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1. 4)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32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제6장 영혼과 힘 (The Soul and Power)

영혼 안에서 힘이 작용하는 것은 의지와 자아 안에서 작용하는 의미와 같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이기적으로 성취하기를 원할 때, 우리는 힘을 모으고, 전략을 개발하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이는 제임스 힐먼( James Hillman)이 영웅적인 또는 헤라클레스적인 행동이라고 서술하는 것에 해당된다. 그는 나쁜 뜻으로 이 말을 쓴다. 즉, 야수적인 힘과 좁 은 이성적인 비젼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영혼의 파워는 큰 저수지에 더 가깝 다. 아니면, 전통적인 형상으로 말하자면, 급류를 이루는 강물의 힘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힘이며 조직된 힘이 아니고 미지의 근원에서 솟구치는 힘이다. 이런 종류 의 힘을 가지고 해야 할 우리의 역할은 주의 깊은 관찰자가 되어서 영혼이 어떻게 스스로 삶 속에 투입되기를 원하는지 살피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가 해야 할 과제는 그런 힘을 명 료화시키고 구조화시키는데 필요한 기묘한 수단을 찾는 것이며, 그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고, 또한 영혼이 지닌 의도성과 필요성을 우리가 이해하기는 하되 다만, 부분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는 것이다.
자아 중심적인 의지나, 순수한 피동성의 경우 그 어느 쪽도 영혼을 위해 봉사하지 못한다. 영혼에게 필요한 작업은 많은 성찰과 열성적인 노력이다. 모든 고대 문화를 생각해 보라. 막대한 양의 돈과 물질과 에너지를 투입하여 피라 밋과 거석과 성전과 대사원들을 지으며 신성한 놀이와 거룩한 상상력을 나타냈다. 비결은 다름이 아니라 정열과 상상적인 관상(cotemplation)을 둘 다 가지고 행동을 힘차게 만드는 영혼 충만한 전망을 찾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융의 끊임없는 시도를 상기한다. 이론이나 그의 실생활 속에서 그가 일컫 는 "초월적 기능"을 발견하려는 것인데, 신비스러운 영혼의 심층과 더불어 의식적인 이해와 의도성을 끌어안는 관점이다. 이것이야말로, 융에 있어서는 바로 자아(self)가 의미하는 것이 다.
즉, 이는 행동과 지능의 지렛 받침대로서 영혼과 지성의 무게를 동시에 느낀다. 이는 단 순히 이론적인 구성이 아니다. 이는 융이 자신의 영혼의 작업에서 보여 주었듯이 한 삶의 방식이다. 이처럼 행동의 근거에 대한 자리매김을 다시 하는 데서 나오는 힘은 깊은 뿌리를 가지며, 나르시시즘적인 동기에 파괴적으로 사로잡히는 것은 아니다.
도덕경(30장)에서 말하 기를, "덕장은 결과를 성취하면, 그것이 전부이다. 그 경우를 이용하여 거기서 나오는 힘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영혼의 힘을 분출시키는 것은 자아 속에 있는 틈을 메꿀 필요나 자아 가 상실한 힘을 어설프게 대치시킬 필요나 그 어느 쪽과도 상관이 없다.

이 영혼의 힘이 나오는 근원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해서 그것을 분출시킬 수 있을 까? 그것을 예기치 않는 곳에서 자주 나온다는 사실을 나는 믿는다.
무엇보다 먼저, 이 힘은 마음에 가깝게 사는데서 나오는 것이며, 어긋나게 사는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영혼의 힘은 실패와 우울과 상실에서 나올 수도 있다.
일반적인 규칙으로 말하자면, 영혼은 경험의 틈새와 구멍에서 나타난다. 이러한 구멍을 서술하거나 그로부터 우리 자신을 멀리하는 미묘한 방식을 찾는 것이 보통은 우리에게 유혹이 된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경험 했듯이 우리가 직업을 잃거나 병을 앓게 되었을 때가 되서야 그것이 우리는 예기치 못한 내 면의 힘을 발견하는 순간들임을 안다.
뿌리깊은 힘의 다른 근원들은 단순히 성격이나 몸이 나 주변 환경의 구체적인 특성들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을 세계의 여러 곳으로 데려가 는 반울림의 소리가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영리하고, 자기 나름대로 지적이며, 상상력이 있 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삶에 활력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 이용되어서는 안될 성적인 매력이 있다.

