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그 동안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나누던 이야기를 이제 감히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싶은 주제가 있습니다. 다름아니라, 건강한 여성 지도자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에니어그램 9번 유형 가운데서, 건강한 여성 지도자가 나라와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굳이 여성 대통령을 기다리며 바라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조금 있다가 밝히기로 하고, 이런 이야기부터 시작하렵니다. 지금부터 1년 후면, 새 대통령이 취임할 터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고 보니, 5년 전에 현재의 대통령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염원하였습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정권 교체가 평화적으로 이루어진 것 말고도 그렇게 바라는 여러 가지 이유가 많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한국의 '만델라' 이기를 바라는 표현까지 나왔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이제, 또 다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수많은 후보들이 나서고 있습니다. 정치하는 이고 보면 누구나 대망을 갖고 대통령 꿈을 꾸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는 물음이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군 가운데서 누가 과연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그들 가운데서, 누가 나라와 국민을 정말 사심없이 사랑하고 존중하는가 하고 묻는 것입니다. 대통령하면, 꼭 남자만 해야 된다는 법도 없습니다. 아시아권에서만도 여성 대통령이 한 둘이 아닌 터입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래서가 아닙니다. 우리 나라에, 굳이 여성 대통령이 나오기를 바라는 까닭이 있습니다. 에니어그램은 인성 유형을 9가지로 봅니다. 어느 유형도 건강하여 통합과 성숙이 이루어지면 모두 좋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9번 유형이 건강하면 지도력으로서 좋은 점이 탁월합니다. 9번 유형은 평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첫째, 포용력이 크고, 용서, 화해, 중재 그리고 관용이 뛰어납니다. 둘째, 사랑이 큽니다. 거룩한 사랑과 무조건적인 사랑은 누가 못 따를 것입니다. 셋째, 무조건적인 사랑을 드러내기로 말하면 모든 유형 가운데서 가장 근면한 인성입니다. 넷째, 확고한 신념과 양심을 실천하는 행동과 지도력이 나타납니다. 다섯째, 끈기와 지구력이 남다르게 강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집단성격(국민성)이 9번 유형이기에, 9번 유형의 격정과 단점으로서 나태와 자기비하와 의존성과 조급성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동정하면 변화시킬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여기서 덧붙여서, 지배문화에 익숙해진 남성들에 비하여, 여성으로서 건강한 9번 유형의 지도자는 첫째 사랑과 부드러움, 둘째 살림과 보살핌, 셋째는 위로와 지원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희생 정신이 강하고 보듬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사심없는 지도자로서, 지배와 군림이 아니라 섬김과 살림으로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국민을 살맛나고 신명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게 어디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일이겠습니까? 당장에 당대에 이루어질 일이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20년을 내다보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일입니다.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려면, 여성 문화, 생명 문화, 공동체 문화가 성숙되어야 합니다.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기 위한 의식의 전환, 사고의 전환, 새 시스템의 창출, 그리고 전통과 혁신 사이의 균형과 조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새 정치 비전이 필요합니다. 10년, 20년이 걸린다 해도, 바로 지금부터 여성운동, 문화운동, 공동체 운동, 그리고 나아가서 정치개혁운동에 뜻을 합치고 힘을 뭉쳐 연대해 나가면서 "여성 대통령 만들기"를 중대 이슈로 끌어안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본 란을 이미 주창한 바 있는 "의미의 정치", 인간성 회복의 정치, 희망의 정치가 새 지평을 열게 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정치 현실을 보면서, 냉소주의와 정치적 무관심을 넘어서 분노를 느끼는 국민을 생각해서,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같은 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부추기며, 살만한 공동체, 살만한 정치, 살만한 미래를 바라는 뜻을 모으는 동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합시다. "여성 대통령 만들기 연대"를 만드는 것은 바로 이 땅의 새 정치문화, 의미의 정치를 만드는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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