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자녀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를 모르는 부모가 의외로 많은 것 또한 놀라운 사실입니다. 부모들이 자녀를 사랑하지만, 갓난아기를 사랑할 때는 무조건 사랑하는데 비하여, 자녀들이 만 두 살을 넘어서면서 개체 발달이 시작될 때부터는 대립이나 대결이 자주 일어납니다. 이럴 때 사랑한다는 것은 생각 뿐, 실제로는 사랑 과 동떨어진 언행이 곧잘 표현됩니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이 당연 논리가 문제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여도 사랑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것처럼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전제로 하는 언행이 과보호나 간섭이나 강요 자주 나타납니다.
이런 때에 부모들은 자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할지라도, 자녀들은 자신들이 사랑을 받는다고 느낄 수가 없습니다. 자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느끼는 노력이 나 자녀들의 눈높이나 감정을 염두에 두고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으면, 자녀들은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아니면 부모가 자기를 사랑하는 줄은 알지만 편하지 않게 느끼게 됩니다. 이런 경우가, 자녀들의 입장에서는 부모의 사랑에 대하여 부정적 또는 소극적이거나 적어도 엇갈리는 양가적 관계로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에니어그램의 상징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 안에 있는 삼각형이 나타내는 3의 법칙에는 부모의 사랑을 긍정적으로 받은 9번, 6번, 3번 유형이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7의 법칙, 옥타브의 법칙 또는 에너지 흐름의 법칙에는 부모의 사랑을 부정적으로나 소극적으로 또는 양가적으로 경험한 1번, 4번, 2번, 8번, 5번,7번이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사는데도 부정적인 관계로 이해되는 것이 자못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자녀들이 부모의 사랑을 어떻게 느끼고 경험하고 받아들였느냐 하는 것입니다.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관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거기에는 폭 넓게 그려볼 수 있는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학대하는 부모에서 자주 야단치거나 때려주는 부모, 엄한 부모, 과묵해서 말이 없거나 애정 표현을 안 하는 부모, 떨어져 사는 부재중인 부모 등등 여러 가지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예외적이지만, 자애로운 부모인데도, 일생에 딱 한번 매를 맞고 상처받은 어린이가 자라면서 부정적인 관계를 마음 속에 자신도 모르게 품고 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1번, 7번, 4번 유형의 성격이 됩니다. 아버지가 무섭든지 아니면 사랑의 표현이 소극적이어서 부정적으로 비친 경우나 떨어져서 자란 어린이가 1번이 되는데 이런 사람은 특히 얼굴에 긴장이 나타납니다. 늘 옳은 것을 바라고 완벽하게 하는 성격입니다. 기본 성격 유형이 1번이라도 어머니의 사랑을 더 받은 사람은 1번의 9번 날개를 갖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보다는 덜 부정적이지만 그다지 적극적이지도 않은 사람은 2번 날개를 갖습니다.
1번 유형의 기본적인 성향은 같더라도 9번 날개를 지닌 사람은 화해와 관용이 더 강한 성향인데 비하여 2번 날개를 가진 사람은 남에게 주는 일이나 돌보는 일이 더 강한 성향을 띱니다. 평균 상태의 사람들은 대부분 둘 중의 한 쪽 날개가 접혀 있습니다. 그러나 양 쪽 날개가 비슷하게 펼쳐져서 활동적인 사람이 드물지만 가끔 발견됩니다.
7번 유형은 어머니와의 사랑의 부정적인 관계로 나타납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학대하는 어머니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는 어머니의 성격이 강하거나 자신감이 강해서 자기도 모르게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하거나 결정하면서 간섭하는 까닭에 자녀들이 그런 일이 싫어서 부정적인 관계가 됩니다. 7번은 특히 어려서 빼앗긴 경험이 있어서 고통을 피하며, 늘 만족을 찾아 나섭니다.
