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띄우는 말씀 (2000. 8)

통일이후의 사회통합을 위하여

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이산가족 재회의 기쁨과 슬픔을 아십니까? 오랫동안 헤어져 살았기에 기쁨의 눈물을 흘 릴지언정 웬 슬픔인가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재회하는 순간의 기쁨과 벅찬 감격이야 어디에 견주겠습니까? 그러나 극적인 다시 만남의 기쁨이 일상 생활의 시간 속에 녹아들거 나 덮이면서부터는, 비록 느리게라도 갈등이 머리를 쳐들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식구들 사이에 조심성도 있고 행여나 그동안 받았을 상처라도 건드릴까 배려도 하겠지요. 그러다가 일상의 틀에 익숙해져서는 각자가 힘겹게 안고 사는 아픔이나 괴로움 또는 상처나 한 같은 것이 겉으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오랜 세월을 떨어 져 사는 동안에 길들여진 눈높이나 표현과 태도를 포함한 생활 방식이 충돌하며 갈등을 빚 기 시작합니다.

이쯤 되면, 평소에 늘 함께 살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문제 가운데 하나가 불거집니다. 그것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바로 그 어려움에 다름 아닙 니다.

이산가족 재회의 슬픔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슬픔을 이겨내지 못한 이들 가운데, 또다시 이산 가족이 되는 아픔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을 안고 살았을 그때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아픔과 슬픔이 서려있게 마련입니다. 만나고도 하나되 기 어렵고, 화해할 수 없을 듯 싶어서 다시 헤어진 회한 마져 있고 보면 슬픔에 덧칠해진 부끄럼마저 끼어 있습니다.

어쩌다 어렸을 때 길을 잃고 고아원을 거쳐 남의 집 양자로 들어가 20여년의 세월이 지 난 청년 시절이 되서야 부모 동기를 찾은이가 있습니다. 이산 가족 재회의 기쁨을 무엇에 다 비기랴 싶을 만큼 온 천하를 얻는것 만큼이나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자라온 문 화가 달랐습니다.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교회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교양의 수준 도 삶의 자세도 전혀 다른 양부모 밑에서 자라난 청년은 생부모와 친 동기간 사이에서 너무 나 거리감을 느끼지 시작하였읍니다. 새로 만난 가족들이 잘해주는 것조차도 자신을 동정 하는 것 같더니 급기야 무시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가치 관이 다르고 생활 방식이 다르다면, 서로에게 다른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생긴 갈등이 있다 면 양쪽에서 똑같이 노력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한 쪽에서 열등감을 느끼거나 자격지심을 느낄 정도로 기우는 쪽에서는 차이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고 더욱이 갈등과 모순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법입 니다.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았으면서도 개인의 생활환경과 눈높이의 차이가 이토록 큰 갈등 요인이 된다면, 사상과 이념이 다르고, 체제와 문화가 크게 다른 남과 북에서 살아온 사람들 이 만나서 한데 어우러져 살기가 얼마나 쉽지 않을 것은 생각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우리는 남북 정상이 6.15에 선언한 역사적 합의문을 바탕으로 하여 통일에 더 가까이 다가선 느낌입니다. 물론 통일 지향적인 노력을 더욱 열정을 쏟아야 할 줄 압니다. 그러나 더욱 크게 눈을 뜨며 내다봐야 할 미래를 생각합니다. 바로 통일 이후의 사회 통합입니다. 통일 조국의 사회통합의 과제입니다. 반 백년이 넘도록 각기 다른 문화와 체제속에서 살았 고 판이하게 다른 교육을 받았고, 다른 사회적 경험을 하였고 각기 다른 기대와 희망을 안 고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이해하고 인정하고 존중하고 신뢰하고 협력한다는 것이 필요한 줄은 알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다만 필요하기 때문에 꼭 해야만 하는 것까지 압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커다란 희망의 신호가 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90년대 이후 탈북 주민들이 남쪽에 내려와 살면서 겪은 어려움과 기대와 좌절, 갈등과 모순, 절망과 상처 같은 것을 어떻게 견디며, 싸우며, 이겨내고 정착하였는지, 그리고 또 누구는 어째서 안정을 찾지 못하였는가를 통하여 앞으로 통일 이후에 사회 통합을 위하여 우리 모두가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행동해야 하는가를 온 몸으로 보여 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돕고,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과 더불어 고민하며 함께 길을 찾는다면, 오늘 그들의 정착은 내일의 사회통합에 빛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