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1. 3)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31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시기(Envy)
가슴을 콕콕 찌르는 식이 질투와 비슷한 것이 시기인데, 이는 (지옥에 갈) 치명적인 일곱 가지 죄 가운데 하나로서 명백히 그늘을 드리우는 소재이다. 다시 한번 우리는 어려운 물음 을 묻게 된다. 즉 파랗게 시기가 스며 나올 때, 그 상황 속에서 영혼을 돌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이 치명적인 죄에 대하여 물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을 갈망하는 마음의 시기가 우리를 비틀 때, 영혼이 무엇을 원 하는지를 우리가 감지할 수 있을까? 시기는 소모적일 수 있다. 시기는 그 밖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신랄하게 밖으로 몰아 낼 수 있다. 시기는 사람의 마음을 산란하게 할 수도 있고 "감동받게" 할 수도 있고, 우리가 말 하는 것처럼 남의 인생과 지위와 소유 때문에 아파할 수도 있다. 내 이웃은 행복하고 돈도 있고 성공했고 자녀도 있는데, 왜 나는 그렇지 못한가? 내 친구들은 좋은 직업도 가졌고, 잘 생겼고, 복도 많은데, 나는 뭐가 잘못되었는가? 시기하는 마음 속에는 상당량의 자기연민이 들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씁쓸한 것은 갈망하는 것이다.
시기가 겉보기에는 자아(ego)로 가득찬 것 같으나, 근본적으로는 자아 문제가 아니다. 시 기는 마음을 갉아 먹는다. 시기는 자아의 과잉이 아니고 영혼의 활동이며, 영혼의 언금술에 있어서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자아 문제는 시기에 대하여 어떻게 응답하느냐 하는 것과 시 기가 불러일으키는 구역질나게 하는 소원에 대하여 어떻게 반작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시기 와 정면으로 마주쳐서 우리가 할 일은 -이제 와서는 놀랄 것도 없지만- 시기가 원하는 것 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강박충동은 늘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시기도 예외는 아니다. 한편으로는 시기가 뭔가에 대한 욕망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실제로 원하는 바에 대한 저항이다. 시기 안에서 욕 망과 자기 부정이 함께 작용하여 특징적인 좌절감과 강박관념을 만들어낸다. 비록 시기가 마조키스트적으로 느껴지지만 -시기하는 사람은 자신이 불운의 희생자라고 생각하는데- 동시에 운명과 성격에 대한 저항의 형태로 나타나는 강한 고집이 내포되어 있다. 시기가 한창 심할 때 사람은 자신의 본성에 대하여 눈먼 상태에 빠진다. 물론 어디서나 마조키즘이 명백할 경우, 사디즘은 바로 그 근처에 숨어 있다. 사디스트가 시 기할 경우는 운명이 안겨 준 몫에 대항하여 치열하게 싸운다. 그는 박탈당하고 사기 당했다 고 느낀다. 자기 자신의 운명이 지닌 잠재적 가치와 접촉이 끊긴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는 남들이 좋은 행운을 얻는 복을 받았다고 느끼는 정교한 환타지에 빠진다.
시기하는 영혼을 돌보는 요점은 시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시기의 안내를 받아서 자신 의 운명속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시기 속에서 느끼는 고통은 몸 속에서 느끼는 고통과 같 다. 시기 때문에 우리는 멈춰서서 뭔가 잘못되었기에 주의를 집중할 필요가 생긴 것을 주목 하게 된다. 잘못된 일이란 바로 클로즈업된 시야가 흐려진 것이다. 시기는 영혼의 원시 현상 으로서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을 못 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 속에 있는 필 요성과 가치를 볼 수 없게 된다.
