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1. 5)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33

토마스 무어 / 김영운 옮김


영혼의 논리와 언어

영혼의 돌봄을 시작 할 때 관계되는 어려움 가운데 중심적인 것은 이야기가 지닌 본질을 파악하는데 있 다. 지능은 이성, 논리, 분석, 연구, 방정식, 찬반 양론 같은 것과 더불어 작용한다. 그러나 영혼은 다른 종류의 수학과 논리를 구사한다. 영혼이 제시하는 이미지는 이성적인 정신으로는 즉시 알아 차릴 수 없 는 것들이다.
암시하거나 덧없는 인상을 남기거나. 합리성 보다는 욕망을 가지고 더욱 더 설득하는 편이다. 영혼의 힘 을 끌어내려면 영혼의 스타일에 친숙해져야 하며 동시에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영혼이 지시하는 것은 속없이 많으나, 보통은 지극히 미묘한 것들이다.

수피들의 이야기 두 가지를 살피면 영혼의 언어가 이성적이며 영웅적인 정신에게는 얼마나 야릇하게 나타낼 수 있는가를 보여 준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나스루딘이 렛슨을 받으러 음악 선생을 찾아 간다.
"렛슨비가 얼마입니까?"
"첫 번째 렛슨비는 십오달라이고, 그 다음부터는 매번 십달라요."
선생이 말한다.
"좋습니다."
나스루딘이 대답한다.
"저는 두 번째 렛슨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는 표준적인 방법이 있는지는 내가 모르지만. 내게는 이 이야기가 서술하는 것이 영혼이 지닌 머어큐리신 같이 재치있는 윗트같은데, 여기서 영혼의 힘이 나올 뿐만 아니라 좀 수상적게 자연스 럽게 기대에 어긋나는 특별한 논리가 쏟아져 나온다.
연금술사들은 가르치기를 영혼의 작용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opus contra naturam)이라고 하였다. 이 이야기는 영혼이 사물을 이해하는 방식이 얼마나 "비자연적"인가를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어떤 면에서 는 예수의 비유와 같은데, 그 비유에서는 해가 다 기울었을 때 온 일꾼들도 동틀 무렵부터 와서 일한 사람들과 똑같은 품삯을 받았다.
영혼은 반드시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야 한다든가. 어떤 식으로든 공정하게 덕을 봐야 한다든가 할 필요 가 없다. 결과는 노력보다는 매직으로 성취되는 것이 더 많다. 오랜 시간 일을 했고, 공정했다고 해서 원하는 만큼 영혼이 덕을 봐야 된다는 뜻은 아니다.
순진한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열심히 하리라고 동의하고 그렇기 때문에 노력의 대가로 무언가를 기 대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어찌보면 나스루딘처럼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최소한의 값을 치루고 빈틈없이 최대의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심리치료를 받능 떄 이 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즉, "나는 이미 이 일을 일년동안이나 겼었습니다. 지금 쯤 뭔가 되어 야 하는 거죠." 공정성과 합리성에 바탕을 둔 소비자의 논리 보다는 영혼이 작용하는 방식과는 아무 상 관이 없고, 영혼의 힘을 찾는 방식 치고는 가장 효과가 적은 것일 수 있다.

