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어린 시절에 뜻도 모르면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를 목청껏 따라 외 우다가 어느덧 자연의 이치를 깨달았습니다. 청년 시절에 어둡고 괴로운 상황을 살면서 "사람은 무엇을 심든지, 심은 대로 거둘 것입니다."라는 말씀이 정의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 면서도, 한편 역사의 심판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떨림과 두려움을 아울러 느끼기도 하였습니 다. 10년 전 서울에서 "정의·평화·창조의 보전" (JPIC) 세계대회가 열릴 즈음, 기조 연설을 하러 한국에 찾아온 세계적인 물리학자요. 사상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독일의 직전 대통령 리하르트 폰 바이제커 박사의 친형인 칼 프리드리히 폰 바이제커 박사인데 전문가들과 만난 작은 모임에서 환경운동에 투신한 자신의 동기에 관하여 이야기 하였습니다. "나는 마태복 음 5장에서 예수가 산상수훈 첫 머리에 말씀하신 이른바 진복팔단의 말씀을 신조로 삼고 살 다 보니까 환경운동에 확신을 가지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확신에 찬 그의 언명은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심은 대로 거둘 것"이라는 말씀을 떠올릴 때마다 불현듯 떠오르는 장면과 얼굴입니다. 2년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집권당의 전당대회가 축제 속에 진행되는 모습을 부러운 눈 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임기를 2년 남겨놓은 만델라 대통령이 음베키(현 대통령)를 후계자로 지명하고 승인을 받는 자리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권력 누수현상이나 '레임덕' 같은 말을 전혀 모르거나 생각을 안하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전혀 강제성 같은 것이 없는 화합 과 일치의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우리는 금년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져서 6·15 남북공동합의서가 채택되었습니다. 온 세계의 이목과 관심이 집중되어서, 9월 UN에서 모인 뉴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도 각광을 받 았고, 10월 서울에서 열릴 아셈회의에서도 세계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 기대됩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후보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세계적 관심과 지지를 확보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 나라 안에서 벌어지고 있 습니다. 여야 대치 정국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위기설이 그 어느때 보다도 높아갑니다. 특 히 8월 말에 치른 전당대회에서 차기 대권 후보는 논의도 못하도록 금언령(?)이 내려진 분 위기는 누가 뭐래도 권위주의 체제의 속성이지,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민주주의 분위기라 하 기에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김심의 막강한 위력 때문일 것입니다. 북쪽의 김정일 위원장은 정말 대단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남쪽의 언론 사장단 앞에서도 막힘 없고 거침 없는 발언을 계속하였습니다. 군부도 자기 말대로 움직이 는 모습을 드러낼 뿐 아니라, 통일도 자기 마음 먹는데 달려 있다니, 그보다 더 큰 권력은 누가 과시나 하겠습니까?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며 더욱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기하고, 안보를 든든히 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지도력과 다음 세대를 위하여는 권력의 대물림도 해야 하는 논리가 우선되는 모습이 반사되기도 합니다. 한국 교회 안에서 요즘 얼마동안 대형 교회 목회자 세습 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 니다. 세습이란 말이 타당하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당사자인 교회가 발표한 "교회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밝히 드러나고 있습 니다. 요컨대 "해당 교회는 매우 복잡한 조직과 수많은 스탭, 그리고 목회자와의 협력 속에 성장하는 교회"라는 데 스스로 문제를 노정시키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 교회의 전통과 목 회방침을 잘 알지 못하는 목회자가 후임자로 부임할 경우 겉잡을 수 없는 행정적인 혼선과 모임들의 갈등으로 인해 성장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오히려 분열과 분파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대목에서는 더욱 극명하게 문제가 노정되고 있습니다. "성장교회 성향"(growth-church trends)에 대한 논의가 서구 교회 특히 미국 신학계에서 는 20년 전에 일단락 되었습니다. 특정 교회나 목회자에 상관없이 성장교회 성향을 추구하 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성향이 그것입니다. 간추리자면 1) 1인 체제를 지향하며 담 임목사는 스타가 된다. 2) 구조와 체제는 성장지향적이다. 3) 모든 스탭은 부목사를 포함하 여 자율성과 창의성보다는 충성심이 더욱 요청된다. 4) 성장 이데올로기가 모든 논리에 앞 선다. 5) 성장에 성공한 1세대가 물러나면 위기가 온다. 대략 이런 것입니다. "사람은 무엇을 심든지, 심은 대로 거둘 것입니다." "자기 육체의 욕망을 따라 심는 사람 은 육체로부터 썩을 것을 거두고, 성령의 뜻을 따라 심는 사람은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둘 것입니다." 역사의 심판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바로 코 앞에 있습니다. 이 말씀을 저주의 말씀으로 들을 사람도 있고, 같은 말씀을 축복의 말씀으로 들을 사람도 있습니다. "심은 대 로 거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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