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교회와 신앙을 생각함에 있어서 오랫동안 나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이방인, 또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하나님의 살아 계심에 전혀 의심이 없었던 어린 시절 교회에서 배운 대로 하나님을 믿음으로써 구원을 얻고 하나님을 믿게 되는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므로 항상 감사해야 한다고 믿었다. 열심히 전도해서 다른 믿지 않는 친구들에게도 하나님의 구원이라는 선물을 받게 하고 싶었다.
대학에 들어와 사회과학을 공부하며 믿음과 신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치적인 불 의에 무감각했던 당시 교회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회의가 시작되었으나 곧이어 기독교 교리에 대 해 근본적인 의문으로 이어졌다. 하나님이 과연 계실까, 그렇다면 왜 이렇게 불의한 일이 많을까. 교회의 선민의식과 타종교와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교회의 배타적인 태도는 특히 견디기 어려 웠다. 만약, 하나님을 믿는 것과 구원이 선물이라면, 선택받지 못해 안 믿는 것도 억울한데, 지옥 에까지 가야하다니. 이건 뭔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스스로가 크리스천으로서의 정 체성이 흔들리다보니 더욱더 비기독교인-이방인-의 입장에서 성경을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이제는 정말 더 이상 교회에 다닐 수 없다고 생각되었을 때 나는 '작은 교회'를 알게 되었고 여 러 가지 형태의 믿음을 인정하면서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위해 힘쓰는 목 사님과 작은교회 식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다시 하나님 앞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의 마음 한구석에는 하나님과 예수님의 모습을 부인하는 이방인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그런 나에게도 하나님은 찾아오셨다. 아기를 낳고 한 반년이 지났을 때 너무 오랫동안 공부에 서 손을 놓고 있었던 탓인지 뜻대로 논문이 진행되지 않아서 답답하던 때가 있었다. 웬만해서는 조급해하지 않는 나였지만 그때는 정말 공부를 마치고 학위를 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던 때 였다. 이 정도 일로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이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나는 그때 절망이라는 말을 이 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나님께 나를 맡기는 기도를 할 수 없었다. 약할 때만 하나님을 찾을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며 하나님을 외면했다. 그 대신 그날 밤 나는 하 늘의 별을 보면서 그냥 막연하게 나의 소원을 빌었다. 내가 꼭 이 위기를 넘기고 다시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어찌되었건 그날 이후로 나는 다시 겸손한 마음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 나에게 찾아 온 위안과 안식은 어딘가 낯익은 구석이 있었다. 얼마 지나서 나는 본회퍼의 "크리스천과 이방인" 이라는 시를 만났다. 그 시를 읽으면서 나는 별을 보면서 얻은 위안과 안식이 하나님께로부터 왔 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나에게 찾아오신 하나님은 이방인에게 찾아오신 하나님이었다.
그날 이후로 이방인이란 말은 더 이상 내가 하나님께 다가가는 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왜냐 하면 하나님의 사랑이 이 세상의 모든 이방인들에게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하나님께 빚진 자이다. 내가 약하고 어려울 때 내가 찾기도 전에 당신의 이름도 드러내지 않으시고 내 곁에서 나를 지켜 주시는 하나님. 이제 당신이 마음 아파하시며 우리를 위 해 기도를 드리는 그 곳에서 함께 기도하는 크리스천이 되고 싶다.
* 김효선님은 작은교회 교인이며, 미국MIT에서 경영학박사과정 중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