전에 내가 알던 한 여인은 고문 받듯이 괴로운 격렬하고도 무자비한 시기 때문에 여러 해 동안 고생을 하였다. 그는 온 종일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삶을 향상시키려고 애를 썼 다. 그리고 밤이면 자기 집에 가서 숨듯이 쳐박혔다. 그는 자기 주변 사람들이 제대로 살아 가는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 그는 누구한테도 위로 받을 수 없을만큼 외로움과 지독하게 비참함을 느꼈다. 되풀이 해서 그는 자기 친구들의 행복을 아주 자세하게 서술하 였다. 그들에게 일어난 온갖 좋은 일은 모두 알고 있었다. 친구들 가운데서 누가 새롭게 성 공을 했거나 큰 혜택을 입은 소식을 들으면, 그는 충격을 받았고, 언제나 지니고 다니는 시 기하는 생각으로 가득 찬 마음에다 또 다른 못을 박는 것이었다. 그의 친구들은 돈과 좋은 가정과 일의 성취와 친구와 멋진 성생활을 모두 누리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내가 보기엔, 온 세상에 복을 있는 대로 다 받았는데, 오직 그 만이 고독과 빈곤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산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마조키즘의 숨은 측면은 고집스러운 횡포이다. 이 여인의 시기가 안고 있는 고통은 그의 엄격함을 베일로 가리고 있었다. 그는 바로 자기가 시기하는 친구들을 가차없이 심판했다. 자기 자신의 가정 안에서는 삼십대가 된 두 아들 위로 떠돌면서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 배하려고 하였다. 그들의 복지를 위해서는 사심 없이 전 생애를 바치는 것처럼 보였으나 누 군가의 삶을 책임지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시기는 남들의 삶에 대하여 몰두하 는 것과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것을 반영하였다. 그가 나를 찾아 와서 시 기에 대하여 도움을 청했을 때, 나는 시기를 불러 들여서 무슨 이야기를 털어놓을지 듣자고 생각하였다. 그는 물론 자기가 그 시기에서 깨끗하게 헤어나올 수 있도록 내가 그 길을 찾 아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시기는 질투와 같아서 장본인이 거기에 집착한 나머지 새 신자를 얻으려는 선교사와 같다. 시기 이야기 속에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즉, "당신도 나와 같이 분노가 일어나지 않습니까?"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분노심에 빠져들고 싶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 시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 여인이 자라난 가정에는 돈이 별로 많지 않았고 가족들이나 자녀들에게 넉넉히 해주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더욱이 그는 엄격한 종교적 분위기에서 양육되었기 때문에 섹스나 돈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금지하도록 영향을 끼쳤고, 남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도 록 고정관념을 갖게 만들었다. 그는 두 번이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결혼과 이혼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들도 그의 압도적인 시기에 대한 설명으로는 불충분하였다. 그 반대로 기 회가 있을 때마다 겪었던 어려움을 목록처럼 되뇌임으로서 그는 자신의 상태를 합리화시키 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시기를 기름칠하며 광을 내었다. 아이로니칼하게도 자신의 불운에 대한 이 여인의 화난 설명으로 인해, 그 여인은 스스로 자 신의 과거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마음을 산란하게 만들었다. 중상은 흔히 고통스럽다는 것이 명백했지만, 동시에 의식과 연결되는 더 깊은 고통이나 운명의 근원적인 실재에 대하 여 자신을 보호해주는 것이 될 수도 있었다. 그것은 마치 시기가 모든 고통을 속으로 다 빨 아들이고, 묘하게 자신의 과거를 지니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 여인의 수없이 많은 빼앗긴 경험의 이야기들을 천천히 살피면서 작업을 시작
하였다. 나는 그가 고통과 의식으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교묘하게 딴 데로 돌리는 방식을 살
폈다. 예를 들자면, 자기 가족에 대해 이런 변명을 하였다. 즉,
"그들은 달리 더 알 길이 없
었어요. 그들이 최선은 다 했지요. 그들의 의도는 좋았어요."
나는 이렇게 합리화하는 것을 넘어 서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둘이 다 그의 과거속에
있었던 슬픔과 공허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부모 쪽에서 있었던 한계와 실패를 인정하려
고 하였다. 시기 때문에 비참함을 느끼는 자리에서는 응원단장 같이 되는 유혹이 있다.
