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삶의 뜨락 (2000. 6)
채팅을 통한 세상읽기
정영진
요즘을 사이버시대라고 한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여러가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많
은 편리한 생활도 하게 되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채팅이다. 채팅이란 인터넷을 통한 컴퓨터 대화
를 말하는데,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채팅붐은 영화 '접속'이 상영된 후부터 시작된다. 영화속 두 주인공인 전도연과 한석규가 컴퓨터 통신을 통해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의 사랑을 찾게 된다는 내용이지만 채팅의 현 실은 그렇게 영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채팅을 하다보면 너무 노골적인 대화가 있어 화가 나 고, 불편해지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방이 장난으로만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점과 서로 얼굴이 안 보이니 진실보단 거짓이 많다는 점등이다.
채팅에 이런점이 있음에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속시원히 할 수 있고, 또 다른 내가 되어 볼 수도 있다. 또 서로 얼굴이 안 보이니 상대방의 글 하나 하나로 상대방을 상상 하다보면 상상력도 커지게 된다. 멀리 있는 친구와 오랜 대화를 할 수 있고 친구들과의 만남의 장소로 활 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큰 잇점은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자신이 원하 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상담을 잘한다. 친구들끼리도 어려움에 처해있는 친구들을 도와주고, 위 로해 주고 친구들은 고민이 있으면 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친구는 어느날 채팅에서 우연 히 한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며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구가 채팅에서 만난 여성은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19살에 엄마가 되었고 엄마라는 무거운 짐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이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혼을 앞두고 그여인이과 그의 세살 된 아기를 그 누구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혼한 마당이니 시댁에선 아기를 고아원에 버리라며 매몰차게 모녀를 취급했는데 아기 엄마는 아기만큼은 끝까지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그 는 경제적 어려움과 삶의 고통으로 인해 심지어 가지 말아야 할 길까지 걸으려고 작정했다. 이 모든 일들을 듣게된 친구는 엄마의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그를 도와주기로 하였다. 우선 아기엄마가 일할 수 있는 조건과 기반이 잡힐 때까지 아기를 잠시라도 맡겨놓을 수 있는 곳 을 열심히 수소문하여 결국 넘치는 기쁨으로 아기와 아기엄마에게 도움 주실분들과 연결해 주었 다. 한 동안 아기엄마에게 연락이 없었는데 최근에 자리를 잡았고 잘 지낸다는 소식을 보내왔다 고 한다.
사람들은 인터넷의 확산 때문에 새롭게 생겨난 문제들인 사람과의 대화단절, 인간관계 파괴등 기타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고민을 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인터넷을 통해 사람과의 만남 도 예전보다 쉬워졌고, 또 그만큼 만남의 소중함도 많이 체험할 수 있다. 이런 채팅을 통해서 우 리는 "얼굴 없는 사람"을 만나는데 대화를 통해서 "친구"를 만나는 삶의 체험을 한다. 서로 도움 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랑을 나누려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채팅 또한 우리 하나님께서 허락 하시는 아름다운 매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문제는 대화의 진실성이다.
* 정영진(대한성서공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