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삶의 뜨락 (2001. 8)

영자의 수난시대

이성휘

얼마 전에 학교 후배들과 같이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코메디언 이영자씨 이야기가 화두로 올랐다. 이야기를 나누던 한 친구가 '언론이 이영자에게 돌을 던지고 있다'고 한마디한다. 난 이 말을 듣 고 나서 이영자씨의 다이어트논쟁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신문지상에 19살 처녀가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 아침저녁으로 식사를 거르다가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었다는 보 도를 접하면서 여자들이 목숨을 걸고 살빼기를 한다는 것에 정말 놀랐다.
그리고 나는 '왜 이영 자씨의 다이어트 논쟁이 시작되었고, 이영자는 왜 그렇게 살을 빼야만 했을까? 그리고 왜 여성 들이 그렇게 애써서 살을 뺄까? 그것도 왜 목숨까지 걸고.'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 질문 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과연 어떤 위치에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으로 확대되어 갔다.
우리 집 에도 요즘 유행하는 '뱃살빼기용 운동기구'가 있다. 아마도 없는 집이 없을 만큼 유행하는 것이 이것일 것이다. 이것을 판매하는 모 회사는 이 기구를 한번 방송에 3500개를 팔았고, 수십억원 을 벌어들인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부는 다이어트 바람, 살빼기 바람.... 여성들에게 더욱 거세 게 부는 이 바람은 결국 여성들의 목숨까지 빼앗는 지경까지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영자씨는 뚱뚱한 몸으로 연예계에서 성공을 하였다. 그런 그녀가 그렇게 살을 빼고자 했다면 그녀는 그만큼의 고통, 우리 사회에서 뚱뚱한 여성이 겪는 사회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우리 사 회에서 여성은 무조건 말라야 하고, 키가 커야하고, 예뻐야 한다. 방송에 등장하는 여성들도 거의 비슷한 신체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의 여성의 기준, 미(美)의 기준은 바로 이 기준 에 의해 평가된다. 사회적 분위기가 우리로 하여금 '뚱뚱한 여자들은 게으르다'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영자씨는 이런 사회에서 뚱뚱한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얼마 전 모 방송프로에서 이영자씨가 나왔을 때 사회자의 멘트는 정말로 가관이었다. 그 사회자의 멘트 속의 의미는 "뚱보기질 나오네요"라는 것이었다. 이영자씨는 98Kg의 몸무게를 몇 달만에 64Kg으로 감량했다. 그것은 우리가 알다시피 쉽지 않은 일이었고, 보기 드물게 성공한 케이스다. 그녀는 그렇지만 다이어트 이후에 지방 흡입술이라는 성형 수술을 받았다는 성형외과 의사의 기자회견과 이에 대한 공방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고 얼마간은 방송 출연도 힘들 것이라고 한다.
도대체 그녀 가 지은 잘못이 무엇일까? 여성이라는 죄? 한국 사회의 여성은 이제 상품이 되었다. 방송은 여성 을 상품화하기 위해 갖은 방법들을 다 동원하고 또한 그 장단에 우리들을 춤을 추고 있다. 우리들 이 이야기하는 미(美)는 바로 서양적 사고와 가치에 의해 평가되는 미(美)인 것이다.

교회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한 청년이 한 여학생에게 "왜 여자들은 그렇게 살을 뺄라 고 하는거야? 하고 물었다. 그 질문에 여학생은 당연히 "남자 때문이지."라는 대답을 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 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에 의해 평가받고, 남 성에 의해 구속되는 여성의 지위. 그것은 남성의 것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남성의 눈에 맞는 여성이 되기 위해, 아름다운 여성이 되기 위해 여성들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이 아름다움이 라는 틀에 자신을 맞추고자 노력한다.

인터넷 사이트에 요즘 유행하는 것 중 하나가 연예인들의 과거 사진과 현재 사진을 함께 보여주 는 것이다. 그 사진 중에 미스코리아 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의 주인공의 현재의 사진과 고등학 교 때의 사진을 비교해 보면 눈과 얼굴형, 코 등이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 미스코리아는 성형 수술로 인해 흔한 말로 성공했다. 미스코리아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영자씨는 그들과는 반대로 성형 수술 했다는 이유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누구는 최고의 평가를 받고 누구는 최저의 평가를 받고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아름다움의 평가 기준이다. 누구는 예쁘기에, 누구는 그렇지 않기에....

나는 이런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바로 '이영자씨가 간음하게 만들고 그 여성에 게 돌을 던지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영자씨가 살을 뺄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고, 또 이 제와서는 살을 뺐다고 돌을 던지는 사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있는 우리의 사회이다.

나는 간음한 여인을 앞에 놓고 예수가 죄가 있는 사람은 돌을 던지라고 말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리고 예수의 이야기에 슬슬 도망가는 사람들을 상상했다. 예수는 간음한 여인의 편을 들어 주셨 다. 여성으로서 최대의 수치를 당한 상태이며 죽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예수는 이 여인을 안아준다. 우리는 예수의 모습을 어떻게 본받고 있는가?

* 이성휘님은 성공회 신학대학원 Th.M 과정에 있습니다. 살을 빼려고 고생하고 있는 여성들을 보면 서 고민을 하다가 쓰게 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