"너는 할 수 있어.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가질 수 있어. 너는 누구만큼이라도 좋은
사람이야."
그러나 그런 접근방법은 시기가 쳐놓은 함정에 곧장 빠져든다. 즉,
"나는 내 인
생을 제 궤도에 올려 놓을거야. 그러나 처음 시작부터 이 일은 잘 안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난 알아."
진짜 문제는 좋은 삶을 가지려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갖지 않으려는 역량이 문
제이다. 우리가 지원이나 적극적 사고를 위하여 보상받기 위한 움직임을 피한다면, 그 대심
에 증산을 존중하면서 그것의 안내를 받아서 영혼을 가까이서 살필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만약, 시기 때문에 사람이 더 좋은 인생을 바란다면, 공허함을 깊이 느끼는 것이 좋은
생각일 수도 있다. 소원들이란 억제를 위한 앙상한 도구가 될 수 있어서, 고통스러운 공허에
대한 방어로서 비현실적이며 피상적인 가능성 쪽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다. 이 여인에게 부
족했던 것은 자기 자신의 황폐함과 공허함을 느끼는 역량의 문제였다는 사실이 상당히 명백
해졌다. 일단 그가 자신의 가정 생활이나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불운을 겪은 자기 친구들
에 대하여 더욱 더 현실적으로 말하기 시작하게 되면서는 그의 목소리에 끼여 있던 시기의
푸념이 빠지면서 보다 구체적이고 냉정한 어조로 바뀌었다. 그렇게되자 자신의 상황에 대해
서 더 큰 책임을 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개선하게 되었다.
질투와 시기에 있어서는 똑같이 환상이 힘있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러나 실생 활에서는 동떨어져서 공중에 떠있는 것 같다. 이런 환상들은 환각이며 접근 못하게 박아놓 은 이미지 같아서 직접적으로 삶을 터치할 수가 없다. 그러나 상상의 세계에 머물러 사는 것은 일종의 영혼을 회피하는 방식이다. 영혼은 늘 어떤 방식으로라도 삶에 붙어있다. 증상 으로서 질투와 시기는 삶을 일정한 거리에 떼어 놓고 있다. 영혼에게 보내는 초대장으로서 질투와 시기는 둘 다 애정과 애착을 되찾을 수 있는 마음속 으로 찾아드는 길을 제공해준다.
질투와 시기가 둘 다 그것을 없애려는 인간적인 노력이나 이성에 대한 저항이 된다는 사 실은 축복이다. 질투와 시기는 둘 다 우리가 영혼 깊숙이 그리고 건강과 행복에 대한 생각 을 넘어서 미스테리 속으로 깊숙이 뛰어들 것을 요청한다. 질투와 시기를 하는 것이 신들이 며 그들의 신적인 활동의 깊은 자리를 터치할 때에만 비로소 개인의 변화를 일으키는 반응 을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신화적인 충동이 일어나는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데려간다. 궁극적 으로 이렇게 어지러운 감정들이 더 큰 깊이와 성숙과 유연성을 가지고 경험되는 인생으로 나가는 길을 제공해준다.
우리의 과제는 영혼을 돌보는 일이다. 그러나 영혼이 우리를 돌보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영혼의 돌봄"이란 말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 하나는 우리에게 영혼이 안 겨주는 것이면 무엇이라도 우리가 최선을 다해 그를 존중해 주는 것이다. 다른 또 하나는, 영혼의 돌봄을 행하는 주체이다. 심지어는 그 자체의 병리 현상속에서, 모르긴 하지만 특별 히 그런 때에, 좋은 세속주의에서 탈출 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함으로써 영혼이 우리를 돌본 다. 영혼의 고난을 특정한 신화적 감성을 재형성함으로써만 벗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영혼 의 고난은 영성이 더 커지도록 움직여 나가는 시작이 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병을 앓는 상 태가 영혼 충만한 종교에 이르는 길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