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여든 야든 주요 정당이 전당대회를 여는데 국민의 관심이 쏠리지 않는다면 문제입니다. 국회가 엄 연히 존재하는데도 국민이 기대를 갈 수 없다면 더욱 문제입니다. 거기에는 괴리, 소외, 무관심, 냉소주의 같은 부정적 심리가 불신의 바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정당이나 국회가 어떤 일을 벌려도 국민 편에서 '그들의 행사' '그들의 잔치'로 볼 수 밖에 없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보다 더욱 답답한 곳이 있습니다. 어떤 교단들이 총회를 여는 계절이 되면 '그들 만의 잔치'가 여기 저기 벌어집니다. 교회정치의 풀뿌리인 신도들과는 전혀 상관없고, 심지어 '총 대'가 아닌 일반 교역자들과 상관없이 벌어지는 판이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정치적 무관심이나 냉 소주의가 교회의 정치에서보다 더 심하게 나타나는 정치가 어디 또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아무리 국회가 기대 이하의 수준에 머무는 때가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 들은 유권자에게 '큰 절'을 올린다고 합니다. 표심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그것을 잡기 위하여 총력 전을 벌인다고도 합니다. 어쨌든 풀뿌리에서 마음을 사고 지지를 얻어내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나 교회정치를 보면 신자들을 생각하는 모습도 없고 교회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모습도 찾 기가 어렵습니다. 교단 총회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금권선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 에 이런 이야기는 하나도 새삼스러울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교회의 본질을 생각하면 이제 는 모두 더 늦기 전에 진지하게 고민하며 생각해야 합니다. 총회가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우 리들의 잔치'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근본부터 따지며 생각할 일입니다. 총회는 교단에 속해있는 모든 개교회나 지방교회 또는 노회의 패러다임입니다. 총회는 모든 교회의 상징 이자 축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물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총회에서 예배가 소홀히 되고 있지는 않은가? 총회에서 성서연구가 존중되고 실행되는가? 총회에서 다룰 안건과 의제와 주 제에 대하여 모든 총대들과 최소한 그들을 통하여 온 교회가 관심을 모으며 수렴하는 과정을 살리 고 있는가? 총회에서 돈이나 향응을 받지 않은 총대들이 다수인데도 왜 타락 선거와 금권 선거가 계속되거나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타락상이 짙어가고 있는가? 선거가 타락하면 정치가 타락하고, 정치가 타락하면 먹이 사슬의 고리가 썩어 들어갑니다. 결국은 삶이 총체적으로 썩어 들어갑니다.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와 무한경쟁을 더욱 가중시키는 꼴 이 됩니다. 이런 모습 위에 '교회'라는 모자를 덧씌우든지 명패를 달아주는 형국이고 보면, 교회 에 희망이 있겠는가를 묻게 됩니다. 영성이 온전하고 영혼이 깨어있고서야 이런 현상이 어찌 거룩 한 교회 안에서 언감생심 있을 법한 일이겠습니까? "깨어나라"고 외친 선각자들은 그래서 '교회 기독교'는 본디 그리스도가 가르친 진리를 근본 에서 왜곡하고 있다고 일깨웁니다. 하나님 나라도 사랑도 민 말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갖 거 룩한 말 아름다운 말들은 풍성하지만 따지고 보면 빈 껍데기일 뿐입니다. 형식논리만 어지럽게 춤춥니다. 허기야, 처음부터 교회는 갈릴리가 아니라 예루살렘에서 터전을 잡은 데서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는지 모릅니다. 그 뒤로 줄줄이 잘못 끼워갈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기 득권을 지키며 '체제' 를 온존시키고 강화 시켜 올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까 '교회' 라는 이름은 지니고 있으면서도 정치의 속성을 어쩌지 못하고 밑으로 갈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모두는 상기해야 하겠습니다. 제자들은 '예루살렘' 에 남았을지라도 부활하 신 예수 그리스도는 '갈릴리'로 먼저 가신다는 진실입니다. 소외당하고 억눌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 곳, 고난과 희망을 아울러 끌어안고 뒹구는 삶이 있는 갈릴리로 가는 것입니다. 한가위 감사 제에 "레위 사람과 너희 가운데서 사는 외국 사람과 함께, 주 너희 하나님이 너희와 너희의 집안 에 주신 온갖 좋은 것들을 누려라" 하신 말씀을 실천하고 이런 마음으로 총회를 열 수 만 있다면 그야말로 '우리들의 잔치'는 멋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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