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2003. 6)

영혼의 돌봄 (Care of the Soul) 57

토마스 무어 지음


영혼은 진리에 대한 권리 주장에 있어서 상대성을 알고 있다. 항상 거울 앞에 서서 사색적인 기분이 되어서 스스로 진리를 발견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주관성과 상상력이 항상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진리란 실제로 영혼의 단어는 아니다. 영혼은 진리보다는 통찰을 더욱 추구한다. 진리는 결단과 방어를 요구하기 위하여 정지하는 지점이다. 통찰은 더 깊은 탐구를 불러들이는 의식의 단편이다. 지성은 통찰에서 얻은 진리를 가두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영혼은 어느 정도의 지혜가 성취될 때까지 통찰이 계속해서 생기기를 희망한다. 지혜는 진리에 대한 지성의 열망과 본질적으로 착잡한 인간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영혼의 수용을 결합시키는 결론과 같다.

우리는 영혼의 방식으로 생각하기 전에는 영혼 충만한 영성을 갖추기는 어렵다. 만약 우리가 영성 수련의 길을 찾으면서 지성적인 방식만 끌어들인다면, 우리는 바로 처음부터 영혼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현대 문화 속에서는 영성에 대한 편견이 너무 강해서 우리의 사고 방식에 있어서 심오한 혁명을 일으켜야 비로소 영혼의 선물이라 할 수 있는 깊이와 섬세함을 영성 생활에 부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영혼 지향적인 영성은 영혼의 특성들을 재평가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 특성들은 바로 섬세함과 복잡성, 숙성과 세속성, 불완전성과 모호성 그리고 경이 등이다.

심리 치료 과정에서 나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너무 복잡해서 다루기 힘든 감정이나 사건들에 의해서 압도당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나는 혼자 생각했다. 즉, 만약 이 사람이 자신의 가치관을 통해서 생각하고 보편적인 삶에 대하여서나 구체적으로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하여 어떤 이론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압도당하고 있다는 느낌은 수그러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할 것인가? 도대체 정의로운 전쟁이 가능한가? 내가 도대체 인종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내가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어느 한계까지 느껴야 하는가? 내가 정치적으로 어느 정도 적극적이어야 하는가? 이러한 도덕적 성찰은 결코 명료성이나 단순성을 갖기 어려운 생활 철학이 생기게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영혼의 생각들은 이미 형성된 일련의 원리에 직선적인 집착과는 다른 형태의 뿌리 깊은 도덕적 감수성을 일으켜 주면서,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확고하면서도 필요한 것이다.

뿌에르 영성의 심화

나르시시즘에 대해 성찰할 때 융 심리학이나 원형 심리학에서 뿌에르/puer 라고 부르는 관점과 태도를 살필 기회가 있었다. 뿌에르는 소년 같은 영혼의 얼굴이며, 남자아이나 젊은 청년의 이미지로 완벽하게 묘사되는 정신을 지닌다. 그러나 뿌에르적인 태도는 실제의 소년이나 남자나 어떤 연령층이나 또는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사물도 뿌에르적인 특성을 지닐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집의 경우, 편안함이나 실용성보다는 나르시스트적인 자기 이미지를 살리기 위하여 지었다면 뿌에르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뿌에르적인 태도는 세상적인 사물들에 부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종교나 영성 생활 속에서도 널리 퍼져 있는 것이 하나도 놀랄 일이 못 된다. 예를 들어 이카루스는 미궁에서 도망치는 젊은이인데, 자기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만든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걸치고 (아버지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다가 비극적으로 땅에 떨어졌다.

이 이야기를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뿌에르가 영성의 날개를 달고 새처럼 미궁처럼 복잡한 삶을 벗어나려고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도피가 극단적이어서 인간 영역의 범위를 벗어나고 태양은 그를 죽음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뿌에르의 방식으로 수행되는 영성의 이미지이다. 누구라도 일상 생활의 굴곡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종교나 영성 수련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다. 우리는 일상의 갑갑하고 지루함을 느끼고, 그렇게 되면, 그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길을 희망하게 된다.

내 자신이 수도원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일상 생활 위로 올라서는 느낌이 순수성과 속박에서 벗어난 기분과 더불어 얼마나 신나고 상쾌한 것인지를 안다. 나는 아직도 그런 것을 그리워하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그곳에서 여러 해를 지난 끝에 거기를 떠나 처음으로 세상으로 나가려고 할 때, 결혼해서 두 자녀와 행복하게 살던 한 친구가 찾아와서는 내가 계속 머물러 있도록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가 자신을 위하여 어느 만큼의 열린 하늘이 필요했고, 가정 생활의 갑갑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분 전환을 원한다는 것은 명백해 보였다. 내가 그런 것을 어떻게 놓칠 수 있는가를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야. 아무도 딸린 식구가 없잖아.”

