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운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된다. 좋은 일도 생기고 나쁜 일도 생기지만 늘 하나님께 감사하며 지내온 터이다. 더구나 이번 미주 지역을 한 달 동안 다니면서 감사하는 일이 참으로 많았다.
햇순을 읽는 회원들의 삶이 어쩌면 그렇게도 하나님을 경외하며 서로 돕고 사는지…. 이민 100년이 되는 동안 다른 나라에 가서 여러 가지 고생을 하면서도 이제는 어느 정도 삶의 자리가 잡히고 있었다. 다른 인종들을 차별하는 백인들과 함께 나란히 사는 일은 아직도 요원하지만 이제 21세기에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외국 땅에서 사는 한민족들의 삶의 질도 달라질 것이다.
이옥희, 홍도영 씨의 딸인 지니 홍은 홍씨라는 성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미국인 남편과 결혼을 하였고 금년에는 벌티모어시의 지방법원 판사가 되었다. 한국인으로는 물론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처음이라고 한다. 작은교회의 김영매, 김선용 권사 부부는 그곳 한인감리교회에 다니면서 작은교회에 다녔던 여러 가정들과 함께 오순도순 살고 있다. 작은교회에서 태어나 유아세례까지 받고 간 지율이와 지후는 다른 민족의 아이들과 함께 밴드와 축구도 하면서 한국인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LA에는 그리닝 코리아의 이사인 윤필원 장로와 장현주 권사가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장학회의 회장으로, 기독교 연합 합창단원으로 알게 모르게 봉사하는 모습은 정말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다.
얼바인에서는 제1회 다솜학교로 모였다. 벌써 고등학생이 된 김민태네 식구들, 손나리, 잠깐 공부하러 간 정현, 도형, 재형이 모두 열 명이 모여서 서울의 다솜학교에서 늘 하던대로 자기의 생각들을 이야기하였다. 눈물이 글썽해 진 정현이는 처음 전학 왔을 때의 아픔을 이젠 극복했다고 말하였고, 민태는 무엇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솜학교에서의 배움이 미국에 와서 살면서도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었다고 고백을 했다.
나리 엄마가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 주었다고 한다. 어떤 친구가 뭐 그런 것을 먹느냐고 흉을 보더란다. 그래서 나리가 “너는 세계인이 못 되는구나. 그래, 각 나라마다 자기네의 음식이 있는데 니가 왜 이래라 저래라 하니?”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뒤로도 물론 도시락을 싸 가고 있고 일본 아이, 중국 아이들까지도 밥을 싸 온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구나, 그동안 다솜학교에서 키운 세계인이!
도형이와 재형이는 헬로윈데이에 생긴 과자랑 초콜릿이 많이 있었는데, 안산 신나는 다솜학교 친구들에게 주고 싶어서 모두 내어 주었다. “그래 맞아. 내가 서울 갈 때에 32kg 짜리 짐을 둘이나 가지고 갈 수 있는데…”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물건을 거두어보자고 하였다. 물론 다솜학교 학생들과 학부형들도 옷, 신발, 책, 과자들을 싸왔다.
특히, l.d.o.라는 청소녀 옷을 파는 shop을 경영하는 맹문성 씨는 새옷을 아낌없이 싸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서울을 오는 길에 동경에 들르게 되었다. 32kg짜리 두 뭉텅이를 도저히 끌고 다닐 수 없는 형편이어서 항공화물을 하는 윤필원 씨가 요금을 내주어 부쳐주기로 하였다. 옆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배꼽은 정말 커도 된다.
“결식 아동들도 좋은 물건 가져 볼 권리가 있다!” 비싼 운임이 든 만큼 그들이 느끼는 사랑도 컸으면 좋겠다.
윤 명 선 (공동체 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