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어떤 경우라도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약속한 것은 손해를 보더라도 지키는 사람들"은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보람 있게 살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입니다. 2001년 9 11 테러 사건이 온 세계를 충격 속에 몰아넣었을 때, 누구보다 뉴욕 시민들이 가장 큰 고통과 희생을 겪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상처와 아픔 속에 있는 뉴욕 시민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회복시켜 주는 데 누구보다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쥴리아니 시장이었습니다. 세계가 다 알고 있었듯이 그는 건강도 그리 좋지 않았을 뿐더러 임기 말을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악조건도 그가 뉴욕 시민들을 위하여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멸사봉공(滅私奉公)'의 패러다임이 되는데 장애가 될 수 없었습니다. 시장으로서 뉴욕을 지키고 시민을 사랑하는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시장이었습니다. 시장으로서 책무를 다하겠노라고 뉴욕 시민들에게 약속한 바를 지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합니다. 당연한 말이요 생각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당연한 약속 지킴을 그는 의연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하였습니다. 누가 말하였듯이 그의 그와 같은 책임 있는 행동이 아랍권의 반발도 사지 않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축제를 벌이도록 자극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미국 시민들과 특히 뉴욕 시민들이 위로와 용기를 얻고 정상을 회복하는 데 큰 힘을 주었을 따름입니다. 이런 공로를 인정하여 타임지는 쥴리아니 시장을 2001년의 인물로 선정하였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타임지가 그를 선정한 것을 계기로 떠올린 사람이 바로 61년 전, 그러니까 1941년의 인물로 선정하였던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입니다. 1940년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차례로 나치 독일 군에게 무릎을 꿇었을 때, 처칠 수상은 분연히 떨쳐 일어나 그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영국을 지켜냈을 뿐 아니라 세계 강대국 지도자들과 더불어 세계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그는 강인한 체력에 의지력을 더하여 싸웠습니다.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것만으로는 어떤 문필가에게 뒤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있던 어떤 능력보다도 타임지가 그를 1941년의 인물로 선정한 커다란 이유는 약속을 지킨 정치가라는 점입니다. 그는 약속한 바를 남김없이 주었습니다. 그는 "피와 노고와 눈물과 땀"을 아낌없이 주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그는 약속한 바 없었던 '용기'마저 유감없이 주었습니다. "그는 약속한 바를 주었다"는 것으로 길이 남는 정치가가 되었습니다.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단 한 가지 바랄 것이 있다면 더도 덜고 아닌 약속 지킴임을 다시 확인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이처럼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정치가,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 아쉬운 까닭을 다시 생각합니다.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성실성과 신실함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불현듯 3 1독립 선언의 주인공들 같은 선열들을 상기하며 그들의 얼을 기립니다. 일제의 억압과 질곡 속에서도 의연함과 기품과 도량을 만천하에 천명하였던 그 분들! 반대자들에 대해서도 증오나 복수심이 아니라 진리와 사랑과 화해의 정신으로 세계평화를 지향한 그분들의 금도(襟度)와 얼을 기립니다. 이토록 훌륭한 선열들을 조상으로 모시는 우리들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3 1독립 선언의 정신을 되살려 모두 의연하게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욱이 2002 월드컵 대회와 함께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할 금년에 우리 모두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으로 화두를 삼을 필요가 어느 때보다 큽니다. 세계 축구의 16강에 들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이제까지 갈고 닦은 기량을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또 지키기를 바랍니다.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은 누구라도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주는 사람"이 되는 아름다운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멸사봉공(滅私奉公) : 사(私)를 버리고 공(公)을 위하여 힘써 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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