다른 수피의 이야기는 환 층 더 미스테리적이다.
어느 날, 저녁 누리베는 보통 때보다 일찍 집에 들어왔다. 그의 충실한 하인이 와서 말이느였다. "우리의 여주인이신 사모님께서 좀 수상쩍게 행동하고 계십니다. 마님께서는 지금 큰 장롱이 있는 방에 계십니 다요. 그 장은 사람이 들어갈 만큼 큰 건데, 그건 주인님의 어머니 것입니다. 그 속에는 옛날 자수 몇 점만 들어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믿기로는 그 속에 지금 보다는 더 많은 것이 들어 있을지도 모릅 니다. 마님께서는 가장 오래 있었던 종인 저에게도 그 속을 드려다 보지 못하게 하십니다."
누리 베이가 자기 부인의 방으로 갔더니 그녀는 그 커다란 장롱 앞에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 장롱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 주겠소?" 그가 물었다.
"하인의 의심 때문인가요? 아니면, 저를 못 믿어서 그러시는 건가요?"
"저의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지 말고 열어 보이는 게 더 쉽지 않나요? " 누리가 물었다.
"그건 생각조차 할 수 없어요. "
"잠갔나요? "
"네."
"열쇠는 어디에 있죠?"
그가 손을 내밀었다.
"하인을 내쫒아요. 그러면 열쇠를 드릴꼐요."
그 하인은 쫒겨났다.
그 여인은 열쇠를 내어 주고는 물러났다. 마음 속으로는 어지러웠다.
누리베이가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나서는 정원에서 일하는 정원사 네 명을 불렀다. 그들은 밤 을 타서 그 장롱을 열지 않은 채 먼 곳으로 옮겨다가 땅 속에 묻었다.
그후 그 일은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못하였다.
이것이야말로 매혹적이고 미스테리적인 이야기이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이야기를 읽는 표준적인 방식 이 있는지를 모른다. 내게는 이 이야기가 영혼을 보여준다. 미스테리를 담은 그릇처럼 이 여인이 영혼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나이를 더 먹은 남편은, 노인(senex)으로서, 이 장롱을 열어서 그 미스테리가 풀리 게 하고 싶었다. 여기서도, 음악 렛슨 이야기에서처럼, 이야기속에 어떤 그림자가 깃들어져 있는데, 마치 그 장 속에 한 남자가 있었으리라는 암시가 그것이다. 아니면, 그 부인이 가지고 있었던 장이 어떤 것이 라도 그것은 마치 사람의 영혼을 싸고 있는 무엇처럼 한 인간을 담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그 부인은, 또 다시 영혼의 대변인으로서, 그 남편이 장롱에 대하여 갖는 환타지를 따지고 있다. 그러나 전형적인 헤라클레스적인 방식으론 그는 "저의"를 떨쳐 버리고 직접 문자 그대로 그 나무 상자를 열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는 잠시 멈추어 저의를 음미하는 노력도 없이 비약해서 최종적인 해결책에 도달하려고 하다가 영 혼이 작용할 수 있는 경우를 잃어버리는가 때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근본적으로 최저선이 보장된 사회여서 열심히 행동하고 긴장을 끝내는 성향이 있어서 우리 자신의 동기와 비밀을 알 만한 기회를 일 고 산다. 그 부인의 관점에서 보면 저의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냥 장롱을 연다는 것을 그리 간단하게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부인이 열쇠를 죄고 있었다. 융은 말하기를 아니마가 영혼의 얼굴이라 한다. 이 이야기에서 부 인이 장롱을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다. 그 남자가 장롱을 강제로 열게 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중심 으로 긴장이 고조된다. 우리는 감추어진 모든 것을 노출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가? 우리는 모든 미스테 리를 다 이해 발견한 것처럼 과학이 드러내는 위대한 이야기를 익숙하게 들어 왔기에, 미스테리를 모조 리 풀아야 할 것처럼 너무 당연히 생각한다. 대안은 이상하게 낯설어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매력이 있 다. 즉, 미스테리를 보존하기 위하여 우리의 지성과 기술을 사용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끝에 가서 우리는 어떻게 영혼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가 하는 것을 배우기 때문이다.
누리 베이는 오랜 시간 생각한다. 그는 성찰하면서 자신의 내면의 여유공간을 만든다. 그는 네 명의 정 원사를 부른다. 융이라면 넷이라는 숫자를 온전함(통전성)의 상징으로 이해하리라. 그들은 먼 곳으로 장 롱을 옮겨다가 묻어 버리고 나서 다시는 그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우리는 이해와 베일을 벗기는 일에서 힘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접근방법이야 말로 너무 멀리 나간다는 사실을 외디푸스의 이야기에서 배워서 알아야 한다. 외디푸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 끼는 물었다. 그러나 그 다음에 그는 눈이 멀게 되었고, 다만 그 마을에야 천천히 이성의 범위를 넘어서 있는 미스테리를 감상하게 되었다. 영혼의 관점에서 보면 그만큼 중요한 것,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 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호기심과 의심의 긴박성을 점검하고, 어떤 일들이 멀찍이 묻혀 있도록 놔 두고, 영혼의 짝을 신뢰하여 짝꿍의 영혼이 한낮의 밝은 빛 가운데로 끌어내지 않고도 뭔가를 그대로 지니게 하는 것이다.

어떤 남자가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에 관하여 나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서로 싸우고 나서 그는 마 음속의 괴로움이 머리끝까지 치솟아서 그만 경솔하게 분별없는 편지를 여자에게 보냈다. 편지가 도착하 기 전에 그는 전화를 걸어서 그 편지를 읽지 말하고 말하였다. 그 여인이 나중에 한 얘기이지만, 편지를 받고 나서 즉시 찢어 버렸다는 것이다. 여인은 엄청난 호기심을 느꼈고, 찢고 나서 구겨 버린 종이가 휴 지통에 있는데 보니까 그가 끄적여 놓은 글씨들이 보이더라는 것이다. 여인은 유혹을 받았으나, 결국은 안 일고 내버렸노라고 고백하였던 것이다. 바로 그 순간에 그들 사이에는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유 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느꼈다고, 그는 나에게 말해 주었다, 그 여인의 경외심 때문에 관계는 더욱 돈독 해졌다. 그가 내게 그 이야기를 들려 주었을 때, 나는 누리 베이를 생각하였다. 그 장롱이 닫힌 채로 있어야 된다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면서 생각하던 순간에 그가 배운 특별한 교훈은 바로 영혼의 힘이 있 다는 것도 아울러 생각하였다.
이런 이야기들이 보여 주는 것은 힘이 반드시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는 진실이다. 누리 베이 는 쉽사리 부인을 압도하고 그의 비밀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부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 줌으로 써 그는 자신의 힘을 유지하였다.
대체로 보면, 남의 힘을 보호해 줄 때, 우리 자신의 힘을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