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삶의 뜨락 (2000. 5)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
강명순
어버이날을 전후로 해체가정의 아이들은 더 우울하고 서럽다. 길을 걸어 가다가 어린이날 자녀 들의 손을 잡고 엄마 아빠가 함께 걸어가는 단란한 모습을 바라만 보아도 아이들은 엄마가 보고 싶어서 몸부림을 치고, 큰소리로 울고, 소리지르고, 짜증내고, 싸우고, 부수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 아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5월 달이 되면서 아이들의 싸움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학교에 갔다온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줄 자신의 엄마가 없다는 사실에 절망 한다. 짖궃은 아이들이 "너의 엄마 없지" "너네 아빠 죽었지" "너네 엄마 새엄마지" "너는 엄마도 없냐? 거지같은 옷을 입게....." 이런 따돌림을 받으며 '신나는 집'에 돌아와 선생님들 품속에서 닭 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울고 또 운다.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울어주고 등 두드리며 안겨주는 일이었지만 상처받은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의 엄마를 다시 찾 는 것이었다.
지난 겨울 첫 성탄 새벽송을 돌 때가 떠오른다. 그 추었던 첫 새벽에 말괄량이 광희가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방송에 우리 엄마 들으라고 "광희엄마 빨리 집으로 돌아오세요. 광희가 기다려 요!"하고 자기대신 호소해 달라고 했다. 그 동생 석재는 "나 엄마 싫어! 그러지 마세요!"라고 말 하면서 눈에는 눈물이 펑펑 흐르고 얼굴이 창백해지고 나중에는 분노로 부르르 떨면서 다리까지 풀려 잘 걷지를 못했다. '신나는 집' 아이들은 모자 가정보다 부자 가정이 더 많다. 아버지들은 대 개 알콜중독이거나 가정폭력을 휘둘렀고 그들 또한 배운 것도 없고 부모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분들 즉 고아였거나 집이 가난해서 일찍 가출하여 부모나 가족의 정을 모르고 살았던 분들이다. 가출하고 이혼하고 나간 아이들의 엄마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며 엄마들이 집을 나간 경우 가 많은데 엄마가 곧 돌아온다며 가방을 싸 가지고 나가던 장면을 선명히 기억하는 아이들의 깊 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단 말인가?
오랫동안 기도하며 성경 말씀을 묵상하다가 요셉과 에스더와 입다의 경우를 자세히 설명하고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을 고백하는 예식을 가지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길도 먼저 자신에게 상처를 준 부모를 용서하는 자만이 하나님이 아버지 어머니가 된다는 것을 반복해서 설명하였다. 그리고 종이에 상처를 준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와 하나님이 나를 자녀로 낳아주신 것을 감사하며 자신의 부모가 된 하나님께 편지를 쓰기로 하였다. 아이들 은 친부모 외에 자신들에게 잘 해주는 사람들을 자신의 부모로 선택하고 하나님의 자녀임을 반복 하도록 하였다. 차츰 아이들의 얼굴이 밝아졌고 조금씩 기쁨을 느끼는 마음이 생겨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상처투성이에 찢긴 아이들의 영혼은 복지 프로그램이나 교육으로 치유되기 보다는 지속적인 기도와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성서연구를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수 님의 눈물을 만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나는 날마다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시 덧나서 그 상 처에서 피가 흐르고 아이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날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임을 고백하며 아이들이 하나님의 가정에서 행복해 지기를 기도한다.
아빠 잘 지냈어요? ◈ 하나님께
하나님! 요즘 들어 아빠 생각이 많이 나요. 보고 싶기도 하구요.
◈ 아빠께
저는 중 3학년이 되면서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수진이도 반에서 1등하고 전교에서 4등했데요. 저는 평균 8점이나 올렸어요.
아빠 딱 한번만 보고 싶어요. 공부 열심히 할 거에요. 그래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에요.
엄마가 요즘 아파요. 아빠도 기도해 주세요. 나 아빠 미워하지 않아요.
아빠도 엄마도 사랑하니깐 미워하지 않아요.
아빠 잘 지내요. 이만 줄일께요. 수희 올림
친구들하고 말을 하다보면 "나 우리 아빠가 옷 사준데" "나 아빠가 월미도 데리고 간데"하고
말할 때 저는 옆에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을 때 가장 속상해요.
그렇다고 해서 엄마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엄마도 사랑하
고 아빠도 사랑해서 그런것 같아요.
하나님 우리 엄마 아빠도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교회도 오게 해주세요. 하나님의 딸로서 부탁드려요.
아참 오늘 담임선생님께 혼났어요. 너무 참기 힘들 정도로 그래서 화장실 가서 계속 울었어요.
선생님이 미웠어요. 하지만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반성할 거예요.
(중략) 우리 엄마도 건강하게 해 주세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수희 올림
* 강명순 (예은 감리교회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