질투는 한계와 성찰을 강요함으로써 영혼에 봉사한다.

유일신론자가 다신론적인 종교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은 다신교의 있을 법 하지도 않은 여러 경험들 속에서 어디서나 타당성을 찾으려는 것이다. 헤라의 종교에 있어서 가장 큰 덕목은 소유욕이다. 그녀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정당할 뿐 아니라 부정을 보고 격분하는 것이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다. 내가 아는 지독하게 질투하는 젊은이는 아직 소유욕이란 덕목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소유욕이란 자기 밖의 일이며 자기의 가치관에는 이질적인 것으로 느꼈다. 그래서 그의 소유욕은 충동적이고 압도적이었으며 불시에 그를 쳤다. 그 여자 친구 쪽에서 정절을 지킬 것에 대한 그의 절박한 욕망과 그다지 깊지 않은 일체감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는 친밀과 더불어 있음을 가지고 놀았다. 그러나 이런 감정들이 실제로 그에게 밀려왔을 때, 그것은 전혀 낯설게 느껴졌다.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줄을 몰랐다.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 속에서 소유하려는 욕망은 한 조각의 그림자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실재의 욕망이다. 질투는 상대방과의 참된 관계 속에서 성취된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심한 요구를 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애착과 의존을 사랑할 것을 요청하며, 견디기 어려운 이별의 고통을 무릅쓸 것과-헤라의 전통적인 속성으로서- 상대방과는 동반자 관계 속에서 성취를 찾도록 요구한다.

동시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소유욕에도 불구하고, 헤라는 성애적 해방의 신에게 끌린다. 헤라는 애착과 욕망 분산의 변증법의 반을 실체화하고 있다. 헤라는 상대방을 소유하는 것과 소 유하지 않는 사이의 긴장 속에서 노닌다. 이런 긴장을 가지고 사는 것은 우리 자신의 여러측면을 한데 모으는 한 방식이며, 우리 모두는 개인들이며 긍극적으로 이 생에서는 혼자라는 비전을 끌어 내며, 우리 모두가 서로에 대하여 갖는 전적인 의존감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우리의 어떤 부분이 더 많은 경험과 새 사람을 열망하며 다시 시작하는 것을 열망할 때, 질투는 애착을 회상하며 이별 과 이혼의 끊없는 고통을 느낀다.

원형적 아내(The Archetypal wife)

여성이 억압받고 여성적인 모든 일이 평가절하되는 문화 속에서 "아내"는 그 이름에 걸맞게 존 중받지 못한다. 이 아니마 형상이 남성들의 정신 속에 자리를 찾지하지 못할 때 아내의 지위나 신분은 문자 그대로 의존성이며, 여성에게 주어지는 것은 가정과 자녀에 대한 책임이 전부이다. 남성들은 가정 생활의 속박으로부터 자유하다. 그러나 그들 또한 상실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 까닭은 가정과 가족을 돌보는 일은 엄청난 분량의 느낌과 상상력을 영혼에게 되돌려 주기 때문이 다. 전형적으로 남성들은 사업이나 무역이나 커리어의 모험적 측면을 선호한다. 물론 커리어 우 먼도 스스로 문화 세우기의 신화에 헌신하다 보면 아니마를 상실한다. 남성과 여성 양쪽이 기뻐 할 수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헤라의 신화적 이미지는 우리에게 아내에게 주어지는 합당한 영예 를 상기시켜 준다. 신화적 인물로서 헤라가 암시하는 것은 "아내"야 말로 영혼의 심오한 얼굴이 라는 것이다.

헤라 안에서는 한 인격이 그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대방과의 관계속에서 가장 개성적이다. 물 론 이런 관념은 독립성과 개별성의 가치에 대한 모든 현대사상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 만 말이다. 우리 시대에 있어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찾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는 헤라의 미스테리이다. 헤라는 위엄성과 심지어 신성마저 주어진 의존성이다. 고대 에 헤라는 커다란 존경을 받았고, 깊은 애정과 경외감으로 숭배되었다. 사람들이 어떤 관계속으 로 들어갈 때 너무 의존적으로 된다는 불평을 하게 될 때, 우리는 이런 증후가 바로 헤라적인 감 각의 부족이라고 볼 수도 있으며, 이에 대한 보약은 사랑과 애착 속에서 이루어지는 더 깊은 일치 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배양시키는 것이다.

남녀를 막론하고 어떤 관계 속에서 "아내"를 불러 일으키는 것에는 특별한 재주와 감수성이 필 요하다. 보통 우리는 원형적인 리얼리티를 사회적 역할로 환원시킨다. 여성은 슬그머니 아내의 역할 속으로 빠져들고, 남성은 여성이 그 역할 속에 있는 것으로 대우한다. 그러나 원형과 역할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어떤 관계 속에 헤라를 끌어 들여서 그 결과로 관심을 집중하며 봉사하는 파트너가 되는 길은 남녀 양쪽에 생생하게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면, 헤라는 부부로서 상호적인 의존과 정체성의 분위기로서 불러들일 수도 있다. 헤라의 정신으로 부부가 관계를 보호 하며 그들의 의존성의 신호를 값어치 있게 본다. 헤라를 위하여, 여행 중이거나 제 고장을 벗어 났을 때 전화를 한다. 헤라를 위하여, 미래에 대한 비젼 속에 상대방 파트너를 포함시킨다.