영성 생활의 수직적 움직임은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고 동시에 감동적이고 물론 의기양양하게 만들기도 한다. 거기서 얻는 우월감은 세상적인 것 대부분에 대한 박탈이 요구되어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뿌에르의 영은 미궁의 복잡성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욕망이 대단히 강하기 때문에 그 자체의 초월성이 지닌 열 때문에 녹아 버릴 수가 있다. 오로지 ‘영적 노이로제’라 불리는 것이 발달할 수 있게 된다. 나는 헌신적인 젊은이들을 봐 왔다. 그들은 자기 박탈을 지나치게 끌고 가서 그들이 지닌 영적 포부에 속박되었으며 그 결과로 우울증이나 강박관념에 빠지고 결국 이카루스처럼 추락하였다. 영적인 사람들 가운데는 세상적인 것을 효과적으로 등지고 살기는 하지만 남들을 위해서는 그들이 희박하게 만든 영성의 분위기 속에 위험이 있게 하는 이들이 있다. 높게 나는 뿌에르를 영혼에 매여 있게 만드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니다.

벨로로폰은 신화에 나오는 또 다른 소년이다. 그는 신들과 여신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하여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타고 가지만 그 역시 실패한다. 여기에서 종교의 또 다른 뿌에르적인 측면을 보게 되는데 이는 사람이 알도록 주어지지 않는 것을 알려는 욕망이라 하겠다. 오늘날 ‘신들린’ 사람들이 “하나님이 나에게 뭘 하라고 말씀하셨다.”는 말을 제법 흔하게 듣는다. 그들은 이런 말을 내면의 영성적 대화의 의미에서나 능동적 상상이라는 융 심리학의 의미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구체적으로 그리고 문자 그대로 하나님께로부터 어떤 비밀을 위탁받아서 자신들이 선택되었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비밀스런 종교적 메시지의 가장자리를 금박으로 꾸미는 듯한 나르시시즘을 감지할 수 있고, 이런 식의 상승을 동반하는 지상의 삶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물론 명상 수행에서 얻는 지식이 있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 가면 열망이 지나칠 수도 있으며 그 결과로 무너지게 되면 세상에서의 삶으로부터 극심하게 초연해질 수도 있다.

파에톤은 태양의 마차를 타고 하늘을 질러가려 하였으나 땅에 떨어져 박살나고 말았다. 사냥꾼 악테온은 숲 속을 헤매다가 아르테미스가 목욕하는 곳에 뛰어들었다가 사슴으로 변한다. 그래서 사냥감이 되어 죽는다. 내가 신화에 나오는 이런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은 도덕적인 어조로 무언가를 암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신화에 나타나는 벌은 문자 그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어떤 행동이 구체적인 결과를 끌어낸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뿌에르 영성에는 인과응보가 있다. 뿌에르 인물 각자에게 독특한 고난은 단순히 그 패턴의 이면이다. 악테온이 그랬듯이 만약 우리의 관심 집중력이 헤매게 놔두면 보통 사람의 눈에는 감추어진 놀라운 광경을 얼핏 보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행운 때문에 우리도 역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야기들 속에서 나타난 징벌을 보면 영혼이 신성을 향하여 움직이는 뿌에르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영향 받는 것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이지만, 필경 영적 비전은 어떤 대가와 함께 온다는 사실을 앞서서 알아야 한다. 아빌라의 테레사 같은 신비스런 작가들은 영성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규칙적인 지도와 선을 주장하는 데 있어서는 견고하기가 비길 데 없다. 테레사 같은 수녀들에게 경고하면서 고해를 듣는 신부들의 충고를 자세히 경청하라고 하였다. 우리가 숭배하는 여신의 동물로 악테온이 그랬듯이 문자 그대로 변화하기를 원치 않는다면, 마음속으로 그리고 마음에 대하여 우리의 비전이 작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예수는 뿌에르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나의 왕국은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라고 그는 되풀이해서 말하였다. 그는 이상주의자로서 형제애를 설파하였다. 그는 스스로 아들의 이미지를 견지하면서 자기는 아버지의 일을 하고 있다고 또한 말하였다. 그는 상처 입기 쉬운 어린이의 마음을 지니고 살았으며, 또 다른 젊은 종교적 이상주의자인 가우타마 붓다와 같은 식으로 권력과 부에 대하여 악마의 유혹을 받지만 쉽사리 그러한 세상의 요구를 쓸어버린다. 그는 자연법에 도전하는 기적을 행하는데, 그것은 모든 뿌에르의 열망이기도 하다. 그리고 햄릿 같은 뿌에르처럼 그는 아버지가 내리는 영성적 명령의 짐을 지고 다닌다. 그에게는 우울한 측면도 있었는데, 겟세마네 동산에서 고뇌하는 모습으로 잘 요약된다. 마지막으로 예수는 신화 속에 있는 뿌에르들처럼 십자가에서 수직적으로 들려 올라간다. 물론 거기서 먼저 매를 맞고 피를 흘리고 뿌에르가 전형적으로 고난을 당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예수와, 더 연장해서 보면, 그의 종교 속에서 뿌에르는 친 가족과 거리가 떨어져 있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의 어머니가 찾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 그는 청중을 가리키며 “여기에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신다.”라고 하였다. 여성들과의 관계는 명백하지 않았으나 그는 보통 남자들 여럿이서 함께 지내는 모습이었는데 이것 또한 뿌에르의 주제이다. 그는 또한 체제, 특히 그의 손위 사람들이나 종교적 지도자들과 교사들과 사이가 껄끄러웠다.