같은 7번 유형 가운데서 아버지가 긍정적인 사랑을 베푼 경우는 6번 날개가 되고, 반대로 부정적인 경우나 덜 긍정적인 경우는 8번 날개를 갖습니다.
낙천적이며 이상주의적인 7번이면서도 6번 날개를 지닌 사람은 충실하며 질서나 규칙을 잘 지키는 성향을 나타냅니다. 여기에 비하여 8번 날개를 지니면 상대적으로 말해서 대결하거나 지휘 통솔에 강한 성향을 띱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든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은 경우와 양친부모가 무섭거나 엄격해서 어린 자녀가 애정을 경험하는 바탕이 약하면 4번 유형이 됩니다. 4번 유형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스스로 외톨이라 느낍니다. 공상을 잘하며 크다가 상상력이 풍부해진 개인주의자인 4번은 감성적이며 예민합니다.
로맨틱하며 직관적인 4번은 예술 감각이 뛰어납니다. 4번 유형 가운데서 어머니에게서 조금 더 적극적인 사랑을 경험하고 자란 사람은 3번 날개를 갖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좀 더 경험한 경우는 5번 날개를 갖습니다. 3번 날개를 가진 사람은 성취하려는 성향이 더 강한 반면에 5번 날개를 지닌 사람은 생각이 깊고 더 분석적입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알기는 하지만 그렇게 편하지 않은 사람이 2번 유형이 됩니다. 아버지와 사이에 양가적인 애정을 경험하고 자라서 아버지에게 뭔가 해드려야겠다고 느끼기 때문에 나 아닌 남의 필요를 일찍부터 잘 파악합니다.
남을 돌보고 잘 주는 2번 가운데서도 어머니의 사랑을 더 느낀 사람은 3번 날개를 갖게 되고, 어머니의 사랑을 덜 느꼈거나 소극적으로 경험한 사람은 1번 날개를 갖습니다. 기본 성격은 협조자로서 남에게 잘 주고 봉사하는 사람 가운데서도 1번 날개를 갖는 사람은 완벽해지려는 성향이 더 강한 데 비하여 3번 날개를 지닌 사람은 더욱 성취 지향적입니다. 그런데 2번 유형의 3번 날개는 1번처럼 화를 잘 내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양가적으로 엇갈리게 경험하고 자란 사람이 일찍이 독립심이 발달하며 8번 유형이 됩니다. 어려서부터 골목대장 성향이 강한 8번은 자기의 필요는 자기가 알아서 해결하려는 경향 때문에 자수성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스로 강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사는 8번 유형은 지는 것이나 꿀리는 것이 싫어서 늘 이겨야 하고 따라서 약해 보이는 것을 피합니다.
건강하면 도량이 크고 아량이 있는 지도자가 되는 8번 가운데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좀 더 경험한 사람은 9번 날개를 갖는데 비하여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7번 날개를 갖게 됩니다.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사는 8번 유형 가운데서도 9번 날개를 갖는 사람은 관용과 평화의 경향이 상대적으로 더 강한데 비하여 7번 날개를 지닌 사람은 팔방미인이나 식도락가 성향이 더 강합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부모의 사랑을 어떻게 받고 경험하느냐에 따라서 성격 유형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면서 역시 사랑이 필수 과목인 것을 다시 생각합니다. 부모가 에니어그램을 배워서 알고 있더라도 자녀의 성격을 어떤 유형으로 만들겠다고 노력해서 인위적으로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성격 형성의 과정은 미스테리입니다. 그러나 자녀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자녀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대하고 그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느끼며 대하면 사랑의 바탕이 두터워집니다. 어떤 성격 유형이 되더라도 어려서 경험한 사랑의 바탕이 두터우면 건강한 상태에서 통합을 이룹니다. 이런 진실을 터득하고 주의와 관심과 애정을 집 중하며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은 곧 예술입니다. 사랑이라는 필수 과목이 예술을 꽃피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