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융의 말처럼 사람은 태어날 때 손상되지 않은 영혼을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타고납니다. 자라면서 사랑을 받고 자라면 그만큼 손상되지 않은 영혼이 순수성을 유지한 채 사랑의 능력을 점점 더 배양하며 자라게 됩니다. 사랑을 받고 자란 어린이가 크면서 마침내 사랑할 줄 아는 어른이 됩니다.
반면에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은 사랑을 할 줄 모를 뿐 아니라 실제로 사랑을 받을 줄도 모르기 십상입니다.
‘학대받고 자란 어린이가 학대하는 어른이 된다’라는 말은 심리학의 기초 상식입니다. 요즘은 유아기를 거치면서 일찌감치 사회 환경에 노출되어 여러 가지 갈등을 느끼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일찍 성격이 형성되며 특히 성격 유형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어린이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보존 본능이 자극되어 긴장이 높고 사랑을 받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이기심이 강화되기 마련입니다.
가정이 기초 공동체요 정신역동성의 일차 집단입니다. 가족 관계 속에서 어린이가 어떻게 애정을 경험하느냐가 중요 합니다. 형제자매를 포함한 가족 관계 속에서 정신역동성을 경험하지만 부모와의 관계가 역시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데 부모들은 보통 자녀를 사랑한다고 느끼거나 당연시합니다. 문제는 어린 자녀가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이거나 느끼고 경험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린이가 사랑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은 섬세하고 미묘합니다. 부모가 사랑한다는 전제 아래 말하고 행동하는 것 가운데 편견과 오해와 착각이 종종 나타나는데, 어른들은 대부분 거기에 대하여 무신경합니다. 예를 들면, 어린이가 동생을 봤을 때, 높은 긴장감이나 위기감 속에 빠 지기 쉽다는 사실을 부모들이나 어른들은 잘 못 느낍니다. 그리고 어른들과 똑같이 어린 동생을 대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어린이는 박탈감이나 유기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동생에게 엄마를 빼앗겼다고 느끼거나 자신은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내가 너를 여전히 사랑하니까, 너는 사랑을 받고 있는 거야’ 하고 생각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신이 어렸을 때 동생을 보고 나서 엄마를 빼앗겼다는 생각 때문에 동생의 뺨을 꼬집거나 눈을 찌른 경험이 있는 사람들조차도, 불과 몇 십 년 전의 일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동생을 보고 나서 심술부리는 아이의 버릇을 고칠 생각만 잘 합니다.
이토록 부모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지나는 동안에 동생을 본 어린이는 상처를 입고 위축되거나 공격성이 늘어날 가능성이 생깁니다. 부모들의 무관심이나 무신경 또는 둔감함 때문에 어린이는 스스로 독립심이 강해지는가 하면 경쟁심이 자극되며 커질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부모들의 착각 속에서 어린 자녀의 성격은 각이 지면서 좁아지거나 뾰족해지는 것입니다.
에니어그램의 상징을 보면 첫째 원이 그려져 있습니다. 원은 통일성, 통합, 원만함, 조화, 균형, 하나됨, 온전함 등을 상징합니다. 이것은 우주를 상징하는 것과 동시에 사람이 온전한 영혼을 고스란히 타고 난 상태를 동시에 상징합니다. 어린이에게는 이런 상태가 보통 만 세 살까지 유지됩니다.
그러다가 상처를 입고 긴장하여 위축되거나 자기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모가 난 성격이 되고 마침내 아홉 가지 각도로 상징되는 성격이 형성됩니다. 에니어그램 상징의 원 안에는 삼의 법칙을 상징하는 삼각형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숫자를 연결하는 도표가 칠의 법칙 또는 옥타브의 법칙을 상징합니다.
삼의 법칙은 음 양 중용, 천 지 인, 성부성자 성령 등으로 표현되는 우주의 중요한 현상과 역동성을 상징합니다. 칠의 법칙 또는 옥타브의 법칙은 일명 에너지 흐름의 법칙이라고도 부릅니다. 내부의 에너지 흐름과 동시에 우주 에너지의 흐름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런 도표가 사람의 성격을 아홉 가지로 나누어 보도록 체계를 나타냅니다.
어쨌든 원만하게 태어난 사람들이 성격이 형성되면서 만 여섯 살 때에는 성격 유형이 아홉 가지 가운데 하나로 확정됩니다. 그 과정과 배경에는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사랑을 원만하게 편하게 받은 경우도 있고, 사랑을 받기는 받았으나 지나친 경우 즉, 과잉보호나 간섭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고 지나치게 개입하기 때문에 사랑이 오히려 귀찮거나 싫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그 사이에는 그야말로 어중간한 경우도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닌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애증을 동시에 느끼고 경험하며 자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칫하면, 불안정하거나 경쟁이 심할 수도 있고, 자신도 모른 사이에 양가적인 성격의 단면을 지니게 됩니다. 자기 주장이 강하거나 고집이 센 반면에 때로는 정반대로 고분고분하고 상냥해질 수도 있습니다. 남이 보기에 이중성이나 의외성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고 자란 어린이는 긴장을 모르고 편하게 자랐기 때문에 포용력과 인내심이 있고 사랑의 능력이 큽니다. 긴장을 모르고 자랐기 때문에 얼굴도 마음도 편합니다. 이렇게 자란 9번 유형 가운데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더 경험하며 자란 사람은 8번 날개를 갖게 됩니다. 같은 9번 유형 가운데서 1번 날개를 갖는 사람은 어머니의 사랑이 조금은 더 큰 경우인데 이런 사람은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하고 완전을 지향하며 화를 내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더 강합니다. 반면에 8번 날개를 가진 이는 좀 더 강인하고 ‘벼랑 끝 전술’이 강합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6번은 충실하고 모범적이며 용기가 있고 사람들이 좋아할 사람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긴장하게 되면 불안하고 걱정이 많고, 혼자 하는 일은 부담을 느낍니다. 대체로 편한 사람입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조금 약한 경우에는 5번 날개를 갖게 되고, 어머니의 사랑이 소극적이거나, 어머니의 성격이 강해서 간섭이 심하거나, 어떤 형태로든지 부정적이면 7번 날개를 갖습니다.
6번 유형 가운데서 5번 날개를 갖는 사람은 생각이 많고 분석적이기 때문에 몸이 무거운 편이고, 6번 기본 성격의 불안과 5번 유형의 고민이 겹쳐서, 조금 어려운 일이 생기면 걱정이 커집니다. 반면에 7번 날개를 가진 6번 유형은 보다 더 낙천적이고 놀기도 잘 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경험한 사람이 3번 유형입니다. 어머니가 기를 살려준 까닭에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합니다. 목표지향적이고 성취동기가 강하고 잘 나서며 인정받기를 원하고 성공하려 노력합니다. 3번 유형 가운데 아버지의 사랑이 조금 덜 하면 2번 날개를 갖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덜 하면 4번 날개를 갖습니다.
3번 유형 가운데서 2번 날개를 갖게 되면 남을 돕거나 돌보고 남에게 주는 일을 더 잘 합니다. 여기에 비하여 4번 날개를 갖는 사람은 감정이 더 풍부하고 예민하며 예술적이고 낭만적입니다. 3번 유형의 기본 성격이 동기부여와 설득력에 있어서 빼어난 데다 2번 날개와 겹치면 자랑을 잘 하고 자기 피알을 잘합니다. 4번 날개와 결합되면, 사교성이 빼어나고 이미지 관리에 능하고 감동을 잘 줍니다. 그러나 조심할 것은 자칫하면 의기양양해서 과장이 지나칠 성향이 있거나 꾸밈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