질투심은 관계 속에 있는 이런 의존적 요소에 부속되어야 마땅할지 모른다. 질투는 원형의 일 부이다. 헤라는 사랑하며 질투한다. 그러나 참된 동반자의 가치가 가슴으로 받아들여지기 않을 때, 헤라는 그 장면을 떠나고, 관계는 단지 함께 있음으로 환원된다. 그렇게 되면 개인들은 스스 로 나뉘어져서 자유를 주장하는 독립적 존재가 되거나 "서로 의존하는"(codependent) 사람이 되 어 질투로 고통을 겪는다. 만약 결혼에 있어서 파트너 가운데 한 쪽이 명백히 아내(노릇을 하는 경우)라면-반드시 여성일 필요는 없다- 그때 헤라는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어려운 결혼 생활의 증상을 직면하고 있다면, 헤라의 비탄(distress)을 찾아 보라. 헤라가 그토록 열렬하게 존중하는 결혼은 다만 남녀 사이의 구체적 관계뿐만 아니라, 그것은 어떤 종류의 관계일 수 도 있으나, 정서적이며 우주적인 것이라야 한다. 융이 말하듯이 결혼은 항상 영혼의 사건이다. 헤라는 개인의 내면 속에서나 사회속에서 분명 요소들의 합일을 또한 보호할 수도 있다.

사람들을 자주 아내와 남편에 대하여 꿈을 꾼다. 만약 우리가 이런 꿈들이 실제 결혼 생활과 관계가 없다고 본다면, 그 때는 우리가 더 꿈들의 안내를 받아서 더 미묘한 결합에 대하여 심사숙 고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어떤 남자가 꿈을 꾸는데,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한 여인과 빠에 함께 있다. 그녀가 그에게 키스하고, 그는 즐긴다. 그러나 그는 자기 아내가 보고 있는 가를 알기 위하여 계속해서 뒤를 돌아다 본다. 생시에 이 남자는 자기가 끌리는 다른 여자가 있을 때 종종 혼란에 빠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편이다. 그는 또한 가끔 알콜에 대하여 꿈을 꾼다. 이런 꿈들을 꿀때면, 보통 그는 술에 취한 사람과 마주치는데, 그때마다 그는 몹시 반 감을 느낀다. 이 사람은 매우 엄격하고 격식을 따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꿈이 확 열려서 여 러 방향으로 뻗는 것을 보는 것이 하나도 놀랄 것이 없다. 그의 "아내"-그가 결혼 의미의 전부-에 대한 그의 의식은 강하고 또 그에게 적절히 역할을 한다. 만약 그가 매력을 느끼는 대로 따라서 행동했더라면, 그의 결혼은 벌써 끝났을 것이고, 그의 인생은 분명히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이 와 반대로, 그의 영혼이 느끼는 디오니스적인 필요와 아프로디테적인 필요가 그의 꿈속에서 알콜 과 섹스를 통하여 표현되었듯이 동시에 어떤 관심을 끌려고 한다. 이것이 사실상 이 시점에서 그 의 인생에 있어서는 주요한 긴장이다. 그의 아내와 자신의 가치관에 대하여 충실히 이행된 충성심 이 보다 더 열정적인 방향으로 실험하고 탐험하자는 초대장 때문에 도전을 받고 있다.

한 여자가 꿈 얘기를 하는데, 꿈에 자기 남편과 세 자녀가 모두 푸른 언덕에서 피크닉을 하고 있는데 머리가 빨간 미지의 여성 셋이 그들과 함께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꿈 속에서 알고 있는 그 세 여성은 남편의 애인들이다. 그들은 또한 아이들에게 어떤 성애적인 관심을 보인다. 꿈을 꾸는 사람은 자기 집 창문에서 내다보는데, 자기 가족이 행복한 것을 보며 느끼는 기쁨과 그 세 여자와 관련된 질투가 뒤범벅이 되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또다시 우리는 헤라에게 그토록 전형적인 변증법을 본다. 꿈꾸는 그 여자는 꿈속에서 아내와 어 머니로서 자기의 역할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세 여성의 접근과 성애적인 분위기에 질 투를 느낀다. 세 여성의 이미지는 꿈과 예술에서 흔한 것이다. -즉, 세 가지 은혜와 세 가지 숙 명, 과거, 현재, 미래가 그것이다. 아마 모종의 새로운 숙명적으로 불타오르는 (붉은 열정)- 반드 시 사람일 필요는 없다- 이 꿈꾸는 사람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서, 새로운 정열과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해온 생활구조 사이에 익숙한 긴장을 일으킨다. 이 시점에서 꿈꾸는 사람은 관찰자의 역할 속 에 있고, 헤라처럼 자기집에 앉아서 이 새로운 역할을 멀리 떨어져서 지켜본다.