뿌에르의 정신은 우리에게 신성한 비전과 필요한 이상주의를 제공해 준다. 그것이 없으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사회 구조라는 무거운 짐과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세계에 적합하지 않은 생각뿐일 것이다. 동시에 뿌에르의 정신은 영혼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날개를 달았거나 말이나 마차를 타고 일상 생활 위로 높이 솟아 오른 상태에 있으면, 자기 스스로 무적 불패로 생각한다. 실패와 일상적인 유한한 인생의 약점에 대하여 둔감해질 수 있다. 사람들이 뿌에르의 정신과 친밀함을 찾기가 또한 어렵게 느낄 것이다. 매혹적이며 매력적일 수 있으나 등 뒤에는 묵직한 막대기를 지니고 다닌다. 뿌에르 속에는 사디스트적인 끼가 숨겨 있어서 그것이 타격을 주기 전에는 사람들이 짐작도 낌새도 잘 느낄 수가 없다.

솟구쳐 오르기만 하는 뿌에르 속에는 동시에 잔인성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젊은이가 꿈 이야기를 하는데 그가 꿈속에서 쌍발 비행기를 타고 자기가 자라난 농장 위로 날았다는 것이다. 그가 땅 아래를 내려다보니까 자기 집 앞에 식구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이 손짓하며 내려와서 같이 있자고 하였으나 그는 계속해서 그들 주위를 돌며 비행하였다. 뿌에르의 정신은 종종 가족의 복잡한 삶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한다. 영혼의 관점에서 보면, 이 꿈이 보여주는 것은 미궁처럼 복잡한 삶에 대한 방어일 뿐 아니라 가족의 영혼 속으로 하강하는 것보다는 공중으로 상징되는 뿌에르의 정신을 선택한 것이다. 가족은 불행하고 거부하는 것을 느낀다. 이 주제는 컬트에 참가하는 자기 자녀들을 납치해서 그 일에서 손을 떼게 만드는 가족들 속에서 반울림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슈가 되는 것은 이카루스와 미노타우르의 원형적인 투쟁으로 볼 수도 있는데, 뿌에르를 위협하는 미궁처럼 복잡한 삶의 한가운데 있는 게걸스러운 야수가 그것이다. 그 야수는 젊은 남녀를 먹고산다는 말이 있다.

내가 한번은 어느 영성적인 교회에서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중년 여성 한 사람의 참가자가 꿈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와 가족이 등산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길이 어려워서 그들은 어떻게 해서 날카롭고 뾰족한 바위들을 타고 올라갔다. 꼭대기에 가서 보니까 꿈을 꾼 사람은 굵은 로프에 걸려 있는데 그 끝에는 사위가 대롱대롱 매달려 공중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의 옷이 바람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그가 ‘팽창’되어 있었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말하는 사람은 그 말속에 담긴 심리학적 뉘앙스가 어떤 것인지 포착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가 말하기를 자신이 로프를 놔 버리면 자기 사위는 날아가서 사라질 것 같았다는 것이다. 사위는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기분이 아주 좋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장모가 보니까 로프가 느슨해서 끊어질 위험은 없어 보였다.

