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띄우는 말씀 (2000. 4)

경륜과 패기의 조화를 위하여

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잔인한 4월이란 말을 지우고 부활의 계절로 맞이하고픈 이 4월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사건으로서 의미를 지니는 총선을 치루게 됩니다. 민주주의에 있어서 선거는 중요한 통과 의례일 뿐 아니라 큰 잔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잔치가 말 그대로 축제가 되는 친교와 경축의 장이 될 수 있는가 하면, 때로는 감정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여 싸움이 일어 끝내 난장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순리대로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고 근 반세기를 지나오는 동안에 선거철만 되면 하도 어지럽고 혼탁해지는 꼴을 차마 못 봐서 선거 무용론과 낭비설이 심심찮게 일었습니다. 그러다가 군부 독재자에 의하여 선거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박탈되었을 때는 그것을 되찾기 위하여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목숨 건 투쟁을 벌였고 그 결과로 오늘 다시 치르게 될 선거를 복원시켰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선거판이 그런 역사와 과거의 대가를 도무지 의식하고 있는지 묻고 싶은 정도를 넘어선 듯 합니다. 또다시 선거 무용론이 머리를 치켜들까 염려가 될 정도입니다. 우리의 민도에 대하여 의심하는 소리가 들릴까 걱정입니다. 낭비는 지난날에 한 것 으로 족하련만, 아직 그 사나운 뿌리가 완전히 끊기지 않은 모양입니다.

지난날 암울하던 시절에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어느 지도자가 한탄하시며 "어째서 우리 국민은 착하고 슬기로운데 지도자들은 그렇지 못한지 모르겠다."고 하시던 말씀이 되살아납니다. 20세기 최악의 인물은 히틀러라고 하는데, 그가 통치하던 시절에 독일 고백교회의 지도자 니묄러 같은 분들은 당시의 독일 국민이 나치 독재의 공범이라고 술회한 일이 있습니다. 이 두 분의 말씀 은 다 일리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위로가 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회개해야 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게 해 줍니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진지하게 역사의식을 새롭게 하여 이 중대한 고비를 넘기기 위하여 건강한 사회 심리를 가누어야 하겠습니다.

일본에서 일고 있는 노해론(老害論)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현실 정치에 추함과 해악을 끼치는 노장들은 더 늦기 전에 아름다운 퇴장을 서두를 일이요, 외국에까지 표현이 수출된다는 "386"세대들은 노추의 장본인들의 선무나 조작에 놀아나면서 그들의 힘을 빌려 권력의 가도를 달릴 생각일랑 일찌감치 접고, 순리대로 자발적으로 그리고 스스로의 힘과 지혜로 오늘의 정치개혁과 사회변혁의 중심세력이 되도록 뜻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예로부터 한 사회가 건강하려면 노(senex)와 소(puer)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른들의 경험과 경륜, 그리고 젊은이들의 패기와 박력이 더불어 만나서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누르거나 억지로 끌어들이거나 조작함이 없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협력과 조화를 끌어내어 모두가 대동 사회의 아름다운 창조를 위하여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공동의 노혁을 기울여야 하는 법입니다. 이번 16대 총선은 바른 선거의 선례가 됨은 물론이요, 노소의 조화가 대동사회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큰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