우리가 결합(wed)하는 사랑은 반드시 인간만은 아니다. 시인 웬델 베리(Wendell Berry)는 그 의 책에서 재미있는 고백을 한다. 그가 말하기를, 때때로 그가 여행을 하면서 어떤 장소와 연대 를 하며 그곳으로 이상한 강렬한 환타지에 사로잡히곤 하는데, 이는 마치 새로운 배우자와 함께 있는 것에 대하여 성애적인 생각을 즐기는 것과 똑같다. 그러나 베리는 다음 순간 헤라의 관점에 서 말하는데, 가정에 대하여 충실할 것을 권고한다. 우리가 밖으로부터 오는 이런 유혹에 걸려 들어서는 안된다고 그는 충고한다. 이런 주제에 관한 꿈들은 우리가 이런 긴장을 느끼게 되었을 때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것보다는 덜 확실해 보인다. 그런 꿈들은 단순히 가정에 대한 충성을 유지시키는 정도의 질투와 환경을 제공해 준다. 긴장은 이미 있는 것에 대한 애착과 새로운 정열에 대한 약속 사이에 있다. 영혼을 돌보기 위하여,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 도 있으나, 다만 우리의 마음을 활짝 열고 그런 긴장을 끌어안고 다신론적으로 양쪽의 필요성에 대하여 충분히 듣는 귀를 갖는 것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헤라에 대하여 한 마디만 더하자. 역사학자 칼 케레니(Karl Kerenyi)는 융의 친구인데 신화에 대하여 독자적인 접근법을 발전시킨 사람으로서, 그의 저서 「제우스와 헤라」에서 흥미진진한 코 멘트를 한다. 헤라는 사랑함에 있어서 성취된다고 그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성취된다"는 그 말 은, 그런데, 헤라적이기는 특별한 단어이다. 헤리의 속성으로 사용된 다른 단어들은 끝이나 목적을 의미하는 단어 telos와 관련이 있다. 그런테 케레니는 말하고 있다. 즉, 헤라에게 있어서 섹스에서 목적과 성취를 찾는 것은 필수적이다. 섹스가 아내가 되는 것의 일부라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그러나 내가 강조하고 싶은 생각은 바로 이 섹스의 특수한 측면, 친밀과 동반자 관계의 성취에는 신성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헤라는 제우스의 연인으로 존중되었다. "호머의 헤라예찬"은 헤 라와 제우스가 밀월을 삼 백년간 즐겼다고 한다.

한 걸음 더나아가서 케레니는 언급한다. 헤라는 해마다 카나토스(kanathos) 춘제에 자신의 처 녀성을 갱신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봄이면, 헤라의 동상은 연례의식을 따라 물 속에 담근다. 그 리고 자신을 제우스에게 소녀로서 받쳐진다. 따라서 그녀의 섹스 안에서 성취된다.

융의 언어로 말하자면, 헤라는 섹스의 아니마의 일부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혼인한 사람들의 침상에서 서로를 만날 때 생전 처음 만나듯이 할 때, 그렇게 해서 처녀성을 갱신하는 헤라적인 상 상을 즐기는 것이다. 어떤 관계가 헤라를 존중하면, 두 사람 사이의 성적인 결속을 성취하는 것을 경험하는 기쁨을 누리는 복을 받게 된다. 문제는 헤라의 본성을 통채로 불러들이지 않으면 일이 안된다는데 있다. 그러니까 그녀의 질투와 아내의 신분과 지위가 때로는 열등과 의존을 수반하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다 내포해야 한다. 관계와 영혼 속에서 영혼을 찾으려면, "아내" 원형의 일부 로서 열등감마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속담에 이르기를, 병을 주는 신이, 그 병을 고쳐준다. 이야말로, "상처입히는 치유자"요, 아니면 "치유하는 상처 입히는 자"이다. 만약 질투가 병이라면, 누구보다 질투를 더 잘아는 헤라가 치유 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만약 우리가 질투를 치유하기 원한다면, 이 열치열같은 동종요법식으로 우리는 그 속에 들어가야 할지 모른다. 질투라는 이름으로 천명되는 바로 그 특성들-의존, 타인을 통한 정체성, 결합을 보호하려 하는 열망-을 마음으로 더 가까이 받 아들여서 헤라가 존중될 수 있도록 해야 할지 모른다. 만약 질투가 충동적이고 압도적이라면, 헤 라는 아마 불평할 지 모른다. 자기만이 가져다 줄 영혼 충만함을 게을리 했거나 관계 속에 그것을 지니지 못했다고 말이다. 이상하게도 필경 질투 그 자체가 섹스와 친밀 양쪽의 씨앗을 자신 속에 품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