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20세기가 저물어 가고 있던 때, 평생을 고통받고 번민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사시던 이태영 박사 님과 마더 데레사 두 분이 만나셨습니다. 그 두 분은 늘 함께 지내신 분들처럼 뜨겁게 손을 맞잡 고 정담을 나누셨습니다. 두 분이 힘을 주어 하신 말씀이 바로 "세계 평화는 가정의 평화로부터 시 작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평생동안 버림받은 사람들과 깨어지는 가정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사 신 분들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진실입니다. 최근에 한국인의 집단성격을 재발견하고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일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동조해 주셔서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기독교 TV』『CBS,』 도서출판『생각이 있는 창』『햇 순』등에서 이런 관심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평화주의자 또는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릴 적 성장 과정에서 갈등을 모르고 자란 특징이 있 습니다. 양친 부모와 긍정적인 관계 속에서 사랑을 받고 자랍니다. 부모가 별로 갈등을 드러내거나 다툼이 없이 살았기 때문에 누군가 갈등을 드러내면 두렵습니다. 그런 부모들은 흔히 말하는 것처 럼 금슬이 좋고, 의좋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인생살이에 전혀 갈등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런 갈 등을 최소한 표면상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살았음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에니어그램에서 말하는 평화주의자인 9번 유형의 사람들은 어려서는 조용한 아이들이고 말썽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종종 사람들의 눈에 잘 안 띕니다. 이런 사람이 소극적인 평화주의자가 되면, 타인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남에게 의존하거나 나태해지거나 자기비하를 합니다. 그러나 적극적인 평화주의자가 되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근면하고 관용에 있어서 탁월하고 평화를 만드는 사람 이 됩니다. 갈등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갈등을 창조적으로 해소시키고 극복하는 사람이 됩 니다. 그런데, 본디 평화주의자로서 알려졌던 우리의 집단 성격은 어느덧 건강하지 못한 성공주의자가 되어 있는 듯 합니다. 어릴 적에 모든 일에 있어서 제일이어야 하고 모두가 자기를 좋아해야 아닌 말로 직성이 풀리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커서 적극적인 성공주의자가 되면 자신이나 남에게 건전한 의미에서 동기 부여자가 되고 목표를 달성하며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됩니다. 좋은 뜻을 세우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성실히 노력하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에니어그램의 3번 유형인 이 사람들이 건강하지 못한 심리 상태에 있으면, 실패를 두려워 하기 때문에 능률과 성공에만 집착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기기만도, 남에게 속임수를 쓰는 것도 서 슴치 않게 됩니다. 이를테면 성공하기 위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됩니다. 사실은, 어떤 성격 유형에도 우열은 없습니다. 다만, 9번 유형이 주체성을 확립하고 건강한 평화 주의자로서 성공주의자의 특성인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게 될 때 가장 좋은 인성을 갖추게 됩니다. 그러나 9번 유형이 정체성 위기에 빠져서 소극적인 평화주의자로서, 개인의 성공만 바라면서,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게 될 때, 아주 위험한 지경에 이릅니다. 그야말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능률 과 성공만 찾다 보면, 정체성은 잃은 채 1등하고, 성공하고, 아이들은 "기살려" 밖에 모르도록 키우 는 결과에 빠집니다. 오늘 우리가 드러내는 문제가 이런 현상과 상당히 근접해 있는 것을 볼 때, 우리의 집단성격을 건강하게 회복한다는 것은, 결국 "가정의 평화로부터" 회복시키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역사의 격변기에 엄청난 사회변동을 거치면서 가정도 흔들렸고, 숱한 도전을 받았고, 위기에 부딪히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관용과 인내를 되찾아서 부부 사이의 갈등을 지혜롭 게 창조적으로 극복하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고르게 자녀들을 사랑하고, 가정의 평화를 만드는 일 에 다시 열정을 쏟을 일입니다. 가정마다 사랑과 평화가 넘치면 얼마나 좋습니까? 그리고 우리 모 두가 한반도의 평화를 목표로, 세계평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세우고 성공하도록 사는 것입니다. 얼 마나 멋있고 아름다운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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