나는 그 꿈이 그 꿈을 꾼 사람의 영성 생활을 그림처럼 보여 주어 관심을 가졌다. 그 인생의 이 시점에서 영성의 길을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는데 동시에 가족들 때문에 전적으로 세상과 연결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어머니였다. 그 투쟁의 끝에 가서 자기 정체를 찾고 보니까 자기 영혼의 사위의 안전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끼는 어머니였다. 영성을 놔 버리면 공중으로 사라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우리는 또 다른 역설에 도달하였다. 영성을 위하여 우리가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근거가 때로는 영성이 모든 것을 꽉 잡게 만들었을 때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꿈속에서 사위는 하나도 걱정을 안 하였는데, 꿈을 꾼 사람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사위는 팽창을 즐기고 있었는데 장모는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장모는 영성을 향하여 바위투성이의 고통스런 길을 기꺼이 가고자 하면서도 영성 자체의 뜨는 힘은 믿지 않았다. 어떤 점에서 이 여인은 명상과 공부와 금욕적 생활 같은 모든 형태의 몸부림치는 노력보다 한층 더 어려운 뭔가를 해야 할지 모른다. 로프를 놔 버리고 영성이 스스로 어떤 수준을 찾게 해야 할지 모른다. 이 여신은 땅을 믿었고, 땅의 요구들을 다룰 줄도 알았다. 그러나 자신의 영성이 솟아올라서 도달할 높이에 대해서는 두려웠다.

여기서 우리는 주제가 꼬이는 것을 본다. 도망자의 영성으로 영혼에 대한 위협을 느끼지만, 치솟는 영성에 두려워 떨며 매달려서 지상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면서 영성을 과소평가하는 것 때문에 실제의 피해는 입을 수 있다. 꿈속에서 로프는 느슨했고 젊은이는 어느 수준에서 날고 있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더 높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절제하지 않았다. 꿈을 꾼 사람은 상황을 잘못 읽었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불필요한 고민 속에 빠져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꿈은 우리가 영성이 끌어올려 줄 높은 경지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라 잠재적으로 우리를 변화시켜 줄 능력이 있는 영성을 조절하고 억누르는 종교의 형식으로 방향을 돌린다는 나의 인상을 뒷받침해 준다. 우리는 교회 다니면서 영성을 인정하는 만큼이나 억제하기도 한다. 영성과 영혼의 결혼을 준비하는 일은 그 영성이 날아서 공중에서의 즐거움을 찾게 해 주는 것이다.

마이스터 에카르트의 말을 빌리자면,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를 바라고, 영원성과 하나님에 대한 갈망을 지니고 사는 동안은, 그만큼은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이 아니다.” 꿈을 꾼 그 사람은 사위로 위장한 천사를 놔 보낼 수가 없었다. 그 여인은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것이었다. 명백히 그는 자신의 영성 속에서 진정한 성취를 어느 정도 거두었다. 그러나 바로 그 시점에서 그 여인은 공포와 욕망과 노력 같은 것을 놔 버리는 바로 그런 영성적 빈곤의 신비를 헤아리지 못하였던 것이다. 사위 되는 남성의 바지는 영성으로 가득했다. 그 바람 때문에 적당히 풍선처럼 되어 인간적인 차원에서 떠 있게 만들었다. 그가 로켓을 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어릿광대 같았고, 물 불 가리지 않는 영성의 천사 같았다.

영성은 우리가 만일 제 자리를 찾도록 범위를 허용하지 않으면 그것은 바로 증상적인 형태의 컬트나 야바위 짓으로 채워질 수도 있다. 증상적인 뿌에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 반대편인 ‘노인’의 세넥스 쪽으로 방향을 돌릴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뿌에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에게 관심을 집중하며 자신의 타당성과 적실성을 스스로 간직함으로써 몸을 굽혀 땅 쪽을 향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꿈꾼 사람은 정당하게 영성에 굶주린 사람이다. 근거를 찾으려고 했던 그의 시도는 명백히 방어적이며 공포에 사로잡힌 것이었다. 우리는 영성을 이성 속에다 유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꿈에서 보여 주는 바와 같이 영성은 그 스스로 수준을 찾을 수 있다. 영성은 스스로 내재적인 제한의 원리를 지니고 있다.

믿음

믿음은 영적 은사로서 영혼이 스스로 자신을 계속해서 드러나도록 만들어 준다. 믿음이 영혼으로 충만할 때, 믿음은 항상 경이와 탐구의 토양에 뿌리내린다. 믿음은 방어적인 것도 아니며 믿음의 어떤 대상에 집착하며 안달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 그림자로서 의심은 온전히 성숙된 믿음 속으로 들여올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 자신이나 다른 사람 또는 삶 그 자체에 대한 신뢰를 상상해 보라. 그래서 증거할 필요도 과시할 필요도 없는 것, 그리고 불확실성을 내포할 수 있는 그런 것을 상상해 보라. 사람들은 때때로 영적 지도자를 신뢰하다가 그가 이상에 맞게 살지 못하면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그러나 믿음으로 진짜 신뢰하는 것은 삶이나 인성이 결코 그림자가 없을 수 없기에 배신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면서 누구를 신뢰할 것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믿음이 요구하는 상처받을 가능성은 우리가 자신에 대한 대등한 신뢰를 하는 것과 맞춰볼 수 있다. 그 감정은 바로 배신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