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복님선생
얼마전 어느 모임에서 '평화'하면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보게 한 적이 있습니다.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말임에도 의외로 모인 사람들 모두가 아주 곤혹해 했습니다. 한참만에 모아진
말들은 대충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나눔', '섬김', '공동체', '정의를 위한 싸움', '남을
받아들이는 관용', '기쁨' , '평등', '편안함', '밥먹는 일이 고르게 의좋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자를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사랑하는 것', '화해', '사랑', '편안한 인간관계' 등...
여기에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평화에 대한 사람들의 보편적 인식이 매우 기독교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거기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지식인, 기독교인들이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우리가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북한 동포의 참혹한 굶주림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특히 기독교가 평화를 이야기 할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동안 한국기독교는 북한동포돕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몇번의 헌금과 가끔씩의 기도로 멈추고만 것은 아닌지요? 한번도 안한 사람들이 더 많은데, 그래도 나는 여러번 했으니 기돌교인으로서 할 바를 다했다는 자기합리화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요?
식량을 보내면 모두 군대를 먹이고 북한 동포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으니 오히려 보내지 않는 것이 북한을 빨리 붕괴하게 만들어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요?
예수께서 가르치신 '주의 기도'는 우리에게 기도의 본보기가 됩니다. 그 가운데 '우리에게 일용할(매일 먹을)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기도가 있습니다. 밥은 일년에 한번만 먹어서도 한달에 한 번만 먹어서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양식은 매일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배워가기도 전에 굶주림에 시달려 팔다리에 가죽만 남은 상태에서 퀭한 눈만이 우리를 바라보며 북녘 어린이들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우리의 가슴에 말합니다 '배가 고파요, 배가 고파요...'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는 그동안 '밥나누기 사랑나누기 운동'을 통하여 북한의 임산모와 어린이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4월 초부터 6월 말까지 1차 모금분을 여성단체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와 함께 탈지분유 26톤을 북녘의 민주여성동맹에 지정기탁해 임산모와 어린이들에게 지난 8월 26일 인천항을 통해 보냈습니다. 지금 어린이들이 이 분유를 먹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코끼리 비스켓이겠지요.
북녘 동포들의 매일의 양식을 우리가 함께 구할 때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평화 공동체를 일구어 나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유복님선생은 한신대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두레방에서 6년간 일했으며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3년간 평화학 개원연구원으로 지냈고 북한의 식량난 소식에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에 참여하였으며 지금은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