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띄우는 말씀 (2002. 12)

뭣하러 태어났습니까?

김영운 목사
(발행인 / 공동체성서연구원장)


       

금년에는 성탄일을 꼭 닷새 앞두고 이 땅에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합니다. 새천년 들어 처음 출현하는 대통령인 만큼 의의도 기대도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지난 한 세대를 지내면서 두고두고 존경과 사랑을 지닐 대통령을 두지 못한 국민으로서는 이제야말로 좋은 대통령이 나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동안 나라가 어지러운 것을 참아 볼 수 없어서 나섰다는 사람이나, 어려서부 터 대통령이 될 꿈을 꾸며 평생 달려온 사람이나, 스스로 '준비된 대통령'이라 하며 나선 사람 할 것 없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망은 있었으나 '뭣하러 대통령이 되겠 다'는 사명이 혹시 분명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적이 의아스럽습니다.

특히 그 긴 세월 동안 반독재 민주화 운 동에 투신했던 두 김 대통령을 지켜보면 서, 민주주의에 대한 그들의 신념과 의지 마저 우리가 회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을 진대, 대통령이 된 뒤에 그들이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혀서 그것을 넘지도 못 하고 뚫고 나가지도 못한 결과가 아니었 을까 하고 안타까운 마음 접기가 어렵습 니다. 돌이켜보면, 무엇보다도 그들 자신 의 사명감도 문제였거니와 더 큰 관심은 유권자를 포함한 온 국민의 사명감과 역 사의식에 더 큰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기에 겹쳐져 생각나는 것 이 바로 지도력은 기성품일 수 없다는 점 과 특히 대통령직이 기성품으로 통할 수 없다는 무서운 진실입니다. 대통령이 되 는 장본인도, 그를 뽑아 세우는 국민된 유 권자들도 '좋은 대통령 만들기'에 성실성 과 치열성을 함께 기울였어야 할 일이었 습니다.

대선은 국민적 통과의례요 또한 축제 입니다. 새 대통령을 세우면서 새 나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종교적으로 세례를 받는 것이 통과의례로서 옛 사람은 죽고 새 사람으로 태어나는 뜻과도 흡사합니 다. 대통령이 되는 이는 뭣하러 대통령이 되는지, 그를 뽑아 세우는 유권자는 투표 행위로써 뭣하러 그를 뽑는지를 분명히 의식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마더 테레사가 "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봉사 하러 태어났다."고 고백한 순간부터 그분 의 삶이 새로워졌다고 합니다. 그러니 대 통령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분이 "나는 온 국민에게 봉사하러 태어났다."고 고백하 며 그 뜻에 맞게 대통령직을 충실히 수행 하려는 사명감으로 가슴이 뜨거워질 수 만 있다면, 그래서 온 국민이 화답하며 우 리는 그런 좋은 대통령을 만들기 위하여 성실성과 치열성으로 뒷받침하려는 사명 감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나고 보면, 인생도 잠깐인 것처럼 대 통령 임기는 더욱 더 짧은 잠깐입니다. 소 수의 사람들이 술수나 조작을 통하여 대 통령을 만들었을 때는 국민이 대통령 만 들기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에 재임 기간 에 '좋은 대통령 만들기'에 마음도 뜻도 모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선거 기간에 그리고 특히 투표일에 모든 유권자가 책 임있게 좋은 대통령 만들기에 참여하고, 재임 기간 내내 필요에 따라 지지하고 성 원하고 비판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결 같이 '써포터스'가 되어 준다면, 우 리도 세계 앞에 '자랑스런 좋은 대통령'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가 이 세상에 태어난 뜻은 '평화'라 고 합니다. 평화의 왕으로 태어난 것입니 다. 이번에 태어나는 새 대통령은 정의와 봉사를 사명으로 가득 차기만 한다면, 그 래서 온 국민이 거기에 뜨겁게 화답한다 면 참된 축제가 우리의 것이 됩니다. 월드 컵 4강을 벤치마킹하자는 말이 정치에서 살아나고 종교, 문화,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물결치듯 퍼지며 살아날 것입니 다. 이런 물결의 시작은 새 대통령이 된 사람이나 국민 모두가 뭣하러 세상에 태 어났는가를 진지하고 새롭게 묻는 데서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