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성서연구와 나 (2001. 8)

나의 잠을 깨우는 공동체

김준곤

햇순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면으로도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기쁘고 감사합니다. 돌이켜보면 하나님의 사랑과 그 인도하심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여상(如常)한 일도 때로 곰곰이 씹어보면 범상치 않아 한없는 경외심으로 떨게 하십니다. 뒤늦게 다시 목회의 길을 가노라고 다녀야 했던 루터신학원에서 강일구 전도사님을 만나게 된 것도 그런 일들 중 하나입니다.
하필이면 그 때, 그 자리에 그가 있었던 것은 오로지 이 못난 저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가 기쁘게 인정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늘 저의 백발에 어울리지 않는 탱탱한 안면피부가 자신의 갑작스런 안면피부 노화현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를 통해서 "공동체 성서연구"를 알게 된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그의 노력으로 루터신학대학교 학부 학생들과 정기적으로 공동체 성서연구를 하게 된 것, 또한 김영숙 권사님의 도움으로 "햇순"을 매월 받아 보며 공동체의 향기를 맛본 것은 2년의 힘든 학업과정을 마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신학원을 졸업하고 안양으로 이사를 온 뒤부터는 "작은 교회"에서 월요일 마다 있는 공동체 성서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의 공동체 성서연구와 공동 식사, 그리고 오후 2시부터 계속되는 에니어그램 원서 강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균형의 회복과 함께, 내가 오늘 이 땅에서 공동체와 더불어 살고 있음을 새삼 자각하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사실 우리는 수없이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하며 성서를 읽고 있지만, 본질을 잊어버리거나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삶으로 살아내지 못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기막힐 노릇은 그런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지낼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어느새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며,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애곡하여도 가슴을 치지 않는 이 세대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잠들어 있을 때 흔들어 깨우시고, 오늘의 나를 바로 보게 하시며, 잘못된 길 바로 잡아주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거기다 모두 어울려 함께 나누는 공동식사의 재미 또한 빠뜨릴 수 없습니다. 음식을 준비해오지 못하는 미안함에 설거지라도 하려면, 앞다투어 나서는 통에 지난주에야 겨우 보조역으로나마 주방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공동체가 우리에게 있게 하심을 감사드리며, 계속 이어질 뿐만 아니라 더욱 확산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하며 기도합니다.

한 가지!! 햇순 가족 여러분께 기도를 요청드릴 일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허리가 온전치 못한 탓도 있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백발 때문에 참 곤란할 때가 너무 많았더랬습니다. 버스나 전철을 탈 때마다 어김없이, 얼른 자리를 양보해놓고 제 얼굴을 보면서 어색해하는 분, 도무지 나이를 추정할 수 없어 양보 할까말까 엉거주춤 갈등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범계역에서 가리봉역을 오가는 요즘은 이런 일을 겪는 경우가 드물어서 너무너무(?) 거리낌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그럼에도 제 마음 한 구석이 더 아픈 것은, 어쩌다 저 뿐만 아니라 노약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분들이 있어, '어떤 분인가' 고마운 마음으로 살펴보면 대개 저와 동년배이거나 연장자들이라는 점입니다.
한 번은 앞에 선 어린아이가 힘들어 몸을 비트는데 앉아서 색연필 그어가며 성경읽기에 몰두하신 분을 본 적도 있습니다. 사연이 있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참 민망했습니다. 하나님을 섬기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진정 생활 속에서 "섬기는 것"에 대해 실천하며 살아가게 되기를 함께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월요 성서 공동체 안에서 이어지는 관계들이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나날이 성숙되기를 바라며, 또 새로운 얼굴들도 더 많이 뵙기를 기대하면서 저의 글을 마치겠습니다.


* 김준곤님은 루터교 전도사로 일하고 계시고 월요 성서 공동체에 아주 열심히 출석하고 계십니다.