때로는 파워가 필요한 젊은이가 파워를 얻기 위해 인습적인 자리를 기웃거리면서도 자 신의 내재적인 자질을 간과한다. 그는 사실상 초조함과 자기 의심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자 의식적으로 부드럽게 말하며 편안하게 보이려고 애쓴다. 어느 면에서는 "시원한" 외모를 효 과적으로 연출할 수만 있다면, 기필코 파워는 따라 붙는다는 가설이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 로는 거칠게 동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는 한층 더 깊게 불안감이란 통 속에 빠져 든다.

작가들은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서 쓰라."고 가르침을 받는다. 이와 똑같은 충고가 영혼 의 파워를 찾는데도 적용이 된다. 즉,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아닌 그 무엇이 되려고 시간과 정력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영 혼을 거슬러 역행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물이 땅의 깊은 곳에서 솟아나듯이, 개성 또한 영 혼에서 솟아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됨은 우리의 영혼을 만드는 특별한 혼합 때문이다.
영혼의 원형적인 보편적 컨텐츠에도 불구하고, 우리 각자에게 있어서 영혼은 고도로 특질적 이다.
파워는 이 특별한 영혼을 아는 데서 시작되는데, 이는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이나 또 는 어떤 사람이 되기 원하느냐에 대한 환타지와는 전혀 다를 수 있다.

한번은 내가 강연을 하기에 앞서서 어떤 친구가 나를 청중에게 소개한 일이 있었다.
그는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는 이제 강사가 무엇이 아닌지를 말하겠습니다. 강사는 예 술가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고, 철학자도 아니고, 그는...." 나는 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얘기 를 들으면서 어쩐지 분함을 느꼈다. 당시에 나는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었고 적어도 나는 학 자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학자가 아니라는 것 또한 알고 있 었다.
내 친구의 범상치 않은 소개는 현명하고 또 절대로 옳았다. 우리 모두는 때때로 정체 성을 비우는 방법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무엇이 아닌지를 관찰하면서, 우리가 누구인 가에 대한 놀라운 계시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다시 도덕경(22장)을 보면, 영혼 충만한 비움 에 대한 절대적인 언약으로서 예수의 말씀을 반울림 시키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즉, "꼬이 면, 곧아지고, 뚫리면, 찰 것이다." 영혼 충만한 비움은 근심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비움 의 느낌을 유지하며 때 아니게 그것을 채우려는 유혹을 이겨낼 때 파워는 쏟아져 들어온다.
우리는 공백(void)을 품어야 한다. 너무나 자주 우리는 파워의 대체물을 잡으려고 손을 뻗치 다가 이 충만한 공백(pregnant emptiness)을 잃어버린다. 이를테면, 약함을 관통하는 것이 파워를 발견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약함을 피할 생각으로 동기가 유발되어 힘을 행사하는 것은 순전한 파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경험 법칙이다.
만약, 우리가 모든 틈새를 사이비 활동으로 계속 채운다면, 영혼은 스스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나는 작가 지망생 청년을 한 사람 알고 있었다. 그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그로 하여금 끊 임없이 여행하며 보헤미안 생활을 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행에 대한 욕망을 접고 대학 과정을 밟았다. 당연히 그는 낙제를 했고 그 다음에 긴 여행을 떠났다. 이 사람의 경우처럼, 영혼의 분명하고 또 끈질긴 지시를 간과하고, 그 대신에 필요하다고 생각 되는 값비싼 노력으로 파워를 만들어 내기란 쉬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