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띄우는 말씀

편지로 띄우는 말씀 (2001. 4)

사월의 바람

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지난 세월, 이른 바 유신 시절에 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진 한 때가 있었지요. 부활 신앙 마저 위기에 부딪힌 듯 하였을 때, "말씀과 삶"을 함께 다듬어 나가던 친구들이 뜻을 정하 였습니다.
부활 신앙을 새롭게 하여 동시에 좌절과 절망을 용기와 희망으로 바꾸는데 도움 이 되게 할 마음으로 "다시 산다는 것"을 주제로 내걸고 여럿이서 각기 다른 모양으로 글을 모았던 일이 되살아납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생각하면서, 부활을 이야기할 수 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소생(蘇生)을 말 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에 실패한 사람이 새 마음 으로 지어먹고, 다시 산다는 것도 생각하였습니다. 학업을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중간했 던 사람이나, 사업에 실패하여 모든 것이 끝장 났다고 포기했던 사람들이나, 가족의 연을 끊 고 떨어져 살 수 밖에 없던 사람들이나 한 가족이면서 비극적으로 나뉘어져 살 수 밖에 없 었던 이들이 뜻밖에도 다시 산다는 것을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생각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의 경험으로 말하자면, 환난이나 경제 위기 때문에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사람 들이 죽을 각오로 다시 산다는 것을 결단한 이들도 생각합니다.
그렇게도 숫자가 많아진 노 숙자들 가운데 이면 체면 따지지 않고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무릅쓰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다시 산다는 것을 실감하는 이들도 생각하게 됩니다.
이토록 물리적 혹은 생리적 죽음을 떠올리는 데서부터 정신적 심리적 죽음, 또는 사회적 죽 음 그리고 영적 죽음까지 떠올립니다. 여기서부터 다시 산다는 것 사이의 온갖 과정을 생각 할 때 거기에 얼마나 많은 사연과 곡절이 있겠으며, 얼마나 애절한 이야기가 있겠습니까? 못 다 한 이야기나, 다 풀지 못한 사연일랑 접어두고, 미움과 회한을 뛰어넘어 서로를 모자 라면 모자라는 그대로 끌어안고 다시 산다는 것은 정녕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이 경지에 이르면, 모두가 고해성사 뒤끝에 용서의 선언을 듣고 후련한 것처럼 전혀 새로운 마음으로 삶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하여도 은총입니다.
금년에는 부활 주일이 한 가운데 들어 있는 사월을 이토록 다시 산다는 것의 신비와 은총 을 모두 누릴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것이 간절한 바램이요, 희망입니다.
다시 산다는 것 사월에는 다시 살자 잔인한 달 사월에는 다시 살자 그래서 잔인한 달을 너그러운 달로 살자 죽음의 그늘일랑 벗어 던지고 부활의 햇살 가득히 품자 사월에는 다시 살자 잔인한 달 사월에는 다시 살자 정녕, 사월을 다시 살자 모두가 체념하고 좌절하는 달을 희망과 용기 그득한 달로 불신과 미움의 너울 벗어 버리고 다시 산다는 보람을 즐기자
우리 모두 한 마음 한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부르며, 모두 한과 미움과 서러움도 털어버리 고 다시 살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참말로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