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지난 6월말에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에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2주일을 보내고 귀국하였습니다. 섭씨 30도까지 올라갔다던 기온이 제가 몇 도시를 순방할 때에는 날씨가 추웠습니다. 그래서 마크 웨인이 일찍이 한 말을 떠올렸습니다. "내가 이제껏 경험한 중에 가장 추운 겨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낸 여름이었습니다." 저도 잠시 샌프란시스코에서 공 부할 때, 그 말을 실감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여름 독일에서 경험한 "추운 여름"은 조금 더 심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너무나도 서늘한 여름을 살다가 귀국하니 그 열기는 그만큼 견디기가 쉽지 않았 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7월 15일에 경기 일 원에 쏟아진 폭우로 또 한차례 물난리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수재에 겹친 인재를 겪는 모 습도 몹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이보다 더 안타까울 뿐 아니라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 은 바로 수도권 상수도의 수원지인 팔당호에 비가 그치면서 쌓인 쓰레기더미였습니다. 오늘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 하였습니다.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IMF "환난"이 안겨주었던 수치심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개개인이, 남은 조금도 생 각하지 않은 채, 한 사람씩 쓰레기를 내다 버린 것이 쌓이고 보니 너무나 엄청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마 조금씩 버린 사람들마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공동체성의 상실과 환경의식의 빈곤에 다름 아닙니다. 양수리를 앞뒤로 펼쳐지는 그 아름다운 강가에 무분별하게 허가를 남발하여 세금 거둬들 이는 일에만 정신을 쏟은 듯 싶은 당국자도, 그들과 손발 맞추어 돈벌이에 여념 없이 수많 은 식당과 여관을 마구 짓고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업자들도, 제각기 지역이기주의 또는 집 단이기주의나 개개인의 이기주의를 드러낸 데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이런 현상들 뒤 에 있는 가치관이 문제입니다. 결국은 돈이 제일이고, 물질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이기주의와 결합된 물질주의는 시야를 흐리게 하다 못해 눈을 멀게 합니다. 당연히 보 여야 할 것이 안 보입니다. 사람이 안 보이고, 생명이 안 보이고, 공동체가 안 보입니다. 현재 보여야 할 환경이 안 보이니까 미래는 더 더욱 안 보입니다. 이런 눈에 역사가 보일 리가 없습니다. 급기야 옆 사람도 보이질 않아서, 온통 경쟁 상대들만이 차지하고 잇는 형 국이 되고 맙니다. 이렇듯 지난 세기의 중병이라 하던 이기주의와 물신주의와 극심한 경쟁 성향에 깊이 빠 져 있는 사람일지라도 이른바 선진국에 관광여행이라도 하게 되면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환경도, 도시도, 자연도, 시설도, 규칙과 질서와 제도도, 어쩌면 그렇게도 사람을 위하고 아 주 작은 부분까지도 사람을 편하게 하려고 배려하였을까 하는 점입니다. 교통질서나, 자동 차 운행이나, 자전거 타기 그리고 사람들의 걷기, 이 모든 것이 사람들, 특히 노인이나 어린 이나, 장애우나 약한 이들이 불편 없이 살 수 있도록 살뜰히 마음을 쓴 점일 것입니다. 공동체성을 강조하거나 공동선을 주장하거나 더욱이 공동체 운동을 주창한다면, 사람을 위하여 문화를 형성하고 사회를 운영하고자 하는 선진국 사람들은, 이제 그야말로, 미래와 환경을 생각하며 후손들이 살만한 공동체를 만들자는 비젼을 떠올리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팔당호에 쓰레기가 무지막지하게 쌓이고, 교통사고는 살인적으로 늘어가고, 도시 의 소음과 먼지는 두통을 못참을 만큼 심해지고, 생전 홍수를 모르던 용인지역의 마구잡이 개발이 버젓이 벌어지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사실상 공동체 운동은 막연하게 들리기까지 하는 것이 오늘의 실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공동체 운동에 대하여 냉소적인 태도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럴수록 공동체 운동의 필요성은 역설적으로 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박하게 그러나 단호 하게 따져야 할 것입니다. "남 좀 먼저 생각합시다." 그리고 "손주들 좀 생각합시다." 우리의 손주들이 살아갈 세상을 꿈꿉시다. 주택가에 있는 또랑에서 가재를 잡고, 교외의 주택 단지에 늪지를 살려두는 세상. 농토가 아닌 땅을 푸른 잔디가 아니면 적어도 잡초가 있는 땅, 공해 없는 식품, 물, 공기를 마음놓고 즐기는 세상, 교통질서를 비롯한 공공질서는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는 세상. 어린이들이 맘놓고 놀 수 있는 건강하고 안전한 세상, 그 래서 서로 사랑하고, 협력하며 정의로운 평화의 세상이 이루어질 것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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