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띄우는 말씀 (2001. 5)

우리국민의 집단성격

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인성이나 성격을 말하자면, 흔히 개인적 차원에서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집합성격의 차원에서 민 족성이나 국민성을 생각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듣기가 역겨울 만큼 총체적 위기란 말을 너무 많이 듣고 있는 터이지만, 그 원인을 한 곳 깊은 데서 찾자면 국민성의 망각에서 짚어 볼 일일 것입니다. 최근에 어느 언론인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우리는 지금 국민성의 자각도, 국민성을 위한 교육도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고 걱정을 함께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몇 주 전에는 어느 대학생들의 모임에서 "자기발견"을 주제로 특강을 하는 자리에서, 참석한 대학생들에게 물어 봤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대학생들 가운데, 우리 국민성의 특 징을 말하는 이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그래도 반세기 전에는 우리의 민족성 또는 국민성을 가르쳤고, 또 자랑도 하였습니다. 저도 해방 직후 어린 시절에 배운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우리는 백의민족으로서 평화를 사랑하고 독창적이며 끈기가 있습니다. 자타가 공인할 만큼 "동방예의지 국"으로 도덕심이 빼어났고, 두레 정신이 강했고 이웃 사촌을 중히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우리 모두가 아주 어려웠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냥 힘내자고 그런 말을 하는 것처럼 여겼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4.19를 전후해서 우리는 자기비하를 하면서 아주 듣기 싫었던 말로 "엽전 근성"을 스스로 탓하며, 우리가 뭘 할 수 있느냐는 투로 자신들을 깎아 내렸습니다.

그런데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발전을 강조하며 적극적 사고방식을 키워오면서 자기비하는 벗어난 듯 한데, 또 다른 극단으로 빠지며, 지나칠 만큼 성공주의와 무한 경쟁으로 치달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와 극심한 경쟁에 빠져들면서 국민성마저 바뀐 듯 합니다. 그래서 국민성 개조론까지 얼마 전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에니어그램 성격 발달론에 의하면, 평화주의자와 성공주의자는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집단성격으로 서 우리의 국민성을 9번 유형인 평화주의자로 볼 때, 불건강한 상태에서는 자기비하와 나태에 빠지고, 극심하면, 자포자기에 빠집니다. 그러나 건강해지면, 목표를 세우고 확실하게 동기부여가 되면 성공형인 동기부여자의 장점으로 옮겨가며 통합과 성숙의 방향으로 갑니다. 그렇게 되면, 자기비하와 나태를 극복 하면서 근면과 확신을 살리는 모범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 앞에 펼쳐진 현상은 좀 유별납니다. 목표지향성 만 너무 강조한데 비하여 균형감각을 잃 거나 불안정한 가운데 결과에만 치중하게 되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할 뿐 아니라 자기 합리화 를 하면서 거짓말도 서술치 않게 됩니다. 자연히 결과 만이 중요한 가치가 되고 보면 도덕도 윤리도 가 볍게 여길 수 밖에 없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사라지다싶이 합니다. 오늘 우리가 지켜보며 겪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입증하는 것 같아서 에니어그램 분석이 야속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런 분석과 비판을 정직하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본래의 평화주의자로서 특성을 되찾으며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살면서도 공동선을 추구하며 함께 잘 살려는 목표를 세우고 나가게 될 때, 우 리는 건강한 평화주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평화와 공동선을 이룰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나가면서 독창력과 용감성과 끈기를 멋지게 살리며, 세계 앞에 우뚝 서는 탁월한 국민이 될 수 있습니다. 국민성을 재발견하고 튼실하게 가다듬는 일에 뜻 있는 모든 이들이 힘과 정성을 모으면 좋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모두가 집중해서 국민성을 재발견하고 건강하게 다듬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