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띄우는 말씀 (2000. 6)

유월에는 기도를 드립시다.

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유월에는 기도를 드립시다. 우리 모두 마음과 뜻과 정성을 모아 기도합시다. 이념과 사상과 신념이 어떻든 한겨레 모두가 기도합시다. 천지를 지으시고 역사를 주관하시며 모든 사람에게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께 기도합시다.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신 하나님께 기도를 드립시다.

하나님! 그 옛날 고토(故土)회복과 민족의 재통합을 위하여 기도하던 느헤미야의 정성 을 가슴에 품고, 동족을 위해서라면 스스로 저주라도 받을 각오로 살았던 바울의 열정을 지니고 기도합니다. 아름다운 강산이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얼룩지기 시작한 그 유월을 쉰 번째 맞이하며, 오히려 희년의 염원을 안고 기도합니다. 새 천년 들어 처음 맞는 이 유월에 남과 북의 정상이 한 자리에 만나는 역사적 쾌거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예로부 터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으로 인정받던 한겨레가 이참에 세계가 눈을 휘둥그레 뜰 통쾌 한 일이 벌어지도록 기도합니다. 지난 세기까지는 지구상에 마지막 분단국으로 남았던 아픔과 부끄럼일랑 훌훌 벗어버리고, 새 천년에 처음으로 민족 재통합의 역사를 창조한 한겨레로 영원토록 인류의 기억에 남도록 기도합니다.
냉전시대의 끝자락을 거두어 올리고 새 즈문해를 화해와 일치의 시대로 선언하는 우리 모두의 분별과 결단이 세계의 평화를 다지는 슬기의 바탕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내부로 부터, 편견과 오해를 이겨내어 관용과 이해로써 감싸주며, 미움과 다툼을 극복하여 사랑 과 협력으로써 북돋우며, 불신과 비방을 넘어서 신뢰와 존경으로써 멋지고 신나는 민주 공동체를 세울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이로써 한겨레가 세계 평화와 인류의 일치를 향 하여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사랑의 하나님, 이제 땅 끝과 땅 끝이 만나는 역사가 이루어지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 지구위에서 서울과 평양은 서로 가장 먼 땅끝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땀어린 노력을 기울였고 눈물을 쏟으며 기도하였고, 숱한 젊음이 생명을 바 쳤고, 늙으신 어른들은 숨을 거두기까지 애타게 기다려왔습니다. 이들 모두에게 하늘의 위로를 내려주십시오. 미움도 가실 만큼 세월이 흘렀으나, 그만큼 오랫동안 떨어져 살 았기에 서먹한 것 또한 어쩔 수 없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는 진 실임을 우리는 믿습니다.
사랑의 하나님,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이 이번의 만남에 서 나타나게 해 주십시오. 체제와 환경이 달라졌고, 사상과 이념이 다르고, 가치관과 생 활방식이 달라졌을지라도, 한겨레, 한핏줄이 당기는 힘과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말 할 수 없는 사랑이 분단의 세월에 길들여진 모든 언행을 순화시키게 하여 주십시오.

부활의 주님,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에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던 그 영원한 대제사장의 기도가 오늘 우리의 역사 속에 이루어지게 하여 주십시오. 남과 북 이 각기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시고, 마침내 그 기운이 가득하고도 넘쳐서 남북이 하나 가 되는 은총의 역사가 이루어지게 하여 주십시오. 부활이신 주님의 사랑과 변화의 능 력으로 평화와 용서의 문화가 이루어지게 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