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살던 신림동 단독주택을 이웃들이 아쉬워하는 가운데 매매를 했다. 옛날 생각만 하고 40일이면 넉넉히 집을 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수지로 가자는 남편과 멀리 가지 못하겠다는 나사이에 의견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교회가 멀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교회에 관한 서적들과 테이프가 수난을 당했다. 모두 버리고 교회에 갖다 주라는 것이었다.


도올의 강의에 심취된 남편은 논어를 쓰고 영어로 또 쓰고 논어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까지 읽으며 논어를 통독했다. 그 이후 성경 등 여러 가지 기독교 관련의 책이 박해를 받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남편은 수지로 이사가면 주일에 내외가 자가용으로 교회에 출석하겠다고 나를 설득했다. 그러나 남편의 직장도 교대 앞이니 출근하기 어렵겠고, 또한 월요 공동체 모임이 작은 교회에서 있으니 출석하기 힘들고 매일 아침 하는 맷돌체조와 단전호흡을 신림동까지 하러 다니기에는 너무 암담했다. 숨통이 조이는 듯하여 나는 매일 항의했다.


평촌으로 분당으로 아파트를 보러 다니는데 하루는 얼마나 먼가 시험하기 위해 분당 오리역을 가면서 운동화를 신고 지하철을 타고 가자고 제안을 했다. 지하철 안에서 지도를 보니 고속터미널에서 7호선을 갈아 탈 수 있으니 월요일에 성경공부하러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좀 안심이 되었다. 분당 오리역에 가서 아파트 구경을 하고 전망이 좋고 공기가 좋아 계약하기로 하였는데, 집주인이 다음날 보자고 하더니 다음날 1000만원을 더 달라고 하였다. 이제 남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다. 발가락이 부르트고 무릎 관절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짐을 정리하랴, 집보러 다니랴 무리를 한 때문이다. 4년전에 아팠던 무릎이 다시 도져서 그 후 2개월간 고생했다.


그럭저럭 열흘이 지났다. 잘못하다가는 길에 나앉게 생겼다. 마침 처음에 보아 두었던 봉천동 두산아파트 부동산 중개소에서 연락이 왔다. 좋은 집이 새로 나왔으니 와 보라는 것이다. 전날 부동산 아저씨 인상이 참 좋다고 한마디 했던 것이 효과가 있어서 저 사모님 집은 꼭 구해 드려야겠다고 머리에 입력을 해두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로 좋은 조건이어서 하루 만에 계약을 했다.


원하는 대로 전망도 좋고, 공기도 좋으며 먼저 살던 신림동에서 가까우니 새집과 환경에 적응하는데 무리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하나님 집을 멀리 떠나려니 하나님이 응답해 주시지 않고 한 발이라도 가깝게 장막을 마련해 주셨는데,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시는 것이라고 감사하며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