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띄우는 말씀 (2000. 7)

민족의 자각과 해방

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신록과 훈풍으로 다가온 초여름은 어느새 푸르름이 진해진 한 여름의 열기로 가득찬 계절이 되었 습니다. 그 계절은 부활의 계절에서 성령의 계절로 접어들었고, 우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지 는 역사적 순간을 온 세계의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지켜보았습니다. 바로 그 순간, "아, 우리가 하 나가 될 수만 있다면, 온 세계 앞에 우뚝 빛나는 민족이 될 저력이 우리에게 있건만!" 하고 느낀 것은 한반도의 남과 북에 갈라져 있는 한겨레 뿐 만 아니라, 세계에 이민으로 또는 유민(流民)으로 흩어져 있는 재외 동포들이 느낀 한결같은 감회였을 것입니다.

새 천년 접어들어 처음 맞이하는 성령의 계절이 창조의 계절로 바람을 몰아가며 이 땅에 새 역 사가 창조되기를 바라면서, 거룩한 은총에 응답하는 자세로 분별과 결단을 새롭게 아우려 볼 것입 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고 보니, 얼마전에 이 란(햇순 49호)을 통하여 개인과 민족 모두가 에니어 그램을 터득함으로써 자기를 발견하고 자유를 누리며 성숙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표현한 데 대하여 조금 더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먼저 에니어그램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하여 간추려 말씀을 드려서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수천년 동안 구전되던 자기발견의 지혜가 기록으로 정리되기 시작한 것이 1970년대의 일이었고, 이 것이 책으로 출간되며 일반에게 소개되기 시작한 것이 1990년 초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세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몇 해 전에 뉴스위크지에서 소개하여 오늘날 미국에서는 일반인은 물론이요, 정부와 기업체의 고위 지도자들이 앞다투어 이 교육을 받고 있다는 실정까지 전해주었습니다.

이토록 빠른 시일 안에 온 세계에 퍼질 만큼 에니어그램이 지닌 매력과 힘이 크다 하겠습니다. 에니어그램은 사람들의 성격을 아홉 가지 기본 유형으로 나누어 봅니다. 에니어그램을 통한 자기발 견의 과정은 세 단계로 나뉘어집니다. 첫째, 자기관찰의 단계에서 자신의 결점을 객관적으로 관찰 합니다. 둘째, 자기이해의 단계에서 자신의 결점이 형성된 과정과 관계를 이해합니다. 셋째, 자기 결점을 확인함으로써 그것을 포기 또는 방출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기 변화를 경험합니다.

자기 결점을 확인하고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성격 유형을 동일시(확인) 하게 되고, 아홉 단계의 성격 발단 단계를 파악함으로써 자기를 이해하는 자각(self-knowledge)에 이릅니다. 그 다음으로 자신의 상태가 발달하는가 아니면 퇴화의 방향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가는가, 아니면 현재 평 균 상태에 머물고 있는가를 파악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에니어그램의 아홉 가지 성격 유형 사이에는 아무런 우열의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 6살이 되기까지 형성된 성격 유형은 평생토록 바뀌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사람이 열 번 바뀐다는 것은 이를테면 2번 유형에서 3번 유형으로 수 평이동을 하면서 바뀐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유형 안에서 평균상태가 건강한 상태로 또는 불건강 한 상태로 수직이동을 하는 식으로 열 번 백 번 하는 것입니다.

만 6살을 전후하여 성격이 형성되는 배경을 보면, 부모와의 관계가 크게 좌우합니다. 부모 가운 데 어느 한 쪽이나, 부모 양친 모두와의 관계가 긍적적이냐 부정적이냐 아니면 애증이 엇갈린 엠비 밸런트한 관계냐에 따라서 성격이 형성됩니다. 이런 저런 사정을 살피다 보면 우리는 엄부자친이란 말이 뜻하듯이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완전주의자 성격이 많이 생겼고, 자애로운 어머니가 우리아이는 누구한테 지고는 못견딘다면서 부추기고 사랑하다 보니까 성공지향의 성격이 많이 생 겼습니다. 그리고 각박한 세상은 이에 지친 부모 양쪽 모두에게 부정적인 관계로 자라다 보니까 예 술가 형 또한 많아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요컨대, 좀더 깊은 연구를 통하여 한겨레의 자각을 돕고, 자기발견과 해방을 찾아서 함께 노력 할 일이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에니어그램을 통하여 한겨레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발견을 함 으로써 집착과 공포와 욕망으로부터 해방될 수 만 있다면, 그래서 개개인의 강박관념이나 강박충동 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 힘이 합하여 한겨레 공동체를 자유하게 할 것입니다.

예부터 평화와 예술을 사랑해온 한겨레이기에, 이제 에니어그램의 가치를 발견하고 관심을 모으 기만 하면 한겨레가 민족의 자각과 해방을 속히 이루게 될 것을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