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우리는 지금 “고속 사회”를 넘어 과속사회로 치닫는 것 같습니다. 도처에서 과속 현상이 보입니다. 물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속 운전입니다. 운전자들의 태도와 관행에도 문제가 있겠으나 더욱 심각한 것은 제도상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번 마음먹고 규정 속도를 지켜보고자 하여도 그것이 쉽지 않음을 얼른 알게 됩니다. 도로의 조건과 주변환경에 맞지 않는 부적절하고 불합리한 규정 속도가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힐 수 있습니다. 교통이 혼잡하고 보행자가 많은 곳이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시속 60㎞ 규정이 그대로 살아 있는가 하면 편도 4차선의 자동차 전용도로 구간에서도 시속 60㎞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혼잡한 도로에서는 빨리 가고자 하여도 규정 속도를 도저히 지킬 수가 없습니다. 인적이 드문 심야 시간대가 아니고서는 어렵습니다. 그런가 하면 고속도로보다도 좋은 도로 조건을 갖춘구간에서 규정 속도대로 가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모릅니다. 게다가 과속 감지 카메라는 바로 그런 구간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한결같이 고속으로 그런 구간을 달리는 흐름 속에서 나 홀로 속도 위반을 안 하겠다는 마음으로 가다 보면 그야말로 ‘왕따’를 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경적을 울리거나 상향등을 번쩍이며 사뭇 위협적인 분위기를 경험하기 마련입니다. 흐름을 방지함으로써 진로 방해를 하는 격이 됩니다. 혼자서 규정 속도를 지키는 이만 바보가 되는 꼴입니다. 사실 어딜 가나 과속 운전자는 있습니다. 문제는 규정을 지키면서 안전 운행을 하려는 이들이 얼마나 편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싱가폴이나 미국에서는 규정 속도를 지키며 운전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안전하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속도 표지판을 비롯하여 교통 안내 표지판이 지시하는 대로 운행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을 대다수 운전자들이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사정은 이와 너무 대조적입니다. 먼저 속도 표지판을 찾아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감시 카메라 앞에 가면 많은 운전자들이 이 구간의 속도 규정이 어떤가 의아하게 생각하다가 어느덧 카메라 앞에 가면 바로 그 옆에 속도 표지판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모든 운전자들이 카메라가 보이는 짧은 거리에서 급제동을 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다가 감시 카메라를 벗어나면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감시를 벗어난 쾌감(?)마저 즐기듯이 고속으로 달리며 과속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바로 속도 규정 위반이란 범법의 습성화로 이어지고, 이와 같은 관행의 기계성(mechanicalness)은 모든 규칙과 규정, 나아가서는 법을 존중하지 않는 방종과 무질서와 도덕적 해이로 이어집니다. 목적이나 목표를 의식하지 않고 달려가는 것은 아무리 빨리 가도 삶의 진정한 기쁨과 보람은 얻지 못하는 법입니다. 인간의 내적 발달과 성숙을 이루지 못한 채 성공 가도를 그것도 과속으로 달리는 것은 지나침치고는 너무 지나친 것입니다. 예부터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습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입니다. 우리 사회가 미국인들의 성향을 따라 무한경쟁과 이기심과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성공주의에 깊이 함몰되는 현상에 대하여 뜻있는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터입니다. 사회 병리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 증세는 남이야 어찌됐든 나만 빨리 가고, 성공하면 그만이라는 식이 여기 저기서 나타나는 현실입니다. 자연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 달성에만 집착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정치에서 나타난다고 하여 틀리지 않은 것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 아무것도 지나치게 하지 말라. 매사를 스스로 검증하라.” 자기 발견의 지혜를 가르치는 전제입니다. 바야흐로 집권 여당에서부터 시작하여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이 시점에 경선 후보들과 그 밖의 모든 정치인들과 투표자들이 우리의 근본을 다시 생각하며 지나침을 삼가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과속 사회로 치닫는 원인을 재확인하고 지나침을 삼가는 지혜를 되찾은 데서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결단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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