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일날 예배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사무실에서 전화벨소리가 났다. 초등학교 4학년인 웃음이가 전화를 받고는 나한테 와서 “전도사님, 공동체 성서 연구원이녜요.”하는 것이다. 예배 도중이지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기는 단양인데요, 6월달에 하는 에니어그램 수련회에 참석하고 싶은데요, 장소랑 회비를 좀 알려주세요.”
“녜, 장소는 의왕에 있는 성 라자로 마을의 피정의 집인 ‘아론의 집’이구요, 회비는 한 사람에 30만 원씩이에요.”
“네에? …”
너무나 놀란 목소리는 잠깐 쉬었다가 힘없는 목소리로 다시 들렸다.
“집사람하고 같이 가고 싶은데 … 그럼, 다시 연락할게요.”
처음에 낭랑하던 목소리가 그만 쑤욱 들어가 버렸다.
그 분은 농촌의 목회자인데 한달 사례비가 40만 원이라고 한다. 목회자가 영성 공부를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그럴 기회를 못 가지다니 … 마음이 아프다. 우리는 의논 끝에 반 씩 장학금을 주기로 하였다. 그들에게는 그것도 큰 부담이다.
“집사람과 의논하여 가도록 해보겠지만 안되면 저 혼자라도 가볼게요.”
전화를 끊고 나는 너무나 허탈해졌다. 에니어그램 영성수련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돈이 없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이런 데에 관심도 없다. 빈부격차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동체 운동을 하고 있는 우리는 그동안 무료로, 혹은 자비량으로 공동체 성서와 에니어그램 교육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핸드백 하나에 천만원 하는 것이 불티가 나고 백억 대를 넘어가며 뇌물로 거래되고 있는 돈들이 왜 의롭게 쓰여지는데는 흘러들어 오지 않을까? 돈이 많아지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 눈앞에 보이는, 쓰여져야 하는 만큼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
음식을 먹어야 사람이 건강해지듯이 에니어그램 공부를 하고나면 영혼의 목마름이 채워지고 그동안 끼었던 때를 벗겨낼 수가 있다. 그리고 목회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참다운 종노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정말 필요한 영성 프로그램이다. 한 번에 10 명씩이라도 장학금을 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정말 좋겠다.
그 나라와 그 의를 위해서 구하는 기도는 하나님이 들어 주신다고 하셨는데 … “하나님! 교통정리 좀 해 주세요!”
윤 명 선